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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살해한 환경미화원 인면수심

전주에서 발생한 동료 환경미화원 살해사건을 보면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가늠키조차 어렵다.

동료 환경미화원을 살해하고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뒤 자신이 직접 수거해 소각장에서 불 태운 충격적인 이번 사건은 가히 ‘인면수심’그 자체다.

범인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 극악한 일을 했음이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는 등 가족이 가출 신고하기 전까지 무려 8개월여 동안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완전범죄를 꿈꾼 것이다. 무려 15년간 함께 일한 동료를 살해한 것도 용서받지 못할 일인데 범행을 숨기기 위해 1년 가까이 숨진 동료가 살아있는 것처럼 행세한 것이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 19일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전주시 환경미화원 이모 씨(5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자신의 집에서 동료 환경미화원 양모 씨(59)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다음날 시신을 이불과 쓰레기봉투로 감싸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선에 버렸다. 그리고는 태연히 자신이 직접 양씨의 시신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수거했다.

전주시 소각자원센터로 향한 양씨의 시신은 차량에 담긴 다른 쓰레기와 함께 불에 태워졌다.시신이 불태워진 뒤 그는 더 극악한 일을 자행했다.

살인극에 이은 이 씨의 사기극은 너무나 치밀했다. 이 씨는 범행 얼마 뒤 경기지역의 한 병원의 도장이 찍힌 진단서를 위조했다. 병명은 허리디스크, 환자는 동료 양 씨로 된 진단서였다. 이 씨는 진단서와 양 씨 이름의 휴직계를 팩스로 구청에 보냈고 구청은 별다른 의심 없이 양 씨의 휴직을 허가했다.

‘직장 문제’를 해결한 이 씨는 양 씨 가족 속이기에 나섰다. 양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따로 살고 있는 양 씨 자녀에게 ‘아빠는 잘 지내고 있다’ 등의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생활비도 보냈으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지난해말 양 씨의 딸은 오랜 기간 아버지와 직접 통화하지 못하자 이상하게 생각하고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면서 범행이 들통났다. 끔찍한 살인을 통해 피해자 카드 등으로 얻은 1억4500여만 원은 도박과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이혼한뒤 친형제처럼 의지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잠깐 돈에 눈 먼 한 인간의 판단착오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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