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남(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완주군 이서면은 섬 아닌 섬이다. 지도를 보면 전주시가 중간에 끼워들어 이서면과 완주군 본토를 완전히 분단시켜놓았다. 마치 미국 알라스카가 캐나다를 사이에 두고서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행정구역의 땅덩어리가 다른 시군에 의해 이처럼 동강난 기형적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북 혁신도시를 가봐라.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이 동은 전주시, 저 동은 완주군이다. 길 하나를 두고 이쪽 가게는 전주시, 저쪽 가게는 완주군이다. 이 모두가 같은 생활권인데도 행정구역이 달라 일어나는 웃픈 일들이다.
지난 연말부터 전주-완주 통합 문제가 또 다시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올 가을까지는 통합문제가 마무리되어야만 한다. 전주-완주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 긍정적 파급효과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 지난 세 차례(1997년, 2009년, 2013년)에 걸친 통합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실패할 때 마다 도민들이 입었던 아픔과 후유증을 돌이켜본다면 통합문제를 다시 꺼내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도내 인구 180만 명이 붕괴 직전이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전북의 현실, 전주-완주 주민들이 겪고 있는 각종 불편 등을 생각한다면 결론은 또 다시 통합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여수와 청주의 통합은 모두 3전 4기 끝에 성공하였다. 우리도 4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통합을 다시 시도해야한다.
2009년 필자는 뜻있는 사람들과 ‘전주-완주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직, 추진위원장을 맡아 민간인 중심의 통합운동을 벌인바 있다. 통합이 실패로 끝나고 필자가 메모해 두었던 ‘전주-완주 통합운동 징비록(懲毖錄)’을 다시 꺼내보았다. 징비록을 참고하여 몇 가지 도움말을 주고자 한다.
첫째, 정치인들이 외면하는 민간인 중심의 통합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09년은 당시 완주지역의 국회의원, 군수, 지방의원 모두가 반대하였다. 2013년에는 당시 완주군수는 찬성하였으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반대하였다. 민간인 중심의 운동은 자금과 조직 면에서 정치인을 결코 상대할 수 없다. 따라서 도지사와 전주시장, 전주지역의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이 앞장서 안호영 국회의원, 박성일 완주군수와 지방의원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이들에게 통합시의 시장, 의장, 상임위원장 직을 공개적으로 약속해라. 또한 통합이 되면 전주시 국회의원 선거구는 3개에서 4개로 늘어난다. 늘어난 지역구에 안호영 의원을 추대할 것을 전주시민의 이름으로 공개 약속해라.
둘째, 완주군민들이 통합으로 얻게 되는 각종 혜택을 최대화시키고, 불이익을 최소화시키는 정책들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완주군민들이 우려하는 소위 3대 폭탄(세금 폭탄, 전주시 빚 폭탄, 혐오시설 폭탄)을 불식시켜주어야 한다. 셋째, 결국 최종 결정은 완주군민들의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되는데, 주민투표 참여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 2013년 주민투표는 53.2%의 투표율에 55% 통합반대, 45% 찬성이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률이 높았고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인 삼례읍(26.1%), 봉동읍(34.9%), 용진면(31.0%)의 투표율이 매우 낮았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본다.
아무쪼록 올 가을에 통합이 결정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시가 힘차게 출범하여 새만금과 함께 전북의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작동해주기를 새해 아침에 간절히 바란다. /권혁남(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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