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회복과 달리 '생존의 갈림길' 연속, 지원책은 그림의 떡
전통 시장은 텅 비어있고, 대목장사마저 시들해 명절 특수는 옛말
연말엔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 높은 물가 등은 벼랑 끝으로 몰아
2024년, 불황의 검은 그림자가 전북 구석구석을 짓눌렀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한숨 소리만 깊어졌고,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날로 더해만 갔다. 연이은 위기는 서민들의 삶을 직격했다.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는 더욱 가벼워졌고, 고금리 한파는 가계 살림을 옥죄었다. 이상기후로 폭등한 농산물 가격은 장사의 문턱을 더욱 높였다.
을사년 새해를 맞은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소망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빚 걱정 없이 가게 문을 열고, 단골손님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하루하루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다. 아침이면 반가운 이웃들과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저녁이면 하루 장사의 보람을 느끼며 문을 닫을 수 있는 일상의 기쁨을 바라고 있다.
본보는 2차례에 걸쳐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겪어낸 2024년의 아픔과, 2025년에 걸어야 할 희망의 길을모색한다.
한 줄기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던 2024년이 저물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염원했던 소상공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한 해는 가혹했고 '생존의 갈림길'이었다. 코로나의 상흔은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고금리·고물가·고임금의 삼중고는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20개 테이블이 전부 비어 있는 날은 일주일에 절반이었고, 35%의 마진으로는 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 오랜 단골손님들의 발길마저 줄었다. 침체의 그늘은 골목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전통시장은 더욱 큰 타격을 입었다. 남부시장과 모래내시장 등 전북의 대표적인 전통시장들은 평일 방문객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젊은 층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였고, 노년층마저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시장 상인들은 하루 종일 가게를 지켜도 수십만 원의 매출도 올리기 힘들었다. 설과 추석 대목 장사마저 시들해져 명절 특수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정치적 혼란은 서민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갔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정국이 덮친 12월, 대부분의 연말 행사가 취소됐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관광업과 요식업에 종사하는 도내 소상공인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했다.
높은 물가는 서민들의 일상을 위협했다. 지난해 전북의 소비자물가는 2.3% 상승했지만, 체감물가는 훨씬 높았다. 이상기후로 채솟값은 폭등했고, 계란값도 치솟았다. 만원으로는 점심 한 끼도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높은 금리는 대출 상환 부담을 가중시켰고, 치솟는 물가는 장바구니를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식당 사장들은 단가를 올리지도, 그대로 두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전통시장의 쇠락은 지역 상권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됐다.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시장 통로는 더욱 어두워졌고,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청년 상인 육성사업 성과가 체감으로 이어지기까진 머나먼 이야기였다.
정부 지원책은 그림의 떡이었다. 대출 지원은 신청 시작 2∼3시간 만에 바닥을 쳤다. 30만에 가까운 전북 소상공인 중 극소수만이 혜택을 받았다. 대다수는 높은 금리의 일반 대출이나 사채의 유혹에 시달려야 했다.
'나홀로 사장'들의 몰락도 이어졌다. 전북에서만 1만 명의 1인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다. 월세와 4대 보험료는 꾸준히 나가는데 매출은 바닥을 치며, 결국 폐업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다.
서민들의 가계부도 빨간불이 켜졌다. 식료품비부터 주거비용까지 모든 것이 올랐다. 청년들은 미래를 담보로 빚을 내야 했고, 중장년층은 노후 준비를 포기해야 했다. '내 집 마련'은 이제 꿈이 되어버렸다.
'2024 전북자치도 사회조사' 결과 전북 도민의 월평균 지출은 218만 9000원으로 2년 전보다 23만 3000원 늘었다. 36.8%가 부채를 안고 있으며, 5000만 원 이상 고액채무자 비율은 44.8%까지 치솟았다. 특히 청년들의 26.1%가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 중 18.8%는 1억 원 이상의 빚을 떠안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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