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전북연합회장·㈜엔비엠 연구소장
온 세계가 팬데믹인 코로나19로 난리법석이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백신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수단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다. 백신의 시작과 완결은 천연두 백신이다. 치사율이 최고 54%에 이르는 천연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967년부터 1977년까지 근절을 위해 세계적인 캠페인을 실시, 1979년 지구상에서 박멸이 선언되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은 코로나19가 발병한지 1년이 조금 넘은 시기에 개발돼 접종을 시작하였다. 보통 새로운 신약개발에 5년 이상의 시간과 5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시간에 상용화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빅파마라 불리는 거대제약회사들이 평소에 기존의 플랫폼이나 새로운 신약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단키트를 신속하게 개발하여 상용화해서 K방역에 일조하고 세계에 수출하게 된 것도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의약과 바이오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해온 결과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한 대표적인 나라로 언급되고 있는 저변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의약과 바이오뿐만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 및 조선업 등에서도 세계적인 선두그룹을 이루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과 투자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경쟁이 시시각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의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나 열정이 식는다면 단시간에 우리경제는 가파르게 곤두박질칠 수 있다. 지난해 벌어진 일본과의 소부장 사건을 보자. 일본은 우리가 10여 년 전의 수준으로 알고 몇 가지 소부장을 수출 금지하여 우리나라 반도체에 타격을 주려했지만 그간 우리나라는 상당한 기술발전으로 지혜롭게 잘 대처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투자는 액수로는 세계 5위, GDP대비 비율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열정의 측면은 어떠한가? 필자가 느끼기에는 위험요소도 만만치 않다. 필자가 중등학교에 다닐 때는 이과대 문과의 비율이 6:4였는데 현재는 반대가 되고, 수능시험 1등은 S대 물리학과에 입학하여 과학도들의 꿈을 키웠다. 현재는 취업에 목을 매고, 대학의 기초연구 인력인 대학원생의 과반이 외국인 학생이며, TV 채널의 대부분은 음식소개 (필자의 초등학교 2학년 손녀도 셰프가 되고 싶단다)와 트로트 노래자랑으로 채워진 것을 볼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늙은 과학자의 우려이길 바란다. 과학기술과 같이 인력에 의지하는 분야는 한번 기울기 시작하면 풍선에 바람 빠지듯이 순식간에 줄어들며 심각한 순간이 될 때까지 느끼지 못한다.
과학기술은 공기(空氣)와도 같다. 공기는 평소에는 그 중요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며 오염되어 숨쉬기가 어려워질 때까지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언제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살았는가?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는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20-30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학기술도 현재의 투자 상황만 보면 좋은 것 같으나 소프트웨어인 열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걱정이 많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인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노벨상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양문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전북연합회장·㈜엔비엠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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