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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르네상스 꿈꾸는 청년들] ⑦정호영 '국악예술단 고창(高唱)' 대표 - "응축된 '고창 소리'의 힘, 널리 알릴 것"

고창명소·인물·자원 주제…퓨전 국악·뮤지컬 등 호응
'지역성' 단원들의 자부심…국악 성지 명성 잇기 위해 어린이 이론·실기 교육도

▲ 정호영 대표가 지난 21일 고창 연습실 인근 공터에서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르고 있는 모습. 갑작스러운 부탁에도 쑥스러움 없이 곧바로 자세를 취했다.

동리 신재효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국악의 고장 고창에서 지역의 이름을 걸고 국악하는 청년들. 2009년부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국악예술단 고창(高唱)’이다. 예술단을 이끄는 정호영(32) 판소리꾼은 오로지 소리를 좇아 고창에 왔다.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소리 공부를 했던 그였다. 판소리 여섯바탕 사설을 집대성한 신재효 선생이 수많은 명창과 함께 판소리를 영글게 한 그곳. 고창에는 응축된 소리 힘이 있었다.

“여섯 살, 다섯 살 연년생 아들이 있는데요. 첫째 임신했을 때 공연을 하다가 양수가 터질 정도로 무대가 너무 좋았어요. 둘째도 만삭 때까지 공연으로 태교했죠.”

정 대표는 스물두 살 때 선배의 제의로 ‘국악예술단 고창(高唱)’의 창립단원이 됐다.

“수도권이나 전주만 해도 전통 판소리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이 강했는데요. 저희는 젊은 감각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퓨전 국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고창은 우리가 하고 싶은 국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땅이었어요.”

7년을 앞만 보고 달렸다. ‘신재효와 애제자 진채선’, ‘고창8경’, ‘선운산’, ‘고창읍성’ 등 고창의 명소·인물·자원을 주제로 한 창작판소리·관현악곡을 만들고 뮤지컬 형식의 판소리극을 만든다.

'국악예술단 고창'의 공연 모습.
'국악예술단 고창'의 공연 모습.

정기연주회는 물론 국악 활성화를 위한 거리공연(버스킹), 전통 5일장 활성화를 위한 순회공연 등을 자체적으로 열며 지역에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패기와 몸으로 부딪히며 터득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2012년부터 3년간 전북도 한옥자원 야간 상설공연을 맡았다. 문예회관을 돌며 공연하는 ‘방방곡곡’ 사업에도 선정돼 타 지역을 순회했다.

고창 이야기를 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군민들은 애정을 보냈다. 일반대중은 ‘국악예술단 고창’만이 할 수 있는 ‘고창’이 담긴 국악 공연에 신선함과 특별함을 느꼈다.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도 받았다. 일본 한국 국악보급협회 등이 추진한 해외 교류 공연에 매년 초대됐고, 2012년과 2016년 서울신문이 주최한 ‘서울 석세스 어워드’ 국악 부문 대상도 받았다.

'국악예술단 고창'의 공연 모습.
'국악예술단 고창'의 공연 모습.

하지만 뚜렷한 지역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독이 됐다.

“고창의 국악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인데, 고창에 대한 이야기만 하니까 다른 지역에서 공연하는 것에 한계가 오더라고요. 공연 중에 왜 우리 동네 와서 다른 지역 노래를 하느냐고 민원도 들어오고요. 고창군민들도 점점 관심이 시들해지고 새롭고 유행하는 곡들을 더 많이 찾으셨고요.”

동시에 고정 수익이 없는 민간 공연팀이 으레 겪는다는 ‘단원 탈퇴’의 고비가 찾아왔다.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된 단원들은 결국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창단 때부터 이끌어 온 대표마저 그만두면서 단체가 해체될 위기였다.

“사람이 원천인 국악에서 단원들이 10년간 맞춰 온 합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에요. 어떤 형식의 소리를 내든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전달이 안 돼요. 발전은 더더욱 없죠.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2016년부터 정 씨가 대표를 맡아 단체를 재정비했다. 정 씨를 비롯한 8명의 단원들은 ‘고창’이라는 지역색을 포기할 수 없었다. 예술단의 근본적인 활동 목적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대신 활동 방식을 다양화했다. 어린이를 위한 판소리 뮤지컬을 만들고 국악 교육도 한다.

'국악예술단 고창' 단원들.
'국악예술단 고창' 단원들.

그는 “고창의 국악의 고장 명성을 잇기 위해서는 미래 국악 향유층인 지역 어린이·청소년이 국악에 흥미를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국악 수업도 다시 받기 시작했다. 결국 창작의 근간은 탄탄한 전통이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국악 이론과 실기를 알려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저희가 한창 활동할 때만 해도 창작국악단체가 전북에만 70여 곳이었어요. 지금은 5개 팀 정도만 남았죠. 10년이 지나도 생계수단이 되지 못하니까요. 저희 목표도 일단 올해만 버티자에요. 그렇게 앞만 보며 한 해, 두 해, 10년을 버텼고 지금은 그동안 꿈꿨던 고창문화의전당 상주단체도 하고 있으니 분명히 처음보단 나아진 것이겠죠. 힘들지만 매년 도전하다 보면 고창 국악을 세계에 알리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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