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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의 지역차별 피해의식

국가예산·기업유치 정치·인사 차별없는 문재인 정부가 되길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추석 연휴에 묻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9월 25일에 우리 지역 출신 유성엽 의원이 ‘출신지역 차별인사금지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하였다. 유 의원 등은 제안 이유에서 “출신지역 차별은 우리사회의 병폐로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정치와 결부되어 정권에 의하여 전략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적폐 중의 적폐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고 의미 있는 법안발의라 하겠다.

 

호남사람들에게 지역차별은 정말로 지긋지긋하다. 필자가 지난 8월 전북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도민의 74.6%가 전북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차별을 받아 왔다고 응답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개인적으로 전북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39.6%가 그런 적이 있다고 하였다.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어느 지역 출신으로부터 차별을 받았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과반수인 53.2%가 경상도라고 하였으며, 21.2%는 수도권이라고 응답하였다.

 

결국 대다수의 전북도민들은 지역차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5명 중 2명꼴로 개인적으로 지역차별을 직접 체험하였고, 지역차별의 가해자로 경상도를 지목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은 역대 정권 중에서 전북을 가장 차별한 정권을 물어본 질문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북도민들은 역대 정권 중에서 박근혜(28.4%) 정권이 전북을 가장 차별하였으며, 이어서 이명박(21.1%), 박정희(20.1%), 전두환(17.2%) 정권 순으로 많이 지적하였는데, 모두가 TK정권이다. 반대로 전북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정권으로는 김대중(31.1%), 노무현(27.2%) 정권이었으며, 출범한지 겨우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문재인 정권이 14.4%로 세 번째로 높았다.

 

우리 지역이 차별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정치권의 지역감정 조장’(38.1%)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도세가 약해서’(21.6%), ‘지역정치인들의 정치력과 리더십 부족’(19.8%) 순으로 많았다. 선거철만 되면 영호남 정치인들은 상대지역을 폄하, 공격하고 때로는 피해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표를 얻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상대 지역민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 왜곡 날조된 내용을 그대로 학습, 전수시켜 지역감정을 확대 재생산시키고 말았다. 지역차별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영호남의 젊은이들이 상대 지역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은어들인 ‘홍어’ ‘전라디언’ ‘전라좀비’ ‘개쌍도’ ‘흉노’ ‘과메기’ 등은 모두 정치인과 기성세대가 심어준 산물이라 하겠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연횡책의 대가인 장의(張儀)가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衆口鍊金, 중구연금), 여러 사람의 헐뜯음은 뼈도 깎는다(積毁銷骨, 적훼소골)”고 하였다(김영수, 사기의 리더십). 그동안 잘못된 지역감정과 지역차별로 인해 뼈가 깎이고 살이 찢겨진 전북도민들은 스스로 가장 앞장서서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북도민의 77.0%가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도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까? 그것은 그동안 우리 지역이 차별받은 분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국가예산’(49.2%), ‘정치’, ‘대기업유치’(똑같이 25.7%), ‘인사’(21.3%)이다.

 

결국 우리 도민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국가예산과 기업유치에 차별을 두지 말고 정치와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이게 전북 몫 찾기의 핵심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던 전북도민의 간절한 바람이 문재인 정권에서는 과연 이루어질지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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