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식탁 위의 수다] (29)조리과학자
식재료에 물과 부재료를 더하고 열을 가하여 직접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대학시절 교재에서 배운 음식의 정의이다. 즉, 식품 원재료는 날것으로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부재료를 더해 다양한 공정을 거치고, 열 그리고 인력이 들어가 음식으로 조리된다. 이와 같이 식재료에 어떠한 과정을 더해 인간이 먹기에 알맞은 상태로 만드는 가공 조작을 조리(cooking)라 한다.조리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리 과정을 통해서 맛, 향, 온도의 변화를 가져와 풍미와 외관을 좋게 하여 식욕을 증진시키고, 식품을 씻고?썰고?담그고 하는 동안 식재료에 붙어 있는 먼지와 세균 등을 제거해주고, 독소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여 안정성을 높여준다. 식품을 건조?냉장?염장?가열함으로써 저장성을 높이고, 최종적으로 식품 영양소의 유출이나 파괴 등의 손실을 최소화하여 조리함으로써 영양학적인 효율을 높여준다.이와 같은 조리는 다듬기와 씻기부터 시작하여 간보기와 그릇 담기로 마침표를 찍는다.과정 하나하나마다 식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다듬고, 씻고, 자르고, 익혀서 간을 보게 되는데 우리의 힘을 덜어 주는 것이 바로 주방기구 및 기계이다. 옛말에 "연장이 일을 한다"고 하였다. 주방 기구와 기계가 없다면 우리는 시간적인 낭비와 힘을 더 많이 더해져야하기 때문에 음식 만드는 일을 지금보다도 더 힘들게 느낄 것이다.조리는 경험에서 오는 능숙한 손놀림이며, 손으로 식재료와 조리 기구를 매만지며 몇 평 안되는 부엌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연출인 것이다.전체적으로 완벽한 연출자가 되려면 어떠한 음식을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 기획, 식재료 구입을 위한 섭외, 어떠한 내용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대본의 역할을 하는 만드는 방법을 순서에 따라 정리해 두어야하며, 최종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알려 줘야한다. 그리고, 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조리를 하는지 설명을 더해 주어야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꼭 알아야할 부분이 바로 "조리과학"인 것이다. 좋은 조리를 하는 데는 조리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식품을 조리할 때 식품에서의 변화과정에 대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조리 기술의 습득은 오랜 경험과 숙련으로 익혀지지만, 조리 과학의 이해는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갈비를 재울 때는 왜? 간장이 아닌, 설탕을 먼저 넣는가?' 이 대답은 설탕이 고기를 연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어떠한 메카니즘으로 인해 설탕이 고기를 연하게 하는 연육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덧붙여져야 바로 조리과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럼, '간장을 먼저 넣으면 고기가 질겨지는가?', '설탕 대신 당이 함유된 과일인 키위를 1개 갈아서 넣었더니 살코기가 풀어져버렸다. 이유는?' 이라는 질문을 할 때 조리사보다는 조리과학자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조리과학자는 다양한 식재료들의 궁합을 따져가며 선택하고 조합해야하며, 다양한 조리 도구의 선택과 조리 온도를 맞추고, 여러 조리법을 활용하여 좋은 요리를 만들어낸다. 현재까지 조리의 단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왔지만 식품과 식품 혼합물의 구조는 아주 복잡해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 그러므로 조리과학자들은 이 반응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로 인하여 현재의 조리방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여 본질을 알아내야한다.조리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조리하는 동안의 온도·습도·빛·공기 등의 환경 상태로 인하여 일어나는 반응, 그리고 조리과정 중 첨가되는 부재료 및 첨가물이 식품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폭 넒은 지식을 가져야한다. 이러한 지식이 쌓이다보면 편안하고, 쉬운 새로운 조리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조리과학자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조리방법은 시간이 지나면 또 하나의 조리문화로 정착되는 것이다./송영애(푸드코디네이터·전주기전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