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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작품 위작 공방 확산 일로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로 시작된 '박수근 위작' 공방의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빨래터'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스터디빨래터' 사이트를 운영 중인 미술품 과학감정 전문가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의뢰로 진행됐던 과학감정 분석에 사용된 기준작 7점에 대해 검증을 벌인 결과, 최소 5점이 위작이라는판단을 내렸다"고 13일 주장했다.앞서 최 교수는 지난 7월 기준작 7점중 '고목과 여인'은 올해 1월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으로부터 작품 수복(修復) 의뢰를 받았으나 1980년이후 만들어진 가짜라고 판정, 돌려보냈던 작품이라며 기준작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그는 "1950년대 초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제작된 박수근의 진품 7점을 입수해 물감 원소를 분석한뒤 이 결과를 미술품감정연구소의 의뢰로 진행된 과학감정 기준작의 원소 분석 내용과 비교해 내린 판단"이라며 "물감 원소 검증을 통해 위작이라고 판단한 4점의 그림은 진작들과는 판이한 원소 분석 형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결국 '고목과 여인'을 포함하면 7점 중 5점 이상이 박수근의 작품이 아니고 위작이라는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특히 그는 이들 5점 중 2점은 서울옥션을 통해 거래됐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최 교수는 자체 입수한 7점의 진품을 대상으로 물감 원소를 분석한 결과, 진품은 주황색을 구성하는 수은(Hg)이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서울대 등이 과학감정 때 사용한 문제의 기준작들은 많은 양의 수은이 포함돼 있고 카드뮴(Cd)도 자체 분석한진품에 비해 1천배가량 많이 사용되는 등 박수근의 진품과는 판이한 원소 분포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서울옥션은 최 교수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윤철규 대표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단 아트레이드측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 집중한 뒤 최 교수의 주장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법적 대응 여부 등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윤 대표는 "그 많은 경매 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서울옥션이 작품 진위 문제때문에 고객에게 환불한 사례는 이중섭 사건 때 한번 밖에 없을 정도로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해왔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빨래터의 위작 의혹을 제기했던 아트레이드의 류병학 편집주간은 서울옥션이 자신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으나 아예 맞고소를 통해 형사 사건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한편 최명윤 교수는 "박수근의 작품은 1975년 10주기 전시 때 문헌화랑 도록으로 91점만 소개됐으나 1985년(열화당 도록) 169점, 1995년(시공사 도록) 199점 등으로 늘어왔고 추가된 작품들에 대한 학술적인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장기적으로 도록에 포함된 박수근 작품도 진위를 가리는 작업을 벌여나갈 생각"이라고진위 공방의 추가 확산을 예고했다.<박수근 '빨래터' 진위 논란 일지>◇2007년▲5월22일 서울옥션 경매서 45억2천만원에 낙찰▲12월말 미술전문지 아트레이드 창간호 '위작 의혹' 보도◇2008년▲1월9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진품 판정▲1월23일 서울옥션, 아트레이드에 대해 30억원 손해배상 소장 접수▲7월3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과학감정 의뢰결과 '진품' 공식발표▲7월9일 최명윤 '스터디빨래터' 사이트 개설▲7월22일 최명윤 "기준작 중 '고목과 여인'은 위작" 주장

  • 문화일반
  • 연합
  • 2008.08.13 23:02

[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28)건축물 미술장식 제도

2006년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타계 소식이 들려오자 사람들의 관심은 전주시 서노송동 대우빌딩에 쏠렸다.생전 백남준이 남긴 9000여점의 작품 중 도내에 유일하게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실과 고전과의 조화'란 작품이 바로 대우빌딩 로비에 있었기 때문이다. 60여개가 넘는 모니터와 형광램프, 태국에서 가져온 불상집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997년까지는 20여분 분량의 비디오가 하루 세차례 상영됐었지만, 화면이 어지럽고 작품이 난해하다는 일부 시민들 반응에 상영을 중단했었다. 작가의 죽음으로 잠시 관심이 집중되는 듯 싶었지만, 이후 다시 작품 전원은 꺼졌다.거장의 작품이 전북에 있는 이유는 건축비용의 1%를 건축물 미술장식품 구입에 사용해야 한다는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 덕분이었다. 1994년 대우빌딩 완공 당시 전주시 건축심의위원회가 건물규모에 비해 미술작품 구입비가 부족하다며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자 백남준의 작품이 추가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처럼 도심 거리를 걷다보면 빌딩 앞 혹은 건물 로비에서 생각지도 못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발견할 때가 있다. 대부분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에 의해 설치된 것들. 의무적으로 설치된 작품들이지만, 삭막한 도시에서 미술품들은 공공미술로서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2001년 도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개관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도 미술품들이 있다. 모악당 앞 중앙광장에 설치된 작품은 정읍 출신으로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하며 유명해진 전수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소리, 빛, 자연'. 직선과 곡선을 중심으로 생명과 자연, 커뮤니케이션과 미래의 비전을 상징화시킨 이 작품에 대해 전교수는 "놀이, 다양한 소리, 음악을 체험하고 리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었다"며 "당시 상당히 많이 생각하고 노력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그밖에도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에 의해 연지홀 앞에 김성식의 '율-심연의 울림'이, 분수대 앞에 류경원의 '영원율'이 설치됐다.전주시 금암동 우석빌딩 로비에는 한국화가 송계일 전 전북대 교수와 김병종 서울대 교수의 작품이 걸려있다. 송 전 교수의 '공간이미지'는 먹으로 배경 처리를 한 후에 동·서·남·북·중앙을 상징하는 오방색의 사각형을 띄워 새로운 조형감과 공간감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 내부의 정신적 공간 회복 의미를 담아 1998년 제작됐다. 김교수의 '생명의 노래-鄕'은 고향의 아름다운 풍광과 약동하는 생명력을 담은 작품. 산과 물, 바람과 구름, 나무와 새 등 자연물을 필묵으로 형상화했다.정현도 전북대 교수의 작품은 전주시 금암동 삼성화재와 서신동 이마트 등에 설치돼 있다. 롯데백화점 전주점 앞에 서있는 군상은 황순례 전주대 교수의 작품. 완주군 이서면에 위치한 황교수의 작업실에 가면 이 작품들과 함께 제작됐지만, 롯데백화점에서 구입하지 않은 나머지 작품들도 볼 수 있다.2005년 청사를 이전한 전라북도 신청사에는 수준 있는 미술장식품들이 한 곳에서 모여있다. 어미가 어린 아이를 품에 안은 듯한 모악산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박충흠의 '생-도전 그리고 도약', 동심 속에 내재돼 있는 상상력과 꿈을 압착시멘트와 모자이크 타일로 만든 강용면의 '휴식-아이들의 이야기' 등이 분수광장이나 벽천 등 야외공간에 설치돼 있다. 도청 내부는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 이외에도 특별예산으로 지역 미술가들의 작품을 구입, 시선 닿는 곳마다 작품이다.미술관이 아닌,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미술품들은 색다른 재미를 주는 거리의 발견. 오다가다 챙겨보는 맛도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13 23:02

"가야금의 우수성 세계에 알려야죠"

"10여 년 전 가야금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갔어요. 도서관에 가 보니 한국의 가야금 관련 책이 한 권도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영문으로 가야금 관련 단행본을 낼 생각을 했습니다."가야금과 가야금 창작곡 등을 설명한 영문 단행본 '한국의 현대가야금 음악:전통, 현대 그리고 정체성'(Contemporary Kayagum Music in Korea:Tradition, Modernity and Identity)이 민속원에서 출간됐다.저자는 현재 국민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이자 서울대 음대 동양음악연구소 연구원인 김희선(39) 씨다.서울대 국악과와 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김씨는 국내에서 가야금 독주가로 활동하다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피츠버그 대학교 음대 민족음악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박사학위를 마친 뒤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김희선 컨템퍼러리 가야금:내러티브' 공연을 갖기도 했다.김씨는 "이번에 제가 낸 책은 단편적으로 가야금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가야금과 가야금 창작음악 등을 소개한 첫 번째 영문 단행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김씨는 "가야금과 비슷한 악기인 중국의 쟁, 일본의 고토는 1960년대 이전부터 단행본으로 출판돼 영어권 학자와 독자들에게 소개돼 왔다"며 "제 책은 문화인류학적으로 가야금과 가야금 창작음악을 분석해 전공자와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민속원의 영문 한국학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나온 김씨의 책은 가야금의 세계, 황병기와 창작음악의 시작, 이성천과 새로운 스타일의 가야금 음악, 현대 가야금 음악의 연주, 전통 현대 그리고 정체성 등을 주제로 구성됐다.김씨는 "가야금이 어떤 소리를 내는가를 소개하기 위해 황병기, 이성천 등 주요 가야금 창작곡 작곡가와 연주가들의 대표곡을 담은 CD를 부록으로 실었다"며 "책은 국내에서 판매되지만 해외에 나갈 때마다 관련 기관에 배포해 가야금을 널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8.12 23:02

'인심'이 있는 좋은 땅 이야기

'사람은 역사도 만들고 지리도 만든다.'1980년대 중반부터 문화유산답사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신정일씨가 「대한민국에서 살기좋은 곳 33」 (랜덤하우스)를 출간했다. 신씨는 자신의 체험에 근거해 명당과 길지를 구별하고 있다.땅값이나 높낮이와도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 댐 건설과 국토 개발로 인해 지형이 많이 바뀐 탓에 과거 풍수지리서의 내용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그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사람을 감싸 안아 주듯 포근하고 아늑한 33곳을 추천했다.그가 꼽는 살기 좋은 땅의 첫 번째 조건은 '인심'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좋은 기운이 흐른다는 믿음이 깔려 있어서다. '자연과의 교감'도 중요하다. 각박한 현대 문명에 찌들어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의 교감은 인간 본성을 회복하고, 치유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1부 '시선이 멈추는 곳, 마음이 머무는 자리'에서 맑은 날씨와 역사의 숨결이 숨쉬는 경남 통영 삼덕리를 기웃거렸다가 김제 금산면 귀신사 부근에서 '마음의 명당'을 찾는 그가 있다.이어 2부 '천하의 기운을 품은 길지'를 찾기 위해 전남 구례군 오미리 운조루에 들러 '풍요와 부귀영화가 마르지 않는 길지'에 머물렀다 구룡소에 발을 담그며 멋진 풍광을 이루는 강원도 평창군 팔석정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한다. 이외에도 3부'마음과 몸이 살아나는 땅' 4부'완벽한 휴식을 주는 마을' 등을 두루 돌며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이는 곳들로 안내한다.마을들의 고승들이 세운 유서 깊은 절과 정쟁을 피해 낙향한 선비들의 흔적까지 소중히 담겨있다. 역사와 풍수, 민간전승이 함께 하는 뛰어난 인문여행서다.문화사학자이자 '우리땅 걷기 모임' 대표인 신씨는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다시 쓰는 택리지 1∼5」등 40여권의 책을 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12 23:02

자식 보낸자리에 '희망의 도서관' 짓다

책을 널리 알린다는 신념은 간절하지만, 비어 있다. 아픔이 남긴 자유로움이다.20년째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사재를 털어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해온 김수연 목사.그가 첫 산문집 「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문이당)을 출간했다.'한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그 충격이 살을 뚫고 들어와 고스란히 몸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 바위덩이처럼 몸 안 깊은 곳에 들어앉아 나를 옥죄이던 그 단단한 껍질을 깨고, 덧나 곪고 썩은 회한의 상처들을 죄다 끄집어내어 망각의 강물로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방송기자로서 그의 삶은 훌륭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닥친 불행. 그는 꽃 같은 자식을 먼저 보내고 아내마저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인생의 내리막에 들어섰을 때 흔히 빠지기 쉬운 자기 연민이나 분노에 휘둘리지 않았다. 대신 그토록 증오하던 기독교에 귀의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 현준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문화 소외 지역 아이들을 위한 '책 퍼주는 남자'가 됐다.책과 도서관을 통해 오르막의 희망을 발견해서다.도서관을 많이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속에 도서관 하나씩 짓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철학.세상에 뿌려진 수십만 권의 책은 그의 작은 민들레 씨앗이다.'그 씨앗들 가운데 몇 개는 바람을 타고 높이 날아올라서 내 아들이 잠든 천국의 밭에도 피어나길 소망해본다.'자신이 포기하지 않는 한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되지 않는다는 믿음과 사람에 대한 희망을 온몸으로 껴앉는 그를 통해 각자의 삶이 가치있게 쓰여져야 한다는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12 23:02

"참 행복했습니다…" 퇴임 앞두고 동시집 낸 김용택 시인

"친구들이 사진 찍으러 가자 해서 얼떨결에 원서 내고 선생 됐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순수한 영혼들 사이에서 산다는 건 축복받은 일 아닙니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름다운 직업이란 생각듭디다.”'섬진강 시인' 김용택씨(60). 9일 한옥마을 한 찻집에서 만난 그는 임실 덕치초등학교 퇴직을 앞두고 담담한 소회를 전했다. 38년간 몸 담았던 교단을 떠나는 그는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아쉬움을 전하고 싶어 동시집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창비)를 출간했다. 대길이,태성이,성민이, 소희, 현아와 같은 아이들이 그 주인공. 가장 섬세하며 연약한 아이들에 대한 가슴 차오르는 따뜻한 온기를 담았다.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깊이있고 묵직한 감동에 가슴이 뭉클해진다.'토란 잎에 내린 / 이슬비가 모여 / 또르르 굴러 / 개미 위에 툭 떨어진다 / "어! 이거, 웬 물벼락이여?”' ( '개미' 중에서) 이슬비를 '물벼락'이라고 외치는 동심에 웃음이 번진다. 시 '어느날, 새 이야기'에선 작은 새가 교실 안으로 날아 들어 선생님과 아이들이 유리창 밖으로 새를 날려 보낸 일상을 담았다. 길 잃은 작은 새를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할아버지 손에서 크는 조손 가정 아이들에 대한 연민도 드러난다. 전교생 45명 중 7∼8명은 조손 가정의 아이들. '오늘은 밤에 학예회를 했다 / 그런데, 할머니도 아빠도 안 왔다 / (…) 연습을 하다가 눈물이 나와 / 수돗가에 가서 세수를 하며 / 혼자 울었다 (…) 선생님도 운다' ('선생님도 울었다' 중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서운함에 혼자 우는 아이를 다독이며 함께 눈물을 닦는 그가 보인다. 그는 2학년 담임만 줄곧 맡았다. 말도 가장 안 듣지만, 순수하고, 재밌어서 자청한 것.하지만 한없이 마음 약할 것만 같은 그도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거나 잘못하고서도 핑계대거나 발뺌하는 경우 엄하게 다스린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것이 원칙이지만, 엄하게 다스려야 할 때는 꾸짖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교육이라 여겨서다. "40년 가까이 아이들과 먹고 놀고 공부했던 곳을 떠나려 하니, 해방감이 들면서도 선생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지 않았을까 해요. 하지만 교사로서 떠나는 것이지 영영 떠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인으로서 새로운 시 세계에 눈 뜰 수도 있겠구요.”선생이 되지 않았다면, 오리농장 주인으로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며 어린아이처럼 우스갯소리 던진다. 천진난만한 아이같다. 9월 초쯤 퇴직·회갑을 기념해 문단 선후배 등과 함께「철없는 어른 아이」(가제)를 출간할 예정. 시집은 내년 초쯤 선보일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12 23:02

[전북문화의 발견] ②조영철 화가

여름 한철이 이렇게 가고 마는가? 매미가 잔뜩 독이 올라 가는 곳마다 극성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好不好)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미에게는 이 울음이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절실한 자기표현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귀로 듣는 매미의 극성이 오히려 심장 저 안쪽에서 저릿하게 아파온다.한철 지상에서의 삶을 위해 수 년을 땅 속에서 유충 형태로 산다고 하는 매미. 빛 한 줌 없는 곳에서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을 극복해내고 마침내 딱딱한 허물을 벗어버릴 때, 그 찰나의 지점에서 매미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오직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 바야흐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여름 한 철 잠깐 울다가 갈 운명일지라도 저 반짝거리며 찬란하게 쏟아지는 빛의 축제가 있어서 제 영혼까지 저렇듯 울어대는 것인가?아무래도 저 울음은 예술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정정해야겠다. 예술가의 모습이라고 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해서 '예술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이라고 고쳐 말해야 하겠다. 깊은 의미가 있어서는 아니다. 예술가와 '예술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의 차이란 단 하나, 바로 현장에서의 열정이다.전 생애를 관통하여 오로지 예술현장에 온 열정을 투신하고 있는 자의 영혼이 저 매미의 울음에서 느껴진다. 그 느낌은 화가 조영철씨(57)를 만났을 때도 아주 분명하게 다가왔다. 첫눈에 나는 그가 영혼의 힘으로 세상과 맞서 그 내면을 화폭에 담아내는, 아주 극성스러운 영혼을 히든카드처럼 감추고 있는 사람임을 눈치 챘다.매미 울음소리가 정점에 달해있던 지난 7일. 전주시 중앙동 화실에서 그를 만났다. 작업실 한편에 세워진 이젤에는 작업 중인 그림 한 점이 걸려있었다. 들꽃. 언제부턴가 그는 들꽃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었다."이미 마음속에는 그리고 싶은 그림이 들어있어요. 그러니 마음 속 그림을 어떻게 하면 온전히 캔버스로 옮겨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아직 어떤 선이나 색채도 침범하지 못한 처녀지인 하얀 캔버스를 마주했을 때의 각오를 물었을 때, 어쩌면 다소 수사적이고 현학적인 대답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답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이를테면 그가 바라본 세상의 그림을 먼저 마음의 화폭에 그려내고 그것이 완성되면 자신의 마음을 캔버스에 담아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단순함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서툰 이는 천 가지 선을 그어도 한마디 말을 전하기 어렵지만, 고수들은 단 일획으로 천 가지 뜻을 펼치는 법이다. 그러니 그의 대답은 많은 시행착오와 깊은 통찰 끝에 얻어질 수 있는 상당한 경지이다.그렇다면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출발지점은 어디였을까?"첫 개인전은 다방에서 했죠. 그 당시에는 전시장이 없어서 대다수가 다방에서 전시회를 했어요."그 때가 1972년,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였다. 학창시절 그림이 좋아 무작정 그려댔고, 그러다보니 미술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더러 했다."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단순한 열정만으로 그림을 그렸죠."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만 믿고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여주었던 첫 개인전은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로 기억된다. 그래서일까? 그때 전시했던 작품들도 기억 속에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첫'이라는 낱말이 그렇게 생겨먹은 탓일 것이다. 첫사랑의 어설픔이 보다 성숙한 사랑을 예비하듯이 그의 서툴렀던 첫 개인전은 이후 그의 전 생애를 끌고 가는 동력이 되었다.이후 그는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과에 진학했지만 오래 다니지는 못했다."70년대의 풍경은 아주 인간적이었죠. 그림 그리는 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리는게 좋았습니다. 그러니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었죠."당시 가정형편도 그의 결정에 한몫 거들었다. 비록 대학을 그만두었지만 그는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6년여를 그림만 그리고 지내다가 그는 1980년에 전주대 미술교육과에 진학했다. 그 덕분으로 그는 1986년 2월에 파주여종고에 부임해서 이듬해까지 일생을 통틀어 딱 1년 6개월뿐이었던 직장생활도 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전업작가로서 오로지 그림만 그리면서 살아왔다.그러나 그가 평탄하게 그림을 그렸던 건 아니었다. 1988년. 학교를 그만 두고 변변한 수입이 없던 차에 설상가상 그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꽤나 고생을 해야했다."당시 고등학교 동창들이 많이 도와주었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생활비까지 마련해주었으니까."그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1994년도에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 무렵부터 들꽃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 건 어쩌면 들꽃이야말로 그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었으리라.그가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전주로 내려온 건 2001년. 우진문화재단의 도움으로 2004년도에 우진문화재단 개관전을 열기도 했다. 여전히 주된 소재는 들꽃이다. 하지만 그의 들꽃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90년대의 들꽃이 주로 가을을 배경으로 한 갈색계열의 색채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녹음 속에 핀 여름 들꽃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의 감성이나 상상력이 세월의 나이를 비껴서 오히려 강한 생명력으로 충만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등단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그는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아마추어와 작가를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에서는 다들 작가죠. 얼마만큼 열정을 갖고 그림을 그리는가가 중요하지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느냐 마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결국은 내 손에 쥔 붓이 나를 작가로 인정해주고, 내가 그린 한 폭의 그림이 내가 화가임을 증명해준다는 뜻이리라. 그런 그에게 등단 혹은 작가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림을 그리는 영혼이 있고 그림의 대상이 되는 세상과 그 세상을 옮겨놓을 캔버스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림밖에 모르는 순수한 마음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천생 화가이다'라고 한 미술평론가 장석원(전남대 교수)의 글은 아주 적절하다고 하겠다.몇 권의 전시 도록을 감상한 후 그의 화실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귓바퀴를 후벼 팠다. 그러나 그 소리는 기세가 한풀 꺾여있는 것만 같았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사라짐과 동시에 매미의 일생도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는 목청이 터져라 울어대야 하는 게 매미의 운명이리라. 자신의 영혼을 그림에 저당 잡혀놓고 단 한 번도 손에서 붓을 놓아본 적 없는 조영철 화가의 운명처럼 말이다. ※ 화가 조영철은 1953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1973년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과에 진학했지만 곧 그만 두고, 1980년 전주대 미술교육과에 다시 입학해 졸업했다. '물꼬동인'전, '삶의 미술'전, '형성회'전, '마니프'전, '화랑미술제'전 등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는 단체전에서 활발하게 해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최근 전시는 2001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개관초대전과 2004년 우진문화공간 개관기념전 등이 있다./문신(시인·문화전문객원기자)

  • 문화일반
  • 문신
  • 2008.08.12 23:02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사' 기획전, 전주역사박물관서

정부 수립 60돌.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지부장 최재흔)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우리 민족에게 있어 첫번째 민주공화정부라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을 조명한다.13일부터 10월 7일까지 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사'.대한민국의 법통인 임시정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이번 전시는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건국 60년'이란 표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문제제기도 포함됐다. '건국 60주년'이란 표현이 사실상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싸워온 수많은 애국지사와 임시정부의 활동을 폄하, 결과적으로 두개의 정부를 고착화된 질서로 만들어 분단과 대립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것. 최재흔 지부장은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의 국호는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사용한 국호를 그대로 따온 것이며, 제헌 헌법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 헌법이 뿌리가 됐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식민지배 하에서도 민족사의 단절을 막고 국가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근거가 됐다"고 강조했다.이번 전시는 1부 '임시정부의 수립', 2부 '의열투쟁과 광복군', 3부 '임시정부의 환국', 4부 '자주·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으로 구성된다.'임시정부의 수립'에서는 1919년 3·1운동의 결과로 수립된 임시정부 초기 수립과정,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의 조직·활동 내용 등을 임시정부 27년사 연표와 함께 다룬다. 임시정부 선포문, 임시정부 임시헌장 초안, 임시의정원 의회경과록, 의연금 모집활동을 보여주는 문서 등 임시정부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된다.'의열투쟁과 광복군'에서는 임시정부의 활동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 이를 돌파했던 의열투쟁의 의미와 독립군의 투쟁을 집중조명한다. 독립운동의 구심체로서 임시정부의 독립 외교활동과 군사활동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의 유품과 관련자료도 공개된다.'임시정부의 환국'에서는 일제의 패망이 가까워 오던 1940년대 임시정부가 좌우연합정부를 구성하고, '건국강령'을 선포함으로써 독립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후 임시정부의 이름으로 환국하지 못한 정황을 담는다.'자주·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에서는 김구를 중심으로 임시정부 요인들의 해방된 조국의 분단을 막기 위한 노력들을 보여준다. 해방당시 임시정부 명의의 성명서, 김구의 투쟁사를 담은 「백범일지」 「김구선생혈투사」 등도 소개된다.이동희 관장은 "항일독립운동 애국지사들의 삶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와 가치가 널리 알려져 자주독립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올바른 민족사를 지켜내는 기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 개막은 13일 오후 2시. 이날 오후 3시부터는 독립지사와 친일파를 캐리커처로 그려온 안중걸씨와 함께하는 캐리커처 그리기 행사가 열린다. 선착순 30명.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11 23:02

첼리스트 4인방, 열정의 속삭임

"첼로를 처음 만났을 때 친구를 만난 것처럼 좋았죠. 키도 비슷했구요. 그런 친숙함 때문에 모두들 첼로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첼로와 함께하는 젊은 열정들이 뭉쳤다. 'Four String Ensemble(리더 진신일)'.전주대 선·후배 사이인 진신일·김성재·김윤태·오국환씨.이들이 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갖는다."남성이 연주하기 때문에 덜 섬세하다거나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소리에 성(性)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반복 연습해 표현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에요. 한번 연주할 때는 그저 곡의 표피적인 감정만 훑고 지나간다면, 수십 번 하다 보면 깊이있는 감정을 끌어내 소리에 담게 되거든요."1부에선 하이든, 차이코프스키 등 정통 클래식 곡들을 첼로 앙상블에 맞게 편곡해 깊이있는 울림을 들려줄 예정."록 콘서트에 가면 소리지르고 박수치면서 음악을 듣지만, 클래식 음악은 귀를 잘 기울여야 해요. 그래서 가장 잘 정돈된 음악이라는 이야기라고 하죠. 한시간 넘게 연주하다 보면 별의별 소리가 다 나게 되는데, 정교하고 설계된 소리를 깨는 잡음이 끼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없어요."이어 2부엔 클래식 입문인 관객들을 위해 파가니니의 '소나타' 영화음악 '시네마 천국' 등 세미 클래식 무대가 마련된다."중 고등학교때부터 오랜 기간 알아온 사이지만, 연주를 하면서 음악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쁨이 있죠.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이루려고 노력하기까지 일종의 '외교'를 해야 해요. 원했던 소리가 나오기 까지는요."이들은 창단 연주회 이후 20일 '희망의 페스티발'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무대에도 설 계획.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경험이 쌓이면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을 찾아가 첼로 수업을 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첼로를 뜨겁게 연주하고픈 열정만큼이나 삶도 아름답게 연주하고 싶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08 23:02

현대미로 되살린 부채…일상이 예술이 되다

더위를 쫓으며 멋과 운치까지 담아내는 부채.부채의 정교한 아름다움과 선비정신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발견하는 전시가 마련됐다.17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센터 2층에서 열리는 생활 속 한국의 美발견 '부채전'.참여작가는 김윤숙, 노정희, 소정윤, 유명기, 이청린, 이홍규, 임대준, 정문배, 정은경, 최유미씨 등 총 10명이다.교동아트센터 김완순관장은 "대개 부채에 그려지는 작품은 한국화가 대다수여서 이번엔 그 틀을 깨고 서양화가·섬유염색 등 다양한 소재로 작품활동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렸다"며 "한국적인 색채를 담아내면서도 다양한 전통의 맥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정은경씨는 코발트 빛깔 시원한 여름 계곡의 이미지를 염색작업을 통해 표현했다."천이 아닌 한지에 색을 입혀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그는 "광목에서 하는 것과 다르게 번지는 게 탁한 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한지를 나뭇잎 모양을 뜯어서 붙인 것도 한지 자체의 아름다움을 밀도감있게 표현하고 싶어서였다고 덧붙였다.서양화가 소정윤씨는 파란 번짐 사이로 빨간 구두 한 켤레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휴가 후 어스름 비치는 저녁에 혼자 남게 된 여인의 쓸쓸함, 고독함을 표현한 것.그는 "부채살 때문에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제약이 있었다"며 "캔버스는 천이라 물감을 덧발라지는 느낌이 많은 반면 한지는 물감이 구멍 속으로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색감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한국화가인 유명기씨는 전통적인 실경산수화로 한국적인 미감을 표현했으며, 노정희씨는 화사한 연꽃을 통해 부채의 아름다움을 회화적으로 풀어놓았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08 23:02

역사속 전북을 만나다…'기록으로 본 전라북도 희망일기'

역사적으로 기록문화의 전통이 잘 보존돼 있는 전라북도.전북도가 주최하고 전북대학교 박물관(관장 함한희)과 사단법인 한국고전문화연구원(원장 조광)이 공동주관하는 도정 기록물 특별전 '기록으로 본 전라북도 희망일기'가 11일부터 31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본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전북도청에 소장돼 있는 기록물들을 중심으로 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기록물을 담은 '아! 전라도'를 비롯해 일제시대 기록물 정리한 '수탈 1번지' 등 10개 주제로 구성된다. 각종 공문서와 간행물, 사진, 영상, 행정박물 등 400여점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 옛 기록물 뿐만 아니라 도정사진, 도시계획, 문화예술, 체육, 새만금 등 최근 이슈까지 다양한 기록물이 전시된다.특히 이번 특별전에서는 1948년 중앙청 공보부에서 8월 1일자로 발행한 '대한화보' 1호가 처음 공개된다. '대한화보'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 정부수립을 공포하기 전 발행한 최초의 정부 화보 유인물.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취임식 사진 등이 인쇄돼 있다. 또 '대한늬우스' 속에 나타난 전북도의 모습을 상영, 60∼80년대 전북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함한희 전북대 박물관장은 "전북도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전북의 역사와 문화,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기록물 보존 가치에 대한 도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향후 기록물관리법에 의해 건립될 것으로 기대되는 '전라북도지방기록보존소' 설립을 위한 의견 수렴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도정 기록물 등을 통해 기록문화의 본산인 전북의 힘을 확인하고 일제 강점기 이후 사라져가는 기록문화의 정체성을 곱씹어볼 수 있는 기회. 전시 기간 중 초등학생들의 관람 편의를 돕기 위해 전시체험 학습서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08 23:02

[김병용의 기행에세이] ⑤진메마을~장구목

▲ 물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일이 '인간의 이전'에 존재했을 시원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라면, 물길 따라 걷는 것은 인간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틀림없이 지구의 '큰 호흡'이 먼저 있었고, 그렇게 맺힌 숨결에 의해 물길이 먼저 열렸을 것이다. 그리고. 물길에 의해 나뉘어진 산(난 때때로 이걸 '섬'이라 우기고 싶다. '초록별' 지구를 형성하는 것은 모두 물에서 왔다. 육대주라는 것이 모두 큰 섬의 형상 아닌가, 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 중 '수생' 아닌 것이 또 어디 있는가. 소설가 박상륭 선생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는 모두 들끓는 '물주머니'들이다.)에는 저절로 산길이, 물속에 진화를 거듭한 미생물들이 기어올라 초목이 된 뒤에는 숲길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들짐승과 인간들에 의해 원시적인 들길이 발생하고, 이 들길은 마침내 마을의 골목길로 이어지지만 신작로나 고속도로, 철도 등에 의해 깔아 뭉개지거나 대체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데미샘에서 내려와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은 '길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길이기도 하다.물길→산길(숲길)→들길→마을길…물길이 지구 탄생의 비밀을 안고 흐른다면, 산(숲)길에는 지구 성장의 흔적이 아로새겨져 있고, 들길과 마을길에는 인간들의 역사가 배어 있다. 그 길을 따라, 드문드문 꽃 핀 자리, 도란도란 사람의 마을이 들어선다. 거기서 사람들이 또 피고 진다.▲ 섬진강이 가는 길데미샘에서 발원(發源)한 섬진강은 진안 성수 쪽을 거쳐, 옥정호에서 한숨 쉬다가 갈담으로 휘어들어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이 사는 진메마을에서 순창 장구목으로 흐르고 압록부터 도도해져, 구례에서 하동~광양으로 기운차게 흘러간다. 섬진강의 물길을 인간들이 획정한 경계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섬진강엔 오직 물길과 물길 따라 흘러가는 초목과 인간의 물그림자가 엄연할 따름이다.이와 같이 강이 흘러 만나는 자리를 우리는 유역(流域)이라고 부른다. 물길 닿는 그 모든 언저리… 유역.집합적이고 중층적인 이 단어가 가 닿는 끝자리에는 물길과 함께 흐른 산하, 세월, 사람살이가 모두 모여 몸을 적시고 있다. 흔히, 우리가 인류 4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이 물길 따라 일어섰다. 섬진강도 그러하리라, 한강도 금강도 낙동강도… 제 눈물로 제 상처를 닦고, 제 젖줄로 제 생명을 기르며, 손길이 미치는 모든 것들을 생명의 힘, 순환과 자정의 놀라운 힘으로 어루만졌다. 같은 맥락에서, 난 물길만 보면 '사해동포(四海同胞)'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에 새삼 공명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물, 같은 배에서 나와 한 포도송이에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알 같은 존재들이라니… 얼마나 흔감한가.▲ 진메마을, 시인 김용택의 풍경사물은 각각 제 자신의 영혼을 갖고 있고, 사람은 그 영혼에 감응하는 영혼을 소유하고 있단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주로 걸을 때 그렇다. 내 발바닥을 받쳐주는 흙과 돌멩이들 그리고 내가 눈을 뜨면 함께 눈 뜨고 내 눈을 응시해주는 세상의 풍경들… 갈담을 지난 후로부터 '옥정호'의 병목을 통과한 섬진강은 제 유속과 유량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다. 섬진강이 간신히 제 본연의 물빛깔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지점이 진메마을부터 귀미리 구간이다, 한 나절, 걸어서 통과하기 적당한 15킬로미터 남짓… 요즘 유행한다는 도보여행 구간으로 생각해봐도 좋을 곳이다.섬진강은 구간마다 요천이나 적성강, 압록강, 보성강 등, 그 지역의 인문지리가 배양한 또다른 이름을 갖게 되는데, 이 구간만큼은 다른 이름을 상상할 수 없다. 김용택 시인 때문이다. 물론, '섬진강'이란 고유 명칭을 한 시인이 독식(?)할 수는 없다. 섬진강은 우리들의 앞 대에서도 흘렀고 후대로도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당분간(아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이 강은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을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학창 시절의 기억을 들어 이야기한다면, 섬진강은 이제 '국토지리'에 속한 강이라기보다 '인문지리'에서 논급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유난히 김용택 시인을 사랑한 섬진강은 김용택 시인으로 하여금 강가의 돌멩이 하나 허투루 보아 넘기지 않게 만들었다. 사랑을 사랑으로 보답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시인의 맑은 눈에 의해 섬진강은 더 깊고 맑아졌다, 온전해진 것이다. 인간의 시간이 열린 이후, 세상의 모든 풍광은 인간의 눈을 통과해 인식되게 되었다. 섬진강이 여울지는 소리에서 역사의 목소리를 듣고, 물결에 흘러가는 나무 그림자에서 그리움을 읽고, 바위와 물이 함께 한 자리에서 사랑을 흔적을 찾는 시인을 만나 섬진강은 훨씬 더 풍요로운 텍스트가 되었다.진메마을 지나, 김용택 시인이 한동안 근무했던 옛 천담분교 자리에 들어선 섬진강수련원 건너, '아름다운 시절'이란 영화가 촬영되었다는 표지판을 휘돌아 접어드는 길… 물길은 여전하나,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은 강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닿을 듯 말 듯한 안타까움이 가벼운 조바심을 부른다. 빨리 만나고 싶은 것, 멀어지면 못 견디는 것, 어쩌겠는가, 아무리 무더워도 이런 때는 뛰는 거다, 뛰어드는 거다!▲ 장구목에서 귀미리로장구목 구간 섬진강은 바위와 물이 만나 빚은 절경들이 곳곳에서 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다. 물놀이 장소로 찾는 사람도 꽤 많다. 햇빛과 물결과 바위와 사람… 우주와 지구와 사람이 만나 빚는 풍경은 언제 어떻게 보아도 아름답다.난 사진을 찍을 때 어지간하면 사람을 넣지 않는다, 하여, 도대체 사진에 힘이나 스토리가 없고 밋밋하다는 평을 듣곤 한다. 귀가 얇은 편이라, 그때마다 다음에는 꼭 사람을 넣어야지, 하는데도 돌아와 현상해보면 그림자조차 빗감하지 않는다. 난 그 이유에 대해 내 카메라 속에 어떤 사람의 생애가 갇히는 것을 싫어하는 탓이라고 변명해본 적이 있다. 사람의 생애는 늘 변화하고 소멸한다. 그걸 내가 잡을 수 있는지, 아니 그럴 엄두를 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하면 두려운 소이… 이청준의 소설 <시간의 문>은 이러한 사진가의 고뇌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제, 그 선생도 '시간의 문'을 넘어 먼 우주 스러지는 한 점 빛이 되어 쓸려갔다고 생각하니, 쓸쓸하다.장구목에서 남원 양씨 세거지로 알려진 귀미리까지의 구간은 강물에 씻긴 너덜바위들이 특히 장관이다. 다녀 본 분들은 알겠지만, 순창은 키 낮은 산들도 그 산세가 모두 준열한 편이다. 하니, 같은 뼈에서 나온 바위들도 마찬가지, 단단한 기상이 예사롭지 않다.저 바위들 중에는 지구 탄생의 그 순간부터 저 자리에 있었던 것도 있고, 그 뒤 어느 시기 어떤 외력(外力)에 의해 물에 잠긴 것도 있을 것이다. 누가 저 바위를 저기 있게 하였는가, 물살 속에서도 의연한 저 바위들의 길고 긴 생애를 생각하면 문득 숙연해진다.이럴 때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도 생각난다. 개구리의 생애도 가슴 저리지만, 무심코 손을 대 그 운명이 바뀐 돌멩이를 생각하면,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애니미즘이나 개유불성(皆有佛性)까지는 아니어도 우리에게 저 바위나 자갈들의 생애를 바꿔놓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언제부턴가 난 물수제비조차 뜨지 않는다.아이들과 함께 여기 와 강가에 널린 잔돌들과 더 큰 바위들의 생애를 하나 하나 더듬어 추리해보라. 언제 어디서 태어나 여기 와 이렇게 뒹굴게 되었는지… 나는 또 왜 여기 와 그 돌등에 손을 얹는 것인지… 찌릿! 손이 저린 순간이 올 것이다, 나와 우주가 방금 교신한 것이다. /김병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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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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