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시험 결과를 떠나 열심히 노력해온 과정만큼은 인생에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실 목표를 향한 시험은 상대적이어서 소수의 잘 본 사람을 제외한 다수는 낙심하기 쉽다. 그래서 수학능력시험 가채점 후 고3 교실은 통곡의 바다가 되기도 한다. 기대점수에 이른 학생이 많지 않아서이다.
고3생들의 진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원했던 학과를 가느냐, 아니면 점수에 맞는 대학을 가느냐 하는 고민도 있고, 아예 포기하고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자신이 주체가 돼서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점수에만 의존해 선택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만큼이나 학부모님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공부해서 시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텔레비전은 물론, 말소리도 죽여야 했을 것이다. 아이보다 일찍 잘 수도 없었으니 그들 또한 수험생이나 심정은 같았다. 결과를 떠나서 이제 두발 쭉 뻗고 마음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어디 그들뿐인가? 제자들을 뒷바라지 한 선생님들의 노고도 컸다.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수업하고 상담하며 수험생만큼이나 긴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자들의 결과에 가장 가슴조린 사람도 선생님들이다. 수험생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곁에서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과 선생님의 염려와 지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제 시험은 끝났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그간 누리지 못한 여유로움도 생길 것이다. 학생들은 시험에 억눌리면서도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계획들은 세워봤을 것이다. 어떤 학생은 여행을 꿈꾸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도 싶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야겠다는 계획은 어떤가? 그런가 하면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려는 포부도 가졌을 것이다. 지금이 기회이다. 누구도 여러분들의 길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마치 인생을 다 산 것처럼 고3 교실에 활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선생님들로부터 듣는다. 저 학생들이 열정을 다하던 그 학생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시험에 걸고, 그 시험이 끝났으니 이제 학교와는 무관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태도는 위험하다. 스스로 설계해서 가야하는 인생은 지금부터이기 때문이다.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공부가 누구에 의지해서 한 거라면 이제부터 자신이 주인이 되는 공부여야 한다. 그 공부가 진학하려는 대학, 학과와 연결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생님과의 진중한 상담도 필요하고, 선배나 친지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중심이 수험생 자신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세상의 변화를 읽는 것이다.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다. 기후위기나 AI, 빅데이터, 로봇이나 드론 등 다가올 산업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 역시 진로와 연결이 된다면 융합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미래의 주역이다. 눈은 멀리, 가슴은 뜨겁게 해야한다. 수험생 여러분들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한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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