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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억지로는 못 사는 법이여!

時不至면 不可强生하고 事不究면 不可强成이라시부지 불가강생 사불구 불가강성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생겨나게 할 수는 없고, 아직 일이 이루어질 때가 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이룰 수는 없다. 중국 고대의 역사서인 《국어(國語)》라는 책의 〈월어(越語)〉에 나오는 말이다. 김일로 선생의 시 가운데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년."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들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급 승용차나 첨단 가전제품은 귀하게 여기면서도 길가에서 저 홀로 피었다가 지는 코스모스 꽃씨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자동차보다는 꽃씨가 훨씬 얻기 어려운데도 말이다. 자동차는 마음만 먹으면 일 년에 몇 천대라도 아무 때나 만들 수 있지만 꽃씨는 봄으로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에 이르는 그 기간을 거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다. 대형 빌딩은 아무 때나 지을 수 있지만 사람은 급하다고 해서 속성으로 키울 수도 없고 억지로 지혜를 주입시켜 넣을 수도 없다. 제 스스로 때가 되어야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보다는 꽃씨 하나가 더 소중하고 꽃씨보다도 사람은 더 귀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 때나 만들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것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아무 때나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면서부터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무모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조기 교육, 조기 유학, 속성 재배, 제왕절개, 성장촉진.... 세상일은 다 때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노력도 물론 소중한 것이지만 때로는 인간의 노력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 일도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至:이를 지 强:강할 강, 억지로 강 究:궁구할 구, 다할 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2.12 23:02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4주기 추념행사

故 최명희 선생의 4주기를 맞은 2002년 12월 11일. 그가 아름다운 혼으로 써낸 ‘혼불’과 문학적 생애를 추모하는 사람들은 올해도 그의 묘소를 찾아 고인의 문학세계와 생애를 기렸다.이날 제2회 혼불문학제가 열린 전북대 삼성문화관 건지아트홀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문학인과 독자들이 모였고, 고인이 잠들어있는 혼불문학공원에도 참배객이 이어졌다.혼불기념사업회(운영위원장 두재균)와 전라문화연구소(소장 임명진)가 공동 주최한 이날 혼불문학제는 독자들의 ‘혼불’에의 문학적 접근을 돕고, 연구자들에겐 ‘혼불’의 문학적 자산을 탐구하는 계기를 위해 마련된 자리.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참여인사들 중에는 강원룡목사가 눈길을 끌었으며 고인의 스승인 문학평론가 천이두교수와 시인 최승범교수, 그의 작품 10권을 완간한 한길사 김언호 사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오전에 열린 문학제에서는 혼불기념사업회가 전북대신문과 함께 공동 제정한 제2회 최명희 청년문학상과 혼불학술상 시상식이 열렸으며 학술상 수상자 이덕화 평택대교수는 ‘죽음의 미학에서 생명의 미학으로’를 주제로 강연했다.이날 행사에서는 혼불 홈페이지(http://www.honbul.net)가 시연돼 눈길을 모았다. 혼불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에게 우리 소설의 진수를 알리고 최명희의 횃불같은 문학을 기리기 위해 제작됐다. 김병용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작고문학가 중 한용운 김유정에 이어 세번째로 만든 홈페이지”라며 “혼불 원문검색 서비스를 비롯해 동영상 및 연구논문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등 알차게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오후에는 ‘혼불과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같은 장소에서 열려 혼불의 학문적 연구 작업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2.12 23:02

‘혼불’에 대한 학문적 연구 관점 넓어진다

○ 혼불기념사업회와 전라문화연구소주최한제2회 혼불학술대회○ 학문적 성과 진전 기대되는 다양한 연구논문 발표‘혼불은 한국사회가 식민지 시대라는 전체사 혹은 구조사속에서 개인의 생활사와 그 의미를 일깨워주는 의미있는 텍스트다.’대하소설 ‘혼불’이 사회사적 텍스트로서 주목되거나 사상과 종교적 특성이 분석되는 등 연구의 시각과 관점이 다양해지면서 학문연구의 성과가 큰 폭으로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혼불기념사업회(운영위원장 두재균)와 전라문화연구소(소장 임명진)가 주최, 11일 오후 1시 30분 전북대 건지아트홀에서 열린 제2회 혼불학술세미나는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혼불’을 새롭게 주목하게 하는 자리였다. ‘혼불과 전통문화Ⅱ’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혼불 수정과정의 언어 고찰’(서정섭, 서남대) ‘혼불에 나타난 사상과 종교’(유성호, 한국교원대) ‘호남의 규방 문화와 혼불’(김정자, 부산대) ‘혼불의 근대성과 민중성의 사회사적 이해’(원도연, 전북대) ‘혼불의 구술문화적 특성’(황국명, 인제대) 등이 발표돼 다양한 각도에서 혼불을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혼불의 근대성과 민중성의 사회사적 이해’는 한국사회사에 감춰진 개인에 주목하는 사회사적 텍스트로서 혼불을 분석해 새로운 연구 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날 주제 발표한 원도연씨는 “혼불이 보여주는 구체성은 전근대사회의 문화적 제도적 특징을 잘드러내주는 유용한 텍스트다”고 전제하고 “이 작품에 나타나는 저항과 순응, 갈등과 봉합의 반복되는 과정은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 가는 전환기 구조에 감추어진 개인들의 살아있는 모습이다”고 정리했다. 특히 그는 “작품에 드러나는 불완전하고 다면체적인 영혼들과 당시 생활사의 재현이 오히려 근대 전환기의 사회사적 의미를 더 잘 나타낼 수도 있다”며 작품에 담긴 사회사적 의미의 핵심을 근대성과 민중성으로 꼽았다. 평민·천민층 등장인물들이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비슷한 캐릭터와 비교해 성장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로써 혼불의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미덕은 민중적 삶의 리얼리티에 있고, 그것은 ‘토지’(박경리)나 ‘아리랑’(조정래)이 갖지 못한 큰 미덕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혼불’연구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과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은 부족했다”며 문학을 사회사로서 주목, 지역문학으로서의 성격규명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혼불’은 지역사가 역사학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상황에서 중요한 교재다”고 밝힌 박찬승씨(충남대 역사학과 교수)는 “혼불을 가족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오히려 마을사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마을내부에서의 다양한 계층을 그린 것이나 각 계층의 사람들을 일원화시키지 않고 다양하게 그려낸 것은 사회사적으로도 매우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혼불 수정 과정의 언어 고찰’을 발제한 서정섭 교수(서남대 국문과)는 세 번(1982년 동아일보판, 1990년 한길사 판, 1996년 한길사 완간본)에 걸쳐 간행된 ‘혼불’의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 초간본과 완간본 사이의 변화를 추적, 수정 배경을 학문적으로 정리해 관심을 모았다.최근들어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소장 평론가 유성호 교수(교원대)는 ‘혼불에 나타난 전통과 사상의 의미’ 주제 발표를 통해 “혼불의 가장 큰 매력이자 때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작품 안의 각종 풍속사 삽입이 서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도 이야기되지만 그러한 구조는 오히려 서사 구조를 확장하고 변형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쟁의 화두를 다시 제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발표자 외에도 김흥수(국민대) 변화영(전북대) 이경(부산대) 박찬승(충남대) 장성수(전북대)교수가 토론자로 나와 소설 ‘혼불’의 학문적 연구의미와 성과를 진전시켰다. 혼불기념사업회는 이날 학술행사의 결과를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12.12 23:02

창작가곡과 국악에 우러난 민초들의 애환, '전라도의 강'

만경강과 동진강, 섬진강, 적성강…. 전라도를 구비구비 흐르며 민초들의 지난한 삶과 애환을 에두른 전라도의 강을 창작가곡과 국악실내악으로 연주한다.전주국악실내악단(지휘 심인택 우석대교수)이 ‘전라도의 강’을 주제로 여는 제23회 정기연주회.벽골제와 만석보를 소재로 심인택 교수가 직접 곡을 만든 실내악 ‘들길 물길’의 초연으로 문을 여는 이번 무대는 지역 시인들과 작곡가들이 창작한 가곡이 흐르는 강물처럼 곱게 울린다. ‘만경강’(작시 문병학·작곡 조재수) ‘동진강’(작시 안도현·작곡 심인택) ‘적성강’(작시 박남준·작곡 지성호) ‘섬진강’(작시 복효근·작곡 김삼곤) ‘전라도의 강’(작시 이병천·작곡 김선) 등 5곡.도립국악원 창극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호씨와 박영순씨, 바리톤 우인택씨(바리톤 소극장 대표), 테너 김선식씨(남원시립합창단 지휘자) 등 4명이 노래한다.심인택 교수는 “강을 주제로 시인과 작곡가들에게 위촉한 초연작품인 만큼 완성도를 높이는데 신경을 썼다”면서 “우리 강에 담긴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국악으로 만나는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통문화센터가 기획하는 ‘전라도의 희로애락’ 네 번째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14일과 15일 오후 7시30분 센터 안 한벽극장에서 열린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2.12 23:02

[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강산제

'제'라는 말은 꼭 판소리 유파를 지칭하는 용어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송만갑제, 유성준제, 김연수제, 박초월제, 임방울제 등등의 용법도 있고, 또 설렁제, 경제, 설음제, 호령제 등의 용법도 있다. 물론 이것들은 유파를 가리키는 용어는 아니다. 앞의 예처럼 사람 이름 뒤에 '제'가 붙은 용어에서는 그 사람의 음악적 스타일이란 의미로 쓴다. 그리고 경제니, 설렁제니 하는 것은 특수한 선율을 가리킬 때 쓴다.이런 종류의 용어 중에서 독특한 것 중의 하나는 '강산제'라는 용어이다. 학자들 중에는 강산제가 동편제, 서편제와는 또 다른 유파를 가리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강산제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보통 강산제는 박유전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소리 중에서 보성 지방에 전승된 소리, 그러니까 박유전 → 정재근 → 정응민 → 정권진, 조상현, 성우향, 성창순 등으로 이어진 소리를 가리킨다.그러면 왜 이 소리를 강산제라고 부르게 되었는가.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박유전이 서울에서 활동할 때, 대원군이 박유전의 소리를 듣고 '네가 제일 강산이다'라고 하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박유전은 이 말을 들은 후에 호를 강산(江山)이라고 했는데, 이 호를 따서 박유전의 소리를 이은 소리를 강산제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박유전이 대원군의 몰락 이후 서울에서 내려와 나주 부근에서 정재근을 만나고, 정재근과 함께 보성으로 내려가서 살게 되었는데, 박유전이 살던 동네 이름이 강산리라서 그 소리를 강산제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강산리는 한자로 '崗山'으로 쓰므로, 이 때의 강산제는 앞의 강산제와는 한자 표기에서 다르다. 그 유래야 어찌 되었건 박유전의 서울 활동 이후의 소리, 곧 후기 소리를 지칭하는 것만은 같다. 상경 이전의 소리, 그러니까 이날치나 정창업에게 이어진 소리는 강산제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상경을 전후로 해서 박유전의 소리가 달라졌다는 것이 용어의 쓰임새에 나타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런데 모흥갑의 소리도 강산제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강산제 소리는 모흥갑의 소리와 박유전의 소리를 가리키는 명칭이 된다. 이 둘을 구별하기 위해서 모흥갑의 소리는 따로 '동강산제'라 해서 다른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이렇듯 강산제라는 용어는 동편제, 서편제와는 다른 쓰임새를 지니고 있다. 강산제는 박유전이나 모흥갑의 소리 중 특정한 소리만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최동현(군산대 국문과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2.12 23:02

소극장 연극제 세번째 무대 극단 ‘하늘’

제10회소극장연극제 세 번째 무대가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평일 7시·주말 4시/7시)극단‘하늘’의 ‘오늘’(연출 조승철/작 이만희). 연출 조승철씨는 지난해에 이어 극작가 이만희 교수(47·동덕여대)의 작품을 또한번 선택했다. 제9회 소극장연극제 무대에 올린 ‘돌아서서 떠나라’(연출 조승철/작 이만희)가 타시도 극단의 무대뿐아니라 영화제작으로도 이어져 유명세를 떨친 작품인데 비해 이번 무대는 예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99년 초연 이후 재공연이 없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희곡을 해석하는 연출의 시각과 배우들의 연기가 더 주목된다. 작품은 조각가인 경선이(홍자연 分)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 자신과 동생을 성폭행했던 황검사(권오현 分)의 죄를 묻는 과정을 그린다. “역사를 건설하는 영웅들이 여자 한둘 건드렸다고 그게 뭐 그리 대수겠어. 근데 너 같은 게 감히 날 죽이겠다고?”(황검사) “역사는 너희들 것만이 아니야. 법 또한 너희들만 심판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 모두가 심판할 수 있어. 권력을 가졌든 못 가졌든.”(경선) 삼촌의 강간, 동생의 자살, 있는 자와 없는 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등 사회 고발 메시지가 강하다. 문의 063)277-7440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12.12 23:02

[즐거운 학교] 호주의 교육제도

호주의 교육제도는 전체적으로 우리와 차이가 많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교육청과 교육위원회가 있으나 기능과 주정부 산하 조직이라는 점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교육청이라는 이름 대신 교육·훈련부(Education & Training)라는 이름을 쓴다.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 웨일즈의 경우 교육 관련 종사자가 10만명에 이르며, 연간 예산이 4조8천억원(80억 호주달러) 정도라 했다. 이는 주 정부 예산의 23%를 차지한다.교육위원회 제도가 있으나 집행청 견제 기능이 아닌 또다른 독립된 집행청 기능을 하고 있다. 모든 교육 관련 분야를 대표하는 회원들로 구성되며, 교과과정·교재개발·시험 관련 행정업무·자격 인정 등의 업무가 교육위원회의 주요 기능이다.뉴사우스웨일즈 교육부 산하에는 우리의 시·군 교육청과 같은 40개 지역교육청(District Office)이 설치돼 있다. 각 지역교육청별로 평균 50개 정도의 학교(초등 40개, 중·고 10개)를 관할한다. 학교장은 교사·학부모·학생대표들로 구성된 학교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전반적인 학교운영을 책임지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학교가 필요로 하는 과목도 자율적으로 요청한다.농어촌 오지 학교의 경우 통신 교육을 실시하며, 작은 초등학교의 경우 1명의 교사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공립 중등교육의 기반은 종합고등학교다. 모든 학생들은 집주소에 따라 구역내 고교에 입학할 권리를 보장받는다. 다만 우수 학생들이 진학하는 선발 고교가 있어 시드니에만 5∼6개의 명문고가 존재한다. 7학년서 12학년까지 중등교육으로 부르며, 11∼12학년의 경우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을 넘나드는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게 특징. 일반 학교와 전문기술직업 학교(TAEF)가 병존하는 교육체계 아래 고교 졸업생 혹은 재학중 30% 정도가 전문기술학교에 다닌다. 대학 졸업자의 30%가 직업교육과정으로 역류하고, 직업교육과정에 84세의 고령자도 다니고 있다고 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학교 졸업증 대신 10학년 수료 증명서가 주어지며, 10학년말에 언어능력·수학·과학·역사 등으로 치러지고 있다.올 국내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대한 학력평가 실시로 논란을 빚었으나 호주의 경우 오래전부터 교육부 주관으로 3학년·5학년생에 대해 학력진단 평가를 실시해왔다. 6학년생에 대해 영재학교 선발시험(영어, 수학, 상식)을 치르며, 상위 랭킹 5위 안에 들어야 명문 중·고에 입학할 수 있다고 뉴사우스 웨일즈교육청 홍보담당은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2.12.12 23:02

[즐거운 학교] 호주-뉴질랜드 학교 탐방

올 해외 유학생 수가 지난 10월말로 30만명을 돌파했다. 연말까지 36만명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IMF 이전 33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조기 유학에다 최근에는 재수 대신 해외유학을 선택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는 최근 10년 사이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해외연수·유학 국가중 하나로 부상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어떤 교육제도와 매력을 갖고 있어 국내 학생들에게 선호되는지 도교육위원회 동행 취재를 통해 알아볼 기회를 가졌다. 교육위원들의 해외 연수는 지난달 27일부터 5박7일간 실시됐으며, 2개의 중·고 탐방과 뉴사우스 웨일즈 교육청 방문 등으로 이루어졌다.◇뉴질랜드 포슨비 중학교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 시내에 자리잡은 포슨비 인터미디어트 스쿨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오후 2시. 2년 과정의 이 학교는 4백여명 정도의 학생을 수용하는 작은 규모의 학교였다. 외부인을 안내한 사람은 학교장이 아닌 이학교 학생회장·부회장이었다. 두 학생회 간부의 안내에 따라 학교를 둘러본 결과 시설만으로는 국내 학교 시설에 비해 나을 게 없다는 것이 교육위원들의 눈이었다. 실제 1976년 문을 연 탓에 학교 건물이 낡았고, 각 교실에 비치된 교재 도구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그러나 30개의 다양한 교실과 열린 학습이 교육위원들의 관심을 갖게 했다. 수학·영어 등의 기본 교과 교실에서부터 디자인, 예술 스튜디오, 사진 암실, 멀티미디어 워크숍, 음식과 바이오기술실, 패션기술실, 댄스 스튜디오 등 국내 중학교에 익숙하지 않은 교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수업시간 학생들의 자유분방함이 눈에 띄었다. 수업중임에도 교사의 허락없이 맘대로 교실을 드나드는 모습이었다. 엄숙한 수업모습에 익숙해진 이방객들에게는 이들의 수업문화가 산만한 것으로까지 비쳐졌다. 수업을 마친 전체 학생들이 오후 3시 강당에 모여 노래를 배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학생 뿐아니라 교사들이 함께 모여 노래 지도교사의 기타 연주에 맞춰 합창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끝냈다.한국 학생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이민 온 지 3년 됐다는 남학생은 “처음 적응이 어려웠으나 지금은 재미있게 공부하는 이곳 분위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학교 주임 교사는 “한국 학생 수가 30여명에 이르며, 예절이 바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다양한 교육과정과 특기·적성교육에도 이학교 역시 영어와 수학 과목 비중이 가장 높고, 두 과목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주임교사는 덧붙였다.◇호주 트리니티 고교시드니 중심가에서 블루마운틴쪽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자리잡은 트리니티 고교를 방문한 것은 12월2일 오전 9시 30분. 학교 홍보 담당(스타일스 박사)이 따로 있어 교육위원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성공회 재단에서 운영하며, 유치원부터 초·중학교까지 운영하는 재단이라고 했다. 고교 외에 다른 학교들은 별도로 떨어져 있으며, 현재 임시로 유치부가 고교 시설내에 자리잡고 있었다. 유치부 부모들은 고교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어 대환영이라는 게 스타일 박사의 설명이었다.남학생만이 다니며, 학생수는 1천2백명으로 비교적 큰 규모 학교였다. 한국 학생 30여명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마침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조회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일 한 차례씩 조회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회시간 학교장 훈화 등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학교의 조회는 학교 행사 등을 통지하는 자리였다. 호주 학교 대부분이 그렇듯 이학교 학생들 역시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넥타이 색깔로 학년이 구분됐다.학교 시설은 국내 고교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잘 갖춰져 있었다. 음악 관련 시설만 해도 합창반·밴드부·오케스트라 교실이 별도로 각각 만들어졌고, 여기에 개인 레슨실까지 갖고 있었다. 음악 특성화 고교가 아님에도 건물 한 동이 음악 관련 교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개인 레슨의 경우 우리의 특기 적성교육처럼 외부 강사를 초빙해 희망자에 한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음악실 뿐아니라 전시실이 있어 학교에서 자주 전시회를 마련한다고 했다. 과학실험실 역시 세분화 돼 물리·지구과학·생물 등의 각기 다른 실험실로 운영되고 있었다.체육시설로 대형 운동장을 비롯, 테니스장, 수영장, 헬스장까지 갖추었다. 주 5일제 수업이지만 토요일은 의무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단다. 학생들은 각 운동 클럽에 가입해 토요일 운동경기를 갖는다. 학생들이 매주 발간하는 학교 신문에 매주 경기 결과가 실려 있었다. 헬스장과 수영장을 동문과 지역사회에 개방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2.12.12 23:02

[역사속 오늘] 12월 12일

▲일력(日曆)12월 12일(木). 음력 11월 9일 ▲출생미국 대중가수.배우 프랭크 시내트라(1915-1998),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 미국 가수 카니 프란시스(1938- ) ▲타계인권변호사 조영래(趙英來.1947-1990),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1812-1889) ▲국내외 주요사건 1800년 = 미국, 워싱턴 DC를 수도로 결정 1804년 = 스페인, 영국에 선전포고 1913년 =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모나리자, 도난 2년여만에 이탈리아서 회수 1925년 = 이란 팔레비 왕조의 첫 국왕 레자 샤 팔레비 즉위 1936년 = 조선총독부, 조선인 사상범 보호관찰령 공포. 장쉐량(張學良) 휘하의 중국 동북군이 장제스(蔣介石)를 감금한 `시안사건'(西安事件) 발생 1946년 = 남조선 과도입법의원 미군정청에서 개원(의장 金奎植). 유엔, 미국사업가 존 록펠러가 유엔본부건물 대지용으로 기증한 뉴욕 맨해튼의 토지를 수용키로 결정 1948년 = 유엔총회, 대한민국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 1960년= 제 3대 지방의회(서울시 및 도의회) 의원 선거 실시 1963년 = 케냐, 영연방내 한 국가로 독립 1978년 = 제 10대 국회의원 선거 1979년 = 신군부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전격 연행한 `12.12 사태' 발생 1985년 =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民家協) 발족 1990년 = 제3차 남북고위급 회담 취재차 서울 온 북한 기자 20여명, 당국의 허락없이 임수경양집.한국외국어대.동국대 등을 불시 방문취재 1991년 = 러시아 의회, 구소련내 3개 공화국간 독립국가연합(CIS) 조약 승인 1993년 = 러시아, 신헌법 채택 1996년 =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 2000년 = 미연방대법원,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미국 43대 대통령 당선자로 사실상 확정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2.12 23:02

전북도 "소리전당 위탁기관 엄정한 기준-투명하게 평가"

지난 9일 열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민간위탁 대상기관 선정에서 학교법인 예문학원(이사장 차종선)이 우선협상 대상 1순위에 선정된 것은 여러 심사기준에 걸쳐 고르게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사업계획(400점) 책임경영능력(3백50점) 문화사업수행실적 및 신뢰도(2백50점) 등을 평가한 이날 심사에서 예문학원은 심사위원 11명 중 9명이 1∼2순위로 지목, 들쭉날쭉한 평점을 받은 타 단체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심사결과 발표 후 탈락한 일부 단체에서 제기한 공정성 시비도 문제될 것 없다는 게 심사위원회와 전북도의 입장이다.심사위원들은 “짧은 시간에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주어진 시간내에서 밀도 높은 심사를 벌였으며 예문학원이 선정된 뒤 가진 사후 평가에서도 어떤 이의가 제기되지 않을 정도로 선정과정이 투명했다”고 말했다.전북도 또한 심사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을 위촉한데다 심사기준과 배점도 심사위원회 재량에 맡겨 진행된 만큼 선정과정은 공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사에는 한계수 행정부지사, 공인회계사 권휘일씨, 곽병창 전통문화센터 관장, 김주호 메타기획컨설팅 대표, 박성일 도문화관광국장, 이상문 도의원, 이재호 전주KBS 보도국장, 이철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사무국장, 정성환 전북대 예술대학장, 조석준 예술의전당 교육팀장, 조명디자이너 최형오씨 등 11명이 참여했다.이들은 사후 토론에서 탄력적인 심사일정 운영, 소리전당 위탁기간 연장 검토, 소리전당 정체성 확립위한 자문회의 구성, 소리전당 교육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문했고 전북도는 적극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전북도는 20일까지 예문학원과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 뒤 내년 1월 1일부터 2004년 12월31일까지 2년동안 예문학원에 소리전당 운영을 맡긴다. 이 과정에서 소리전당 안정적 운영을 위해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와 업무 인수인계를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구상이다.도 관계자는 “협약 체결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고용승계를 예문학원에 최대한 권장, 업무 인수인계를 자연스럽게 이어내 수탁단체가 바뀌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2.11 23:02

[문화쟁점] 도립국악원 사태 (3)운영체계와 발전방안

전북도립국악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악원 운영체계에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체협약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며 협의를 이끌어내는 작은 테두리 안에서의 제도개선 보다 도립국악원 위상 정립과 발전방향을 담보할 수 있는 ‘거대 담론’차원의 운영방향이 근본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립국악원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운영체계는 현 사업소 체제와 민간위탁, 원장 책임경영제 등 3가지로 정리된다.이 중에서도 쟁점은 도립국악원 노사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민간위탁’. 전문가는 물론 국악인들도 장기적으로는 도립국악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도 추구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공공문화예술단체의 민간위탁이 전례는 물론 성공사례를 찾기 어려운데다 민간위탁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세종문화회관도 아직까지 정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보장 없는 실험’이 도립국악원 ‘민간위탁’의 걸림돌인 셈이다.그럼에도 전북도는 공공기관의 민간위탁이 추세인데다 행정이 운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도립국악원의 민간위탁을 염두에 두고 있다.현재 겪고 있는 노사갈등에 따른 부담감과 따가운 여론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도에서 민간위탁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알려졌다.반면 노조는 예술을 경영의 잣대로 평가하는 민간위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입장. 대신 현 사업소 체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원장을 공무원 대신 전문가로 영입,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노조의 이같은 입장은 ‘안정적 신분 및 지위 보장’과 국악원 운영 자율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그러나 도와 노조의 희망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민간위탁과 사업소 체제의 중간 형태인 ‘원장 책임경영제’를 도입, 공공성을 제고하고 소외계층 문화향유 기반 조성 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책임경영제를 도입한 몇몇 공공문화예술단체의 성공 사례도 전문가들의 제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립극장의 책임경영제는 성공적인 예. 두드러진 활동으로 주목을 모아온 김명곤극장장은 올해말까지 임기가 끝나지만 그 성과를 높이 평가 받아 연임됐다. 멀리 갈것도 없이 전주시립 예술단도 지휘자 책임경영제를 도입한 이후 비교적 안정되고 책임운영의 성과를 구축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문화평론가 문윤걸씨는 “민간위탁은 수익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러나 도립국악원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문화복지 실현 등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도립국악원 일각에서도 책임경영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소와 민간위탁의 중간형태인 책임경영제는 국악원 집행부와 노조가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고 자율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립국악원 운영체계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현사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인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과 선택이 시급하다는 제안이다. -끝-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2.11 23:02

한해 마무리하는 전주풍물시동인회 시세계, ‘매화는...’

‘매화는 살창너머 속속곳 힐끔거리고’(전주풍물시동인회)전주풍물시동인회(회장 안평옥) 회원 24명의 2002년은 분주했다. 조기호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하현달 지듯 살며시 간 사람’을 시작으로 최만산 시인은 첫 시집 ‘허구의 숲’을, 조미애 시인은 ‘흔들리는 침묵’을 두 번째 시집으로 선보였다. 정희수 시인은 ‘내 마음의 풍경소리 날아간 자리’‘내가 누운 자리에 꿈이 내리면’등 2권의 시집을, 박석구 시인은 ‘조개껍질은 녹슬지 않는다’‘깨진 장독 속에 하늘을 담아 놓고’‘하루에 한번쯤은 혼자 걸어라’ 등 3권의 시집을 상제 했다. 이들의 분주한 한 해가 ‘매화는 살창너머 속속곳 힐끔거리고’(전주풍물시동인회)에 담겼다. 지난해 펴낸 ‘씨앗은 침묵의 꽃을 피우고’‘꽃잎에 찍힌 지문’에 이은 열 한 번째 동인지다. 안평옥 회장은 “문예기금 등 외부 지원 없이 회원들 스스로 일군 논밭이기에 더 뿌듯하다”며 “독자들의 격려와 주마가편(走馬加鞭)식의 질타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인집에는 김영 문금옥 박석구 박철영 소재호 안평옥 이동희 장교철 장욱 정군수 정희수 조기호 조미애 진동규 최만산 최영 등 회원들이 거둬들인 풍성한 시편들이 실렸다. 유대준·임춘자·박은주·김혜선 등 지역 시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인들을 회원으로 영입해 풍물시동인으로서의 첫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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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2.12.11 23:02

뚜벅이 할아버지의 좌충우돌 여행기, ‘우리 땅 걸어서 삼천리’

이정수씨의 ‘우리 땅 걸어서 삼천리’(선미디어)인터넷사이트 전북신문을 운영하며 젊은이 못지 않은 다양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는 이정수씨(66)가 30일간 ‘우리 땅 걸어서 삼천리’(선미디어)의 여정을 책으로 정리했다. 전주 풍남문에서 출발해 대도시들을 연결하며 진행된 ‘걸어서 3천리’는 광주, 부산, 대구, 춘천, 서울, 그리고 지리산종주까지 이어졌다.(총 877km, 2,200리) 노년에 날마다 다른 환경·인심·풍물을 접하며 전국일주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이왕 태어났으니 못 돌아본 방방곡곡을 이 두 발로 걸어서 한 번 돌아보고 싶다”고 밝힌다. 저자는 여행길에서 쓴 일기를 통해 인간으로서 ‘지킬 것은 지키고 살자’는 생각을 강하게 피력하고 ‘노인도 사람대접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주장한다. 우리 나라 도로와 교통행정의 문제점, 운전자들의 난폭한 운전습관, 바람직한 음식문화, 지역특산품 개발,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친절성, 환경문제, 인간중심 행정 등에 관해 사회의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툭툭 던져놨다. 그래서인지 여행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물에 대한 투덜거림, 노인 특유의 건망증과 까다로움까지 인간내가 물씬하다. 김제 황산 출신인 이정수씨(66)는 전북매일, 전북도민일보, 호남매일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인터넷사이트 전북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으로‘山中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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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2.12.11 23:02

[정양시인의 책으로 읽는 세상] 역사의 하수구에 모인 철새들

올 겨울 치르는 우리나라 대선은 그 어느 혁명보다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미리 흥분하는 이들이 많다. 후보들마다 다투어 내세우는 부패 청산, 낡은 정치 청산, 경제 번영, 미국에 대한 국가적 자존심 확립 등등,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흥분의 원인이 딱히 그 메뉴들 탓만은 아닌 것 같다.부패 청산이나 낡은 정치 청산만 두고 보더라도 그것들이 사실은 이미 부패되고 낡은 메뉴라는 것을 모를 유권자는 없다. 후보들 간에는 서로 상대방을 부패 세력, 낡은 세력으로 몰아붙이지만 누가 억지부리는가를 대강 알고 있는 유권자들은 군침은커녕 미리 입맛을 버리고 있다. 국가적 자존심도 경제번영도 그것들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이미 없다.어떤 이들은 또 이번 대선에서 냉전세력화냐 민주세력화냐에 관심을 모으며 기대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냉전세력임을 자처하는 후보는 없다. 후보자들의 그런 태도는 일단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데, 판단 흐리게 하는 것을 결정적으로 돕는 것이 지역감정이라는 악령이다. 지역감정은 똥파리도 ‘씩씩한 새’로 보이게 만든다.후보들도 말로는 그 지역감정을 청산하자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사실은 오로지 그것 하나 믿고 선거에 임하는 똥파리 같은 후보도 없지 않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이 흥분을 못 감추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 지역감정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못 감추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죄 없는 철새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역감정의 하수구에 모여든 정치철새들 탓이다. 요즘의 정치철새들을 보면 시조시인 조운(曺雲)의 절창 ‘구룡폭포’ 생각이 난다. 금강산의 구룡폭포라는 아름답고 격정적인 폭포 앞에서 시인은 풀잎 끝에 한 방울 이슬로 맺혀 있다가 그 격정, 그 감격의 폭포 속으로 휩쓸리듯 뛰어들고 싶어한다. 식민지시대에 쓰여진 이 시조에서 폭포는 혁명이나 해방과 같은 역사적 감격을 상징하고 있다. 그 역사적 감격의 현장에 표도 안 나는, 그러나 티 없는 한 방울 이슬로 뛰어들어 섞이고자 하는 시인의 꿈은 실로 그 어느 폭포보다도 어느 혁명보다도 아름답다. 요즘 인터넷에 들러보면 그 이슬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운 이들이 참으로 많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그 지역감정의 하수구에 집단적으로 날아든 철새들을 한꺼번에 싹쓸이할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정양(시인,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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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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