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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트롯맨 같은 총선 후보

백성일 부사장 주필
백성일 부사장 주필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에도 못 나갔으나 그래도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란 프로가 있어 큰 위안이 되었고 즐거웠다. 지난 12일 최종 7명의 경연 결과가 집계되지 못해 14일 특별편성을 통해 미스터 트롯 결과가 발표됐다. 인생곡에서 마지막으로 배신자를 부른 임영웅씨가 진으로 뽑혔다. 선은 안동 출신 영탁씨가, 미는 대구 출신 영남대 2년 이찬원씨가 뽑혔다. 지난 10년 간 공중파와 종편 사상 35.7%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최후 7명의 출연자들이 너무 진지하게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를 불러 시청자의 맘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트로트는 일제 압제 속에서도 ‘나그네 설움’처럼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믿음을 안겼고 6·25 전란중에도 ‘굳세어라 금순아’처럼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노랫말이 심금을 울렸다. 최근에는 젊은층까지 K-POP 못지않게 트로트열풍이 불어 지난해 미스 트롯에 이어 그 열기가 더해갔다. 이번 최종 경연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참으로 한이 많은 민족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진으로 뽑힌 임영웅씨가 5살 때 어머니를 홀로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나간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을 배신자란 노래로 표현, 눈물샘을 쏟아내면서 그를 응원했다.

미장원을 운영하며 꿋꿋하게 임영웅을 키워온 엄마가 할머니와 함께 시종 눈물을 훔치자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가수생활 5년 만에 일궈낸 그의 쾌거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지만 그가 차지한 진은 고진감래(苦盡甘來) 그 자체였다. 이렇게 노래 잘한 보배들이 그간 무명가수로 지내온 것을 모두가 아쉬워 했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무대가 있었기에 이들과 같은 흑진주를 찾았다. 자신을 키워준 고인이 된 할아버지를 회상하며 14살 정동원군이 배호가 불렀던 ‘누가 울어’를 부를 때는 가슴 찡했다. 정군은 일찌기 전국노래자랑 때부터 트롯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곡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들었다.

이번 경연은 트로트가 대중문화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자리잡게 했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발전관계나 다름 없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불러와 많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줬지만 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다. 출연자들이 젖먹던 힘까지 내며 최선을 다한 것처럼 모든 방역역량을 집중하면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다. 지금은 방역이 상책이다.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자세가 절실하다. 무명 트롯맨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자신의 삶을 되새기며 그 진가를 발휘한 것처럼 수 많은 젊은이들도 최선을 다하면 꿈도 이뤄질 것이다.

공정과 진정성만 있으면 그 결과는 불문가지다. 불가능하게만 느꼈던 2002 한일월드컵에서 감독 히딩크를 통해 태극전사가 4강에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한 것처럼 말이다. 외국인 감독한테 선수선발 전권을 부여한 게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간에는 대표선수 선발에 뒷말이 무성했다. 무명의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선수가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던 것은 공정한 룰이 뒷받침돼 가능했다. 미스터 트롯 진으로 임영웅이 뽑힌 것도 마스터 심사위원들의 공정함과 팬들의 공정한 투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정, 정의, 평등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게 바로 이번 총선에서 스며들어 드러나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한 후보한테는 아쉬움이 많다. 유권자도 선거일 정도만 알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은 제대로 모른다. 이번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가지만 그래도 중요하다. 4년 간 나라 살림을 맡아야 할 대표를 선출하기 때문에 그렇다. 어느 진영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도 관전포인트다. 다음 정권을 맡을 쪽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주 간 울고 웃었던 미스터 트롯의 감흥을 그냥 흘려 보낼 때가 아니다. 목요일 늦은 저녁 시간대에 채널을 고정시킨 채 열창한 트롯맨에게 푹 빠져든 것처럼 4·15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표를 포기하면 안 되어야 할 사람이 될 수 있다. 누운 풀처럼 더 겸손하고 진정성을 갖고 나랏일을 볼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 진정성은 입보다는 행동에서 나온다. 결승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가며 최선을 다했던 트롯맨처럼 올인하면 된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립다. 그러면 전주와 전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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