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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아동화에 대하여 ③

이정우(6년 1개월)작 '괴물'
이정우(6년 1개월)작 '괴물'

상당히 큰 규모의 어린이 사생대회에 심사를 간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지나가면서 마음을 정하고 되돌아오면서 낙선작부터 골라내는 것이 방법이다. 지나가면서 우주와 우주선을 그린 그림이 참 기능적이어서 눈에 띄었다. 그런데 계속 가다보니 구도만 조금 바꾸고 색감이나 형태가 같은 그림들이 여러 장 발견되었다. 돌아오면서 그 전부를 낙선으로 찍어 내렸다. 심사가 끝나고 나이 지긋한 여 선생님 한 분이 나한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고함의 내용인즉 중앙의 어느 신문사에서도 항상 얘네들은 특선인데 네가 미술을 아냐는 것이었다. 주최 측도 욕을 싸잡아 먹었다. 자격도 없는 나같은 것을 심사를 시켰다고. 정말 대단했다. 그 고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데. 어휴 그냥---. 기다렸다가 물었다. ‘선생님 우주여행을 아이들과 함께 좀 가시지. 출장비가 모자랐나 봐요 왜 선생님 혼자 다녀오셔서 우주는 이렇게 생겼더라고 주입식으로 강요하셨어요? 다음부터는 출장비 넉넉하게 신청해서 아이들과 같이 가보세요. 아이들도 저마다 느끼는 점이 다 다를 것인데요?’

초등학교 3학년 선생님에게 허락을 구하고 교실에 들어섰다. 그 시간에는 풍경화를 한다고 지도 안에 적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조용히 나가서 본관 건물의 벽돌과 유리창을 만져보고 오게 하였다. 그리고 칠판에 ‘거칠다’를 쓰며 ‘유리창은 거칠던가요?’ ‘아니요’ 이번에는 칠판에 ‘매끄럽다’를 쓰며 말하니 이구동성으로 ‘매끄러워요’ 대답한다. 그 날의 풍경화 제목은 본관 건물 그리기였다. 자기들 스스로 거칠다와 매끄럽다를 외쳤으니 그 날의 고민은 어떻게 그것을 표현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마 머리에 쥐가 났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그 두 개의 표현을 하지는 못했지만 거칠다와 매끄럽다는 말에 책임을 못한 것은 지금도 한이 될 것이다.

집에서 부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쟤는 누굴 닮아서 그림을 못 그리지?’하며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못 그려도 괜찮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국, 영, 수, 과, 사와 같은 중요 과목이 아닌 여벌 과목이니 괜찮다 생각한다. 부모 모두 대졸일 것이다. 아니 요즘은 대학원 졸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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