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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르르한 말보다 행동, 그것이 정치인의 제1덕목이다

김정길 전 진안군의회의장

김정길 전 진안군의회의장
김정길 전 진안군의회의장

친구들이 떠나버린 동네. 남아 있던 아이의 친구는 없었다. 친구가 있다면 자신의 그림자뿐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댐 건설을 착착 진행하는 행정에 맞서 하나가 됐다. 삶터 사수를 위한 생존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기는 것이 불가능한 싸움이었다.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맞서는 격일뿐이었다. 목숨을 걸고 맞섰지만 허사였다.

마침내 그들의 삶터는 물에 잠겼다. 자그마치 1만 2600명이 고향 땅을 떠나야 했다. 진안 인구의 3분의 1가량이었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몰민의 심정은 눈물, 고통, 허탈, 절망, 참담 등등 그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었다.

용담댐은 1995년 착공됐으며 수몰지역 이주민들의 집과 조상 묘를 고스란히 삼키고 2001년 10월 13일 용담댐은 준공됐다. 높이 70m, 길이 498m, 총저수량 8억 1500만톤 규모로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안동호에 이어 국내 다섯 번째다.

댐 건설 이후 용담호는 1급수 맑은 물을 유지하며 전북과 충청권 지역 150만 주민에게 생활·농업·공업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댐 건설 20주년을 보내며 반드시 상기해야 할 부분이 있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150만 주민의 ‘호사’는 수몰로 삶터를 잃은 이주민의 희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댐이 건설되면서 진안은 급격한 인구 감소, 농업·임업 생산기반 축소, 안개 등에 따른 건강 악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 일조량 감소, 개발행위 제한, 지방세 감소 등의 피해와 불이익이 뒤따랐다.

이런 아픔 속에서도 진안군민들은 용담호를 지키기 위해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노력했다. 수질관리를 자율 실천하면서 친환경 농업에 앞장서고 대청결 운동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대가를 요구할 줄 몰랐다. 그 정도로 순박했다. 그런데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올해 가슴 벅찬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바로 진안군민도 용댐담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는 것.

1급수 용담호 물을 마시는 것은 진안군민이 누릴 당연한 권리였다. 하지만 무슨 연유였는지 그동안 그럴 수 없었다. 전춘성 군수가 군정 1년 만에 그 권리를 찾아왔다. “진안 모든 지역에 용담댐 광역상수도 공급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4월 군수의 보고다.

전 군수는 “우리는 마땅히 ‘마실 권리’를 누려야 하는데 20년 만에 비로소 그 권리를 찾았다.”고 기뻐했다.

군민들 역시 환호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시대의 무능을 꼬집는 뼈 있는 지적 하나가 나왔다. 달변으로 소문났던 지난시대 지역정치인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 광역상수도 관로 공사가 완료된다. 그러면 아직 용담호 물을 못 먹고 있는 절반가량 주민들의 숙원이 해결된다.

그동안 말 잘하는 지역정치인들은 많았다. 하지만 말만 번지르르했지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치인은 드물었다. ‘달변인 그 분들’은 이런 저런 규제를 감당해야 하는 군민들이 누려야 할 권리에는 정작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그 분들’이 하지 못한 것을 언변이 출중하지 못한 전춘성 군수가 1년 만에 발로 뛰며 해냈다.

전 군수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청산유수 ‘그 분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그것도 단 1년 만에.

‘행동하는 군수’의 예는 최근 또 있었다. 상을 당한 진안군민이 전주승화원을 이용할 때 용담댐 물을 마시는 전주시민과 동등하게 대접받는 협약을 전주시를 상대로 이끌어 낸 것이 바로 그것이다. /김정길 전 진안군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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