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섭 정읍시장
내년은 동학농민혁명 128주년이자 황토현전승일인 5월 11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 4년이 되는 해다. 황토현 전승일은 1894년 당시 태인(泰仁)과 고부(古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던 황토현에서 동학농민군과 관군이 접전한 싸움에서 최초의 승리를 거둔 날이다. 농민군은 관군을 황토현으로 유인해 첫 전투를 치렀고, 양쪽 모두 많은 사상자를 내는 치열한 전투 끝에 대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동학농민혁명은 충청도와 강원도, 황해도, 경상남북도 등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정부가 황토현 전승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유이다.
동학농민혁명은 2004년 특별법 제정 이후 2019년 14년 만에야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민란’이나 ‘폭도의 반란’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하지만 혁명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이제부터라도 혁명사 전체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선양사업과 기념사업이 마련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화와 세계화의 토대를 쌓는 일에 나서야 한다. 세계사적 혁명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태평천국운동이나 프랑스혁명과의 비교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위상 고찰과 함께 혁명정신 선양사업의 탄탄한 근거를 확보하는 일도 우선돼야 한다.
관련 지자체가 함께 나서 학술연구와 선양사업, 유적지 복원 작업 등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 유족회와 시민단체 등과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
또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실패한 혁명’이라는 평가절하를 극복하는 것, ‘혁명’을 ‘운동’으로 표기한 현행 교과서를 개정하는 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3.1운동과 4·19혁명의 뿌리가 된 동학농민혁명을 헌법 전문에 담고,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이렇게 혁명정신을 계승하고 위상을 바로 세우는 노력을 이어갈 때 동학농민혁명은 세계사적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이 난으로 치부되던 시절부터 내년으로 55회째를 맞는 기념제를 통해 혁명정신을 선양해오는 등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성지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지난해 동학농민혁명 전국화·세계화·미래화를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고, 전국 최초로 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을 지급, 70명 넘게 혜택을 받고 있다. 농민혁명의 흔적이 담긴 역사 탐방 길 조성, 혁명의 4대 장군 생가터를 비롯한 유적지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고 2022년 동학농민혁명 국제포럼도 준비 중이다. 또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국가기념공원도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친일 작가 조각 논란에 휩싸인 정읍황토현전적 내 전봉준 장군 동상도 철거했다. 철거된 동상은 정읍시립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철거된 자리에는 동학농민군 행렬을 형상화한 ‘불멸, 바람길’이 내년 국가기념일 기념식 제막을 목표로 건립될 예정이다. 동상 재건립을 위한 국민 기부금 모금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혁명의 사상과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동상 건립에 정읍시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참여했으면 한다. 특정인의 고액 기부보다 적은 액수라도 많은 국민의 동참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힘이라지 않은가.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민족 최대의 민주항쟁이자, 자주와 평등, 인본주의 사상을 담은 세계 혁명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이다. 죽음으로 시대의 변혁을 이끌고, 민생 자치의 물꼬를 텄다. 우리 모두 화합과 협력, 상생을 발판으로 국가기념일 지정 네 돌인 2022년이 혁명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염원한다. /유진섭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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