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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변화하는 예술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인 막스 쟈콥은 “세상의 첫 번째 시인은 ‘하늘은 푸르다’라고 했고 그 후의 시인은 ‘당신의 눈은 하늘처럼 푸르다’라고 했을 것이다. 그 먼 훗날의 시인은 ‘당신 눈에 하늘이 보인다’고 말했을 것이고 오늘의 시인은 ‘하늘과 같은 당신의 눈’이라고 감탄했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하늘=당신의 눈’이라는 등식이 ‘하늘은 푸르다’는 기본 시각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며, 오늘을 알기 위해서는 어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되어 왔음을 상기시키는 의도이며, 예술적 표현은 오늘의 것만 보고 난해하다거나 이해를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술은 시대적 산물이고 현실의 거울이다. 밀레의 ‘만종’이 명화라고 해서 지금까지도 그 시각 그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수공적인 재생산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역사 속의 전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통만 고집하는 것보다 전통에 의거하여 또 다른 전통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어려운 그림을 그리는 대명사로 흔히 피카소를 떠올린다. 그러나 피카소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절에 살았더라면 ‘모나리자’를 그렸을 것이고 반대로 다빈치가 20세기를 살았다면 ‘게르니카의 학살’과 같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도회의 네거리를 갓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분명히 우리의 것이었음에도 보기에 어색하여 뒤돌아보는 경우와 같다.

우리는 흔히 세대차이라는 말을 한다. 한 세대를 30년이라 한다면 그 짧은 세월에도 우리의 사고가 다름을 말하는 것인데 하물며 몇백년이 지나도 우리의 사고나 풍습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시대가 변하면 우리의 생각이나 풍습도 변한다. 그래서 예술에서는 발전이 아니라 변화라는 말을 사용해야 되는 것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눈으로 그림을 평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화가가 관객의 생소한 느낌을 책임지려고 해서도 안 될 말이다. 지나 온 세월을 인식하고 오늘을 봐야 비로소 ‘하늘=당신의 눈‘이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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