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그래도 봄을 기다린다
가끔 택시를 탄다. 어제 저녁에도 늦은 시각에 택시를 탔다. 피곤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하였는데, 그게 한숨으로 보였나 보다. "스님도 한숨을 쉬세요?" "그럼요, 스님도 피곤할 수 있습니다.""그래도 중생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면 안되죠""피곤해도 피곤한 티를 내지 않아야 하는 인생인가보네요."한참 있다가 스스로 얘기 했다. "중생의 문제가 산더미 같은데, 스님들인들 편할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대개는 내 안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서 힘든 일이 더 많지요."봄이다. 여기 저기에서 봄 소식이 전해온다. 봄을 맞으러 어디론가 가야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저 깊은 마음속에 있음을 본다. 남도로 봄을 보러 가줘야 봄이 좋아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삶이 빡빡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봄의 한 가운데 있게 된다. 내가 말하는 봄이라는 것은, 봄의 첫 시작 같은 것이다. 욕심이다. 따져 놓고 보면, 첫 시작이 어디에 있나.자세히 보면 빌딩 숲 속에도, 하다못해 작은 화분에도 봄이 이미 와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라고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닌 것이 문제이다. 얼마 전에, 가톨릭교회에서는 새로운 어른을 모셨다. 문을 잠그고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투표를 진행한다는 콘클라베를 통해 새로운 교황이 탄생하였다. 프란치스코를 당신의 이름으로 선택하였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진실한 겸손, 청빈의 상징이라 한다. 그는 평소에도 검소한 생활을 실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주교에 올라선 후 넓은 대주교 관저에 머물지 않고, 작은 집을 얻어 생활하였다고 한다. 평소에도 가난하고 낮은 자들의 삶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였다고 한다.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 이 땅에는 아직도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을 힘들어 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아픔과 슬픔은 싫어하고, 사랑과 행복을 원하는 다 같은 사람들이다. 물질을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되다보니,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험악한 일도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잊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사람의 가치야 말로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진리를 일깨워주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자연도 평화롭다. 사람이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는 세상은 한숨과 눈물이다. 이 시간에도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목숨을 담보로 철탑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해고통지를 받고 쫓겨나, 건물 옥상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추위와 온갖 소음속에 텐트를 치고 살면서, 제발 일을 좀 하게 해달라고, 일 해서 먹고 살게 해달라고, 몇년 동안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는 않더라도, 대화는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마저 거절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외쳐도 나와 상관 없으면 무관심한 것이 작금의 우리들이다. 심지어는 한반도에 핵을 가지고 서로 위협하거나, 핵을 실은 비행기가 우리 머리 위에 날아다녀도 무감각한 것이 우리들이다. 잘하고 못하고는 잘 모르겠지만, 공부 많이 하시고 생각 깊은 정치하시는 분들이 제발 우리민족을 생각하고 우리 후손들을 생각해서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대화 하기를 바란다. 새 대통령도 나왔고, 교황님도 새로 오셨다. 굳이 봄을 찾아 떠나지 않아도, 우리들 얼굴마다에 봄이 항상 가득한 세상을 꿈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