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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진실한 말(言語)의 시대를 위하여

하루도 말 안 하고는 살 수 없는 게 인간인지라, 인간을 언어적 동물이라 말들 합니다만, 요즘 같으면 살다 살다 말 좀 안 하고 안 듣고 사는 날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은 존재의 본질을 포착하는 도구요, 말을 통해서 인간은 진실을 주고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로써 말의 진실을 가리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말이 먼저인지 사람살이의 진실이 먼저인지 앞뒤 분간도 없이 살아가는 나날들이 기실 너무도 끔찍해서 그렇습니다. 평화와 재건을 위해 총 든 군대를 보낸다는 말은 얼핏 듣기에 아무런 논리적 잘못이 없어 보입니다만, 그 말의 문맥을 살펴 따지고 들어가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억설(臆說)입니다. 말이 놓여 있는 상황을 중시한 話用論(pragmatics)적 관점으로 보면 이건 이미 非文입니다. 非文은 진실을 담을 수 없습니다. 진실로 평화와 재건을 위한다면 마땅히 의료와 건설 장비를 앞세운 민간 인력들이 찾아가야 합니다. 그 길만이 죽음을 무릅쓰고 도탄에 빠진 이들을 도와주러 가는 '평화 재건'의 숭고한 행렬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아군과 적군도 제대로 분간 안 되는 진흙탕 싸움터에 또 한 무더기의 무장 세력을 보내는 일에 불과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입으로는 평화와 재건을 외쳐야 하는 그 자가당착이 무섭습니다. 그러고도 그 자가당착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리는 이들의 내면은 얼마나 스산한지요. 그 나라 사람들과 오랜 교분 쌓아가면서 어렵게 어렵게 기업 꾸려 살고 있던 이들을 야밤에 빚쟁이 도망시키듯 다 철수시키면서도, 멀쩡한 청년 생목숨을 느닷없이 바쳐 가면서도, 여전히 '경제와 안보'를 부르짖고 있는 정황은 꼭 어설픈 희비극의 한 장면만 같습니다. 우리 시대의 말은 그렇게 참으로 못 할 짓을 많이 하면서 여전히 사람살이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축제하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말을 위한 말, 단어를 위한 단어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날것으로 떠돌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로 주민 참여형 축제와 문화 관광형 축제라는 이름 사이의 논란이 있습니다. 소리축제를 두고도 어떤 이들은, 지역주민들이 먼저 주체가 되어 축제의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며 마땅히 주민 참여형 축제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은, 축제를 통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꾀해야 하므로 관광 수익의 획기적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확실한 문화 관광형 축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리고는 서로 논리의 서슬을 퍼렇게 세워서 상대를 제압하려다 보니, 정작 자신이 하는 말의 맥락도 본질도 종적이 묘연해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물러나서 들여다보면,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축제의 주인은 해당지역의 주민(habitant)입니다. 그 지역의 사람들이 나서서 쌀 한 줌, 초 한 자루라도 보태어 축제를 만들고, 무대의 위든 아래든 제각기의 신명을 돋우어 즐기면 그게 이미 축제인 것입니다. 관광객은 누구인가요. 바로 축제를 보러 오는 손님들입니다. 이 손님들은 건물이나 풍경 또는 한두 편의 공연만을 보러 오지 않습니다. 주인을 보러 오는 겁니다. 주인들이 축제를 통해 즐기고 교감하고 반성하는 그 집단 문화의 현장을 보러 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주인된 이들의 즐거움에 동참하는 일 그게 이른바 문화관광의 본질입니다. 그런 판에 주민참여와 문화관광을 마치 양립적인 개념으로 놓고 둘 중 어느 곳에 더 비중을 두느냐를 다투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행위입니다. 이 또한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말에 대한 모독인 것이지요. 온갖 말들이 현란하게 나부끼는 시대에 진실한 말의 시대를 그리워하며 몇 자 적었습니다./곽병창(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7.07 23:02

[옛 문서의 향기]족보에 이름 올리려 갖은 방법 다 동원

요즈음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 치루는 시험을 보려고 하거나 외국 여행을 하기 위해 여권을 발급받으려고 할 때 즉 신원 확인이 필요할 때에 언제든지 나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을 대면 담당자들은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등은 나의 신원을 파악하는 1차적인 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국가에서 치루는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고 안하고는 전적으로 나의 능력에 달려있을 뿐이다.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이와는 전혀 달랐다. 조선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개인이 속해 있는 가(家) 혹은 호(戶)였는데, 편의상 여기에서는 이를 집안이라고 하자. 따라서 나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나 개인의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내가 속해 있는 나의 집안의 가세(家勢)나 지위가 결정적이었다. 조선시대 국가에서 치루는 시험 예컨대 과거시험을 보려고 하면 먼저 응시자의 사조(四祖) 즉,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및 외할아버지가 어떤 인물인가를 먼저 파악하였다. 원칙적으로 이들 조상 내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관리[顯官]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비로소 과거 시험장 출입이 허용되었으니 결국 응시자의 신원이나 능력은 2차적인 요소에 불과했으며 응시자 집안의 가세나 지위가 1차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조선시대에는 이와 같이 집안과 유리된 개인은 결코 존재할 수 없었는데 조선시대에 씨족(氏族)제도가 크게 발달하게 된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따라서 양반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의식주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평민들은 어떻게 해서든 씨족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특정한 씨족에 속해야만 비로소 ‘공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국민’이 되었다. 씨족이 바로 이러한 공민권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울타리였던 것이다. 어느 특정 씨족의 일원이 되면 우선 번거로운 군역(軍役)으로부터 벗어날 수 가 있었으며 자유로이 과거 시험장에도 출입할 수 있었다.따라서 조선 후기에 살았던 양반들은 집안의 가세나 지위 등을 유지하여 평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노력하였는데 이는 곧 씨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이에 반하여 평민이나 천민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씨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하였다. 씨족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한다는 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서 말하면 곧 족보에 그들의 이름이 오르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조선후기에 있었던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전라도 구례현에 살았던 평민 출신인 김귀현은 본관(本貫)을 몇 차례 바꾼 끝에 김해김씨 ‘선김해파’ 족보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후에 자신의 10촌 형은 ‘후김해파’ 족보에 등재된 사실을 알고서 수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여 자신이 어느 파에 속해야 하는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수령이 씨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울 뿐이다./전경목(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전북대박물관 고문서공동연구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7.07 23:02

신석정 선생 고택 흉가 전락.. 부끄러운 후세들

전북도 기념물 제84호인 고(故) 신석정 시인(1907∼1974)의 고택, 청구원(靑丘苑·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560번지)이 관리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채 흉가로 변해가고 있다. 6일은 석정시인이 작고한지 꼭 30년이 되는 날. 5일 오후에 찾은 청구원은 한국 시문학사를 대표하는 시인을 기려 보존한 곳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흉한 모습이었다. 출입구는 썩은 널빤지들이 흉물스럽게 깔려져 있었고, 주변은 곳곳이 쓰레기더미였다. 건물의 내·외벽은 다 헐어 흙이 무너져 내렸으며, 초가지붕은 군데군데 썩어 곧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세 칸의 방은 모두 비가 새 방바닥은 썩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 벌레들이 득실거렸으며, 고인의 사진과 시가 적힌 액자에까지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입구에 한 문학단체에서 세운 안내 동판도 뜯겨져 나가 있었다. 부안군은 문화재 명예관리위원을 위촉해 한 달에 두 번씩 잡초 제거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고택에 쌓인 쓰레기와 잡초들은 꽤 오랜 세월 방치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안군 김종운 문화재 전문위원은 "지난해 화장실 신축 등 고택 개보수 사업을 위해 예산을 설정해놨지만, 의회가 열리지 않아 아무런 사업도 할 수 없었다”며 곧 시설보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인이 '촛불' '슬픈목가' 등 대표적인 시작활동을 한 이곳은 1952년 전주로 이거할 때까지 많은 시인들이 드나들던 한국문학사의 한 모습을 간직한 곳. 1993년 전라북도 기념물 제84호로 지정되었으며, 1997년 군에서 매입, 복원하였다. 오늘은 시인의 추념 30주기. 시인이 그토록 갈망했던 '그 먼나라'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7.06 23:02

도무형문화재 18호 영산작법 '범패 페스티벌' 초대

도무형문화재 제18호 영산작법이 불교음악 범패 5편을 잇달아 올리는 ‘범패 페스티벌’에 초대됐다(18일 오후 7시 30분 국립극장 하늘극장). 판소리·가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곡 중 하나인 범패는 절에서 주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 범음인 소리와 작법이라는 무용이 포함되지만, 흔히 범패는 소리를 일컫는다. 전라도 음악기법이 반영돼 서울의 범패와는 변별되는 음색·가락·박자·시새김 등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작품 후반부 운심게작법(運心偈作法)은 최고의 백미. 1986년 제27회 전국민속경연대회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했고, 1988년에는 최우수상을 수상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1980년대 파리에서 전세계 예술작품과 함께 공연되었을 때 ‘천상의 소리! 가장 자연스런 한국의 성악’ 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파리 비평가들에 의해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평가된 바 있다. 작법기능보유자인 이석정 스님을 비롯해 영산작법보존회원 10명이 참가하는 이번 무대는 한국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발굴해 축제형식으로 공연하는 국립극장의 특별기획 시리즈 ‘민족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중 첫 번째 테마다. ‘1,600년의 시공을 초월하여 만나는 한 여름밤의 꿈’이란 부제로 마련되는 범패 페스티벌에는 완주 영산작법보존회의 영산작법을 비롯해 서울 영산재(17일·조계종 전통의식연구원), 마산 영산재(19일·불모산영산재보존회), 조계종 젊은 스님들의 ‘범패와 작법’(20일·조계종 불교어산작법학교), 인천 현충재(21일·범패와 작법무보존회)가 초대됐다. 문의 02)2280-4115~6.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7.06 23:02

도내 각종 문화공간 여름캠프 다양

공부를 잊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동안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역사박물관 등 각 문화공간과 새마을문고정읍시지부가 마련한 여름캠프가 무더위까지 날려버린다. 전주공예품전시관(관장 백옥선)은 도자기 굽는 현장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예나라 공예캠프’를 준비했다. 한옥마을 견학 후 관촌 도화지에 입교, ‘우리 가족 그릇만들기’와 ‘솟대만들기’ ‘한지필통만들기’를 체험한다. 자연생태탐험과 야생화 심어가기, 소망의 타임캡슐 만들기, 천연황토염색, 전통놀이체험 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만끽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참가자 전원에게 개구쟁이 공예캠프 천연황토 티셔츠와 캠프 활동을 담은 CD를 선물하고, 캠프 중 직접 만든 공예품은 가져갈 수 있다. 1기(30일부터 31일까지)와 2기(다음달 6일부터 7일까지)로 나눠 1박 2일동안 공예품전시관과 관촌 도화지에서 진행된다. 접수는 24일까지 초등학생 35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참가비 7만원) 문의 063)285-4403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춤추는 박물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우윤)은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동안 전통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제4기 우리누리 어린이 캠프’를 연다.‘해설이 있는 박물관’ ‘목판 탁본체험’ ‘문화유적 답사’ 등이 진행되는 전주역사박물관과 생활예절교육, 천연염색, 다도를 체험하는 우리누리문화생활관 외에도 동학농민혁명기념관과 황토현 전적지를 돌며 역사를 느껴본다. 우리 과자 만들기, 젓가락 바로잡기, 숨으로 달먹기, 가마솥에 밥하기 등 평소 체험하지 못했던 독특한 프로그램들이 재밌다. 접수는 12일부터 25일까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선착순 80명을 모집한다. (참가비 7만원) 문의 063) 228-6485교실 밖 국어 공부, 섬진강에 기대어 문학과 자연을 노래하는 캠프도 학생들을 기다린다. 새마을문고정읍시지부(지부장 김형남)가 마련한 제4회 청소년 문학캠프 ‘섬진강에 몸을 싣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 경남 하동읍과 소설 ‘역마’의 배경 화개장터를 둘러보며 섬진강변을 따라 흐르는 문학의 정신을 만나고, 임실 덕치면 김용택 시인의 생가도 찾아본다. 남원 혼불문학관 관람과 이벤트 ‘춘향이와 녹두장군이 즐기는 데이트’로 남원 청소년과의 문화교류 통로도 연다. 특히 ‘시인과의 만남’과 참가자 전원이 참가하는 백일장은 시낭송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문학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다. 학부모도 자녀와 함께 참가할 수 있다. 15일까지 선착순 1백50명을 모집. (참가비 학생 1만원, 학부모 2만원) 문의 063) 531-8270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7.06 23:02

[아름다운 외도]꿀벌 치는 무주 이봉명 시인

‘무주에서 꿀벌을 치는 이봉명이는/자기 자신이 가끔/꿀벌이 되어 사는 꿈을 꾼다/(중략)/무주에서 이봉명이를 치는 꿀벌들은/자기 자신이 가끔 사람이 되어 사는/꿈을 꾼다/세상의 더러움을 몰라, 사람의 교활함을/아직 몰라’/(이봉명 시인의 시 ‘꿀벌2’ 부분) 무주 포내리에 바람이 분다. 넘어지는 건 나무와 숲. 이봉명씨는 금새 꿀벌이 되어 날아간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소박한 차림새. 희미한 미소 사이로 지그시 번지는 살가운 목소리. 무주에서 태어나 지금껏 무주를 지키고 있는 이봉명씨(49·무주작가회의 회장)는 벌을 치고 시를 쓴다. 아니 시를 쓰고 벌을 친다. “올해는 날씨가 맞질 않아서 꿀이 잘 안 된다고 하네요. 꿀이 흉년이니까, 시도 그런 모양이에요.” 그는 올해 벌을 치지 않았다. 이별선언이 아니라, 잠시 별거 중이다. 그는 “꿀벌을 배신하며 한 해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한 번 벌을 치지 않은 해가 있었어요. 인간은 자기가 먹고 살만하면, 배신하는 못된 습성이 있지요. 그런 거였나…. 그러다 벌한테 된통 당했어요. 꿀벌과 멀리하려고 하면, 시가 잘 안 써지지요.”오만(傲慢). 그는 한때 양봉업을 포기했던 그때 자신의 행동을 오만이라고 표현했다. “벌과의 교감을 통해 시를 쓰는” 시인이 올해 벌과의 대화를 멈춘 이유는 지천명(知天命)을 한 해 앞두고 자신의 삶과 문학세계를 되돌아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씨가 양봉업을 시작한 것은 1981년부터. 부산에서 하던 전자사업을 그만두고 “박정희가 죽고 난 후”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동네 목사에게 양봉업을 배웠다. 문단에 나온 것은 1991년 ‘시와 의식’ 신인상을 수상하면서지만, 그의 글쓰기는 초등학교 시절 은사였던 소설가 박범신씨와의 인연으로 시작됐을 만큼 오래다. 70·80년대 그가 줄곧 주목했던 화두는 부조리한 사회와 바로 서지 못한 역사. 그러다 십 여 년 전부터 꿀벌을 꺼내들었다. “줄곧 내가 꿀벌을 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인가 꿀벌이 나를 친다는 것을 알았어요. 꿀벌이 우리를 치고 있구나, 나와 우리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있구나, 싶었지요. 그때부터 꿀벌의 눈으로 제 모습과 세상살이를 바라보고, 시로 옮겼습니다.” 머리 속에서 왱왱거리는 시어들. ‘멀리 있는 것들만 바라보지 말고, 가장 가깝게 있는 벌과의 교감을 시로 옮겨라’고 했던 스승의 호통도 그와 벌을 가깝게 한 동력이었다. 그런 스승은 “이봉명은 산을 닮았다”고 말했다. 수십만 마리의 벌들이 노닐며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피워내는 산. “벌들이 가진 섭리를 알아야 해요. 벌은 자신들만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해서 생명을 잉태하는 귀하고 귀한 자연이에요. 저도 벌과 같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열매를 맺는 일에 대한 깨달음. 그는 사람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돕고 이해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꿀벌과 꿀벌이 노니는 자연처럼. 15편의 꿀벌 연작과 꿀벌을 주요 제재로 한 50여편의 시에는 꿀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벌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치는 겁니다. 내가 아니라 벌이 열심히 일하는 건데, 욕심을 부리면 안되잖아요. 살만큼만 배고프고, 밤늦도록 시를 써도 견딜 만큼만 배고파해야 벌에게 부끄럽지 않지요.” 내년에는 무주 포내리에 더 많은 벌들이 모여들 것 같다. 그리고 가끔 자신이 꿀벌이 되어 사는 꿈을 꾼다는 한 시인의 ‘꿀벌 연작’도 풍성해질 것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7.06 23:02

올 소리축제 예산ㆍ프로그램 확정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안숙선)는 지난 1일 오전 11시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루에서 2004년도 제3차 임시위원총회를 열고, 올해 조직위 예산 18억 5천6백여만원과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릴 2004소리축제에서 소개할 5개 분야 13개 테마 42개 프로그램을 확정지었다. 올해 초 소리축제 예산은 도비 7억원과 국비 3억원, 자체수입 및 이월금 2억4천만원 등 12억4천만원. 이 날 총회에서는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추가된 도비 5억원과 세금환급금 5천5백만원, 사업수입금 6천만원 등 추가된 6억1천5백만원을 포함해 모두 18억 5천6백만원의 예산을 심의·확정했다. 지난해 23억5천여만원과 비교하면 6억여원이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말 '소리축제 재신임' 등이 제기됐던 상황을 고려하면, 조직위원장·총감독 등 인력을 대폭 개선한 올해 소리축제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소리환타지'를 주제로 도립국악원 단원들이 개막공연을 맡은 2004소리축제는 크게 5개 분야로 나뉘어진다. 전야제와 개·폐막식 공연 및 특집공연, 판소리명창명가·다섯바탕의 멋 등 집중기획 판소리, 국립창극단·국립민속국악원·한중일 타악 페스티벌 등 국내초청공연, 포르투칼 파두·중국 강소성 전통민속공연단·독일의 살타첼로 등 해외초청공연, 어린이소리축제·프린지페스트벌 등 부대행사다. 특히 세계무형문화유산을 테마로 꾸미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는 특별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소리축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대 일원, 덕진예술회관, 전통문화센터 등에서 열린다. 모두 29명의 조직위원 중 25명(위임 7명)이 참석한 이 날 총회에서 지난 2월 이후 공석이던 감사로 전주KBS편성제작국장인 홍준기 조직위원을 선출했으며, 2005년도 소리축제 개최 시기는 상임위원회로 위임됐다. 조직위는 D-100일인 8일 축제 개최설명회와 전북대 까치마당에서 거리홍보공연을 시작으로 홍보예술단의 활동도 본격화한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7.03 23:02

[사설]전통문화 관광자원화 힘써라

전주 경기전 인근에 한옥마을이 조성돼 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전주는 이씨 조선의 본향으로 경기전을 비롯 시내 전역에 문화 유적이 산적해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전통 문화자원을 특색있게 관리하면 얼마든지 외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역사와 전통이 면면히 살아 숨쉬는 전주는 관광자원의 보고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관광소득도 올릴 수 있다.그러나 전주시가 현재 문화재 위주로만 관리하고 있어 아쉬움을 갖게 하고 있다.꼭 문화재급만 관광자원화할 필요는 없다.최근 관광 패턴은 체류형이거나 체험형이 늘고 있어 공식적으로 틀에 박힌 것보다는 새로운 볼거리 등을 만들어야 한다.문화재로 지정은 안돼 있어도 우리 조상들의 삶의 체취가 묻어 있거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면 얼마든지 보호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그런데도 공직자들의 마인드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관광자원으로 활용이 안되고 있다.관광만큼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 없다.산업시설이 별반 없는 전주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팔아 먹는 길 밖에 없다.전통문화 유산을 관광자원화해서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보호 관리할 일이 아니다.준문화재나 비지정문화재도 발굴해서 빛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하나라도 더 관광자원화할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전주시가 인위적인 노력을 가한다면 얼마든지 현재보다 볼거리를 늘릴 수 있다.특색있는 볼거리가 늘면 관광객은 늘어난다.예를들어 전주 향교에 있는 양사재나 조선시대 대표적인 한옥인 전주최씨 종가 그리고 한옥대가를 형성하고 있던 동락원에 대해서도 안내표지판을 설치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또 40여년간 보기 드물게 흙담형태로 보존하고 있는 토담집과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부채 공예관인 목우헌과 미당 우동도예 미선공예사 등도 얼마든지 홍보거리가 될 수 있다.아무튼 전주시는 역사와 전통을 파는데 앞장서야 한다.바이 전주를 캐치플레이즈로 내건 마당에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한옥마을 곳곳에 역사적 유래를 설명해주는 안내표지판을 더 설치해야 한다.문화재로 지정 안된 것도 역사적 배경이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의 자랑거리로 만들면 된다.전주시는 문화를 팔아 먹는데 주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7.03 23:02

도민 참여하고 협조해야 소리축제 발전

지난달 5월에 전주 전통한옥마을을 방문하고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한옥마을을 방문하고 느낀 흐믓함은 무척 커서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곧 세계 다른나라 지방도시의 문화행정과 비교하게 되었고, 이어서 잠깐씩 생각해 보았던 전라북도의 문화와 전통을 세계에 널리 알렸으면 하는 평소 관심에 대하여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전라북도가 문화도시이고 전주가 전통음식과 전통예술 그리고 한지와 부채의 고향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안다. 게다가 몇년전부터 세계소리축제까지 열리고 있다니 전통음악과 예술의 발상지로서의 전라북도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는것 같다.위에서 언급한 세계 다른나라 지방도시의 문화행정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한가지 예를 소개하고 싶다. 독일의 바바리아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높은 장대에다 그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나 특산물등을 상징물로 만들어서 나열해 놓은 것을 볼수가 있다. 이것은 얼른 보아서는 문화를 상품화 하고, 그 지방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지역문화의 특징을 보여줌으로써 관광객이나 타지역 사람들로부터 지역문화 독창성을 통해 인정과 존경을 받고, 또 나아가 여러가지 교류를 넓히고 싶어하는데 그뜻이 있다고 해석된다.독일은 민속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은 나라이고 그러다보니 이런 독자적인 방안이 생겨나오게 된 것이다. 남에 나라에서 하는것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라북도의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문화도시민으로서의 전라북도 도민들의 긍지는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주제에서 좀 벗어나기는 하지만 전라북도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해 한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그것은 세계소리축제를 어짜피 전라북도에서 열고 있으니 행사에 여타의 문제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민들이 더 참여도 하고 협조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도민들이 참여하고 진정한 관심을 보이면 행정당국에서도 더 긴장해서 일을 하게 될것이고, 이 결과 행사가 더 커지고 실질적인 행사가 되어 국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중앙행정 당국에서 예산을 지원하거나 삭감할때도 한번더 신중하게 검토를 해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동안 외국에 살고 있으니 세계소리축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세계소리축제가 오래도록 열려서 한국에서 뿐만 아니고 세계 여러나라에 잘 알려지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앞으로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문화행사나 음악에 대한 강의를 할때 기회가 있을때 마다 한국에 가면 전주 전통한옥마을을 방문하라고 권할 작정이다./장연옥(민족음악학 박사, 런던대학교 초청강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7.03 23:02

전주영화제 조직위 개편 프로그래머 등 공개채용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조직 개편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영화제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사무국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을 공개채용하는 한편, 사무국장은 업무의 특수성을 인정, 특별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번 개편은 지난 4월 개최됐던 제 5회 영화제에서 운영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영화제 조직위 안팎에서 제기되어 왔었다. 특히 사무국장을 비롯 각 팀장들이 지난달 말 계약이 만료됐지만 조직위가 재계약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조심스레 점쳐졌었다.상근인력들이 빠져나간 영화제 사무국은 현재 파견 공무원만 남아있는 상태. 그러나 올해 영화제를 진행했던 이승환 사무국장은 조직이 교체될 때까지 운영을 맡아보기로 했다. ‘영화제의 브레인’ 프로그래머는 조직 개편 중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직위는 김은희 프로그래머가 사실상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정수완 프로그래머를 수석으로 2명의 프로그래머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프로그래머팀제로 좀더 폭넓게 각국의 영화를 짚어내겠다는 의도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5회 영화제를 치른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10회 영화제를 내다보고, 발전을 위한 고민으로 조직 개편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민위원장은 역할에 따른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조건으로 전주영화제에 맞는 시스템과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본격적인 조직 개편에 들어간 전주영화제는 다음 주 중으로 채용을 공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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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7.03 23:02

[오목대]식인상어 주의보

지난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를 일약 세계 최고의 흥행감독 자리에 앉힌 영화'죠스'는 식인상어의 흉포성을 보여주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등으로 화제가 됐었다. 길이 7m에 이르는 거대한 상어가 창날같은 이빨로 사람을 해치는 장면은 공포영화의 압권으로 평가되기도 했다.상어는'바다의 사냥개'로 불릴만큼 놀라운 청각과 후각을 갖고 있다. 물고기가 몸부림치는 소리를 1km 거리에서도 감지할 수 있으며, 사람의 핏방울을 1백만분의1로 희석시켜도 수백m 밖에서 냄새를 맡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상어가 사람을 해치는 상어는 아니다.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전체 4백여 종의 상어가운데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는 백상어와 흉상어, 뱀상어등 30여종 안밖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악한 식인상어는 영화'죠스'로 악명높은 백상어를 비롯 10여종 정도이다.식인상어의 피해는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지만 특히 호주나 남아공, 적도 가까운 국가에서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경우는 매년 해수면의 온도가 15∼18도에 달하는 5월경 부터 여름사이 전북과 충남의 서해안 일대에 주로 출몰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규명이 없다. 해류가 난류로 바뀌는 계절이어서 그렇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산란기를 맞아 얕은 해안을 찾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식인상에 의한 피해는 지난 1959년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수영하던 대학생이 식인상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처음 발생한뒤 지난 2000년까지 전북과 충남해상에서 모두 6명이 참변을 당했다. 키조개등 연안어업의 보고인 서해안일대에 식인상어가 출현하면 잠수서업을 하는 어민들은 당장 생계 위협을 받게되고 피서객이 대폭 줄어드는등 막대한 손실이 뒤따른다.올해들어 다시 서해안에 식인상어 비상이 걸렸다. 최근 전북·충남해역에 식인상어가 잇따라 출현함에 따라 해안경찰서가 식인상어 주의보를 내린 것이다. 실제 지난달 24일과 26일 부안 위도와 고군산군도 주변에서 길이 1∼1.5m의 백상아리가 포획됐다.외국의 경우 식인상어의 출현이 예상되면 조업 인근해역에 안전망을 치고 즉각 경계경보를 내리는 비상체제망을 갖추고 있다. 희생자가 나기전 철저한 대비와 함께 어민들이나 피서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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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4.07.02 23:02

[젊음!]미니홈피! 적당히 즐겨라

요즘 대학생치고 미니홈피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요즘 대학가에 불고 있는 사이버 열풍은 대단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미니 홈피에 접속해서 누가 다녀갔는지 살피고, 사진과 각종 자료들을 올리고, 친구들이 남기고 간 글에 답변을 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과 중 하나이다. 심지어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서도 "어제 방명록에 쓴 얘기 무슨 얘기야?”, "너 어제 사진 새로 업데이트 했더라~” 등의 미니홈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까지도 자주 볼 수 있다. 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 미니홈피 방문을 통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오프라인 상에서 만났지만 "혹시 미니홈피 있어?”라는 말과 함께 주소를 주고받아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경우도 매우 많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기에 대해 드러내는 1인 미디어였던 미니홈피가 많은 사람들의 편승과 함께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넓혀가면서 이제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하여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취미와 관련된 여러 모임들을 형성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성립하고 오프라인 상에서까지 그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온라인상에서의 동호회 모임은 활성화 되어오고 있었지만, 그 전에는 동호회라는 큰 틀 속에서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형태였던데 반해, 미니홈피를 통한 개인과 개인의 만남에서 비롯되어 큰 동호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작은 차이점이 생긴 것이다. 많은 사람이 미니홈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우연히 홈피를 통해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또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홈피를 통해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미니홈피가 하나의 연락 수단, 관계 확충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와 미니홈피 방문을 통해 사진 등으로 서로의 근황도 알고 예전보다 더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미니홈피는 자기에 대해 많은 부분을 드러내고 또 그 속에서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며 점점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점들의 이면에는 그 폐단도 함께 수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니홈피 꾸미기에 열광하면서 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정작 다른 일은 뒷전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의 경우에는 시험기간마저도 하루 한번 이상씩은 미니홈피에 꼭 들러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고, 강의 시간 중에도 사진을 찍어 핸드폰으로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리는 친구도 볼 수 있다. 또 처음에는 개인의 재미를 위해 만들었던 미니홈피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방문자가 많아지면서,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답변을 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미니홈피를 폐쇄하는 친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미니홈피를 통해 남들에게 보여 지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 중 어떤 것이 정말 자기의 참 모습인지 헷갈릴 때마저도 있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단순히 개인의 재미를 위해 추구되는 1인 미디어가 오히려 그 자신에게 부담감을 주고,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학업이 이루어져야 할 대학 전산실에서 미니홈피를 꾸미고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교 차원에서 미니홈피 접속 포트를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까지도 터져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니홈피를 꾸밈으로써 개인적인 만족을 얻고, 일종의 사이버 여가를 즐기고 있다. 자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그로인해 관계를 넓혀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폐단도 낳고 있다. 미니홈피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공간이다. 미니홈피를 꾸미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그로 인해 정작 다른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기를 놓쳐버린다면 훗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했다. 미니홈피! 적당히 즐기고 절제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진정한 사이버 여가 문화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고미영(전북대 유럽어문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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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7.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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