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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아동화에 대하여 ②

이정우(6년 1개월)의 '새'
이정우(6년 1개월)의 '새'

생리 위생과 정신 위생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감기에 감염되면 정신없이 병원에 데리고 간다. 생리적 위생에 철저하다. 그러나 그런 부모들도 아이들의 정신 위생에는 무관심하다. 아이들 나름대로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그것을 해소하여 주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아빠가 엄마에게 폭행을 할 때 바라보는 아이는 나름대로 평가를 하는데 힘이 없으니 응징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을 자발적으로 해소하여 주는 것이 그림이다.

특히 글을 아직 모르는 유아기에는 더욱 그렇다. 그림으로 옮겨지면 엄마를 크게 그리고 아빠의 손을 안 그리는 등으로 응징을 하여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힘으로 위축이 되는 친구와의 갈등도 친구와의 정이나 가족간의 정도 그런 식으로 표현하여 자기 세계를 구축해 간다. 화가를 시키기 위하여 미술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의 고른 발달을 위하여 미술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어린이의 꽃 그림을 보면 대개가 해바라기와 튤립이다. 꽃의 정면은 해바라기를 측면은 튤립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튤립만 그린다. 언제나 세련된 꽃을 그리지만 날이 갈수록 다른 꽃을 그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스스로 열등감을 느낀다. 그림을 거꾸로 그리는 아이도 있다. 엄마가 항상 자신의 앞으로 그림을 그려주니 반대편에서 바라 본 결과이다.

그림을 검정색으로만 그리는 아이도 있다. 엄마는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검정색 도화지를 주면 된다. 기억색(Memory Color)으로만 그리는 아이도 있다. 하늘은 하늘색, 땅은 땅색, 얼굴은 얼굴색으로만 그린다.

지금은 조각가로 꽤 알려진 아들이 초1때 학원과 학교의 커넥션으로 미술학원에 다닌 일이 있다. 마침 내가 미술학원에 간 날, 그 날의 주제는 ‘아빠 그리기‘였다. 아들이 아빠 얼굴을 빨간색으로 그리는 것을 본 학원장이 얼굴을 왜 빨간색으로 하냐면서 친히 살색을 칠하라고 크레파스를 집어 주었다. 그 길로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 아이의 아빠는 맨날 술에 절어 얼굴이 붉은 색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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