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히 자료를 찾다가 어느 여류화가의 도록을 보았다. 딸의 편지를 보며 가슴이 뭉클하면서 이어 엄마의 (작가의 변)을 읽었다. 딸 글을 먼저 보았으니 이른바 하극상의 결례를 범한 셈이다. 아이 엄마라 밝힌 딸의 글이 눈에 먼저 들어와서 “그럼 엄마의 마음은?”이 된 것이다. 그 엄마에 그 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속삭이는 사람들도 있었구나. 고마웠다. 인간들이 뱉어내는 온갖 악취로 인하여 질식할 것만 같은 세상에서 한 줄기 쏟아지는 산소지대를 지나는 것 같았다. 엄마는 작가노트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을 더 곱고 신비롭게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자연의 모든 사물과 대상을 순한 눈으로 대할 수 있으니 보이는 심연과 보이지 않는 심연이 새삼 보이게 마련이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그 꽃들에서도 새로운 의미가 보이듯, 자연이 참 곱다. 이번 전시는 노랫말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에 의미를 담아 풀어보고 싶었다. 이른 봄부터 나의 꽃밭에 물들여온 꽃을 나의 페르소나(Persona)로 캔버스에 풀어본다.”
딸에게서 온 편지
“엄마 예전에 제가 여쭤봤던 적 있지요. 엄마는 왜 늘 꽃을 그리세요. 엄마는 ‘예쁘잖아. 이만큼 예쁜 것도 없지.’ 그러셨죠.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던 것 같은데 제가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저에게 ‘엄마‘라고 불러주는 시간에 이르러 다시 보니 ……꽃이 예쁘네요. 우리는 모두 엄마, 아빠의 나무에서 꽃으로 태어났어요. 나는 꽃이 되어 또 다시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꽃을 피우네요. 꽃 피운 나무였던 그 때를 기억하고 싶어서 꽃으로 태어난 나를 저장하고 싶어서 엄마는 꽃을 옮겨 담아요. 그 꽃들은 엄마의 어떤 날 일까요. 꽃을 보듯 누구를 보며 엄마는 그림을 그리고 계실까요. 무엇보다 꽃은 그냥 예뻐요. 엄마 말씀이 늘 그랬듯……. 맞아요.”
꿈의 대화가 도록의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이뤄지고 있었다. 저 높은 산봉우리에 부는 산들바람처럼 맑고 향기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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