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소재 모던갤러리에서 2019년 6월에 ‘어머니와 함께하는 그림 여정’이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열린 일이 있었다. 그 전시회는 인간극장이라는 TV 프로가 거의 동시에 방영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기현상이 벌어졌다. 전국에서 관객들이 몰려와 미쳐 그림들을 벽면에 걸지도 못한 상황에서도 그림이 팔리는, 마치 도매시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어머니 김두엽 작가와 아들 이현영 작가의 모자 전이었는데 그들의 우여곡절 한 삶이 방송을 통해 전국을 강타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스컴의 위력이라지만 그런 전시 풍경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아들 이현영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주위에서 인정받은 탄탄한 실력으로 정확한 소묘에 근거하면서도 대상을 아련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점묘 방식으로 표현하고 어머니 김두엽 작가는 ‘비상한 두뇌’로 당신의 모든 추억을 소환하여 작은 종이에 큰 행복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928년생인 김두엽 작가는 83세에 처음으로 그림을 시작하였다 하니 미국의 국민화가라 불리는 모지스 할머니의 76세의 그림 입문보다 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나는 이미 유튜브 영상을 통해 김두엽 작가를 알고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강의 자료를 찾다가 발견했었다. 그 유튜브 영상에서 화가 아들이 무심코 어머니 옆을 지나다가 어머니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더니, 나무젓가락을 깎아 주면서 “이럴 때는 이것으로 해봐요.”라고 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림에서 나뭇가지를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랬지 싶다. 기술의 전수가 아니라 재료의 선택에 일조했을 뿐이다. 모자의 일상은 항상 조용한 신뢰가 있는 듯했다.
참고로 모지스 할머니는 88세에 ‘오늘의 젊은 여성상’을 받았고, 93세에 타임스지 모델이 되었으며,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의 날로 제정되었다. 얼마 전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 4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도 들었다. 어머니 김두엽 작가도 부디 오래 사셔서 더 큰 영광을 누리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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