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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의 기행에세이] ⑧경계에서 - 지리산 트레일 下

▲ 산야 초목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전북 남원에서 경남 산청, 함양, 하동을 돌아 전남 구례에서 다시 남원으로 돌아오는, 장장 300여 킬로의 '지리산길'은 개발되는 길이 아니라, 복원되는 길이다. 그리고, 이 길 안에서는 지금 행정구역 상의 경계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 한다.지리산 트레일 1구간은 남원군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출발하여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까지 걷는 길이고, 2구간은 거기서부터 벽송사 지나 세동마을까지 걷는다, 1~2구간 합쳐 20여 킬로미터 남짓. [숲길]에서는 1구간을 '다랭이길'이라 부르고, 2구간을 '산사람길'이라 부른다. 이름 그대로 다랭이논을 보며 걷는 길이며, 변강쇠와 같은 초부(樵夫)와 빨치산의 별칭이었던 '산사람'들이 출몰하였던 길이란 뜻일 게다.결국, 지리산길은 사람들이 걸었던 그 길을 고스란히 복원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마을 주민들과 협의를 마쳐 개통된 1~2구간만 걸어보더라도 이 길의 유구한 내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산길은 사람들만의 길이 아니라 짐승들도 공유하는 길이라는 것, 여기서 누천년 농사짓고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 나뭇잎이나 풀잎을 한 번 들춰보라, 그 안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또 다른 곤충들의 세계가 펼쳐진다.물길과 산길은 그 궤적이 거의 같다. 높은 곳과 낮은 곳 사이의 낙차에 물길이 있고 산길이 놓여 있다. 칠선계곡, 백무동계곡, 거림골, 피아골 등을 떠올려보라. 생물 진화의 맨 앞단계에 있는 이끼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큰 바위를 뽀개고, 날선 작은 바위들은 물길과 함께 흘러내리는 동안 차츰 맨들맨들한 잔돌이 되어간다, 그렇게 물길과 세월 속에서 자신을 깎아낸 뒤 마침내 포구에 이르러 모래사장에 자신의 생애를 펼쳐놓은 돌의 생애가 산길 따라 길게 이어진다. 등산길은 모두 이 같은 수직적 시간대를 가파르게 타고 넘는 길이다.반면, 지리산길은 인간들이 조성한 수평적인 공간을 잇는 길이라 할 수 있다. 휘적휘적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 꼭 지리산의 발가락 사이를 건너가는 느낌이다. 식생(植生)과 우모린(羽毛鱗)이 오밀조밀 제 삶의 터전을 잡은 자리가 여기이다.지리산의 큰 키는 발치에서 봐야 제대로 크게 보인다. 큰 산일수록 더 그렇다, 들어가서 보려면 시야가 터지는 9부 능선 정도까지는 낑낑대고 올라가야 간신히 이마를 보여주지 않던가. 한반도에서 산악신앙은 희미해진지 오래지만, 이렇게 산의 발치에서 우러러 서 있노라면 절로 경외심이 인다. 물론, 낮은 자리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산의 윤곽이다. 큰 것들은 윤곽만 보여준다.▲'다랭이길'과 '산사람길'을 걷는 동안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통해 생활의 터전을 조성하고 변화시킨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교통하고 교환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리산 공동체가 형성된다. 이와 같이 지리산을 생활 공동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은 땀을 흘린다. 정신과 육체과 함께 흘리는 땀이다. 이렇게 흘린 땀이 사람의 마을을 만든다. 따라서, 마을은 거기 사는 사람들과 똑같이 나이를 먹는다. 젊은이들이 많이 살면 젊은 마을이고, 늙은이가 많으면 마을도 함께 늙는다, 땀이 마른 것이다.생업을 일구며 살아가는 공간에서 당연히 인간과 자연이 벌이는 문화 활동도 이뤄진다. 세시풍속이나 민속적 조형 등, 지리산에서 발견되는 유무형의 문화 자산 또한 우리가 소중하게 살펴야 하는 것들이다. 불행하게도,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고안한 문화 행위를 모두 잊게 되었다.백일홍이 피면 모를 내고, 백일홍이 질 때면 추수에 나서던 옛시절의 시간표를 우리가 잊은 순간, 백일홍은 사람들의 손끝만 닿아도 전신을 흔들어 거부하는 간지럼나무 노릇만 하기로 스스로 결심했는지도 모른다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당산나무를 봐도 그렇다, 이젠 친근함만 남았을 뿐, 신비롭고 엄숙하던 위의는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지 않다. 하니, 존중감이 생길 리 없다.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어디 당산나무 뿐이랴, 그 유명한 벽송사의 목장승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무서움과 존중감이 사라졌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우리 삶의 엄중함을 스스로 저버렸는지도 모른다.[숲길]에서는 앞으로 옛길을 복원하면서 각 구간별 특징에 따라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거치는 총연장 300킬로의 구간을 각각 강변길, 마을길, 고갯길 등으로 특성을 살려 되살린다고 한다.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산과 강이 그린 지형이 제 각기 다른 바, 길이 다르니 이름도 다를 것이다.그리고, 우리가 모두 꼭 이 이름만 기억해야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내 경우, 1구간을 걸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랭이논보다 둥구재였고, 2구간은 벽송사 목장승이나 인민군 야전병원 자리보다 낡은 마을과 거기 사는 지리산의 사람들이었다. 결국 내 관심은 이 길을 '고갯길'과 '마을길'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아마 지리산도 이 같이 다채로운 명명을 원할 것이다. 오는 이마다 하나씩 다른 이름을 붙여주시라, 그게 당신이 지리산과 훨씬 더 내밀한 관계를 갖는 첫걸음이다.이렇게 새로운 이름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지리산의 표정은 훨씬 더 풍부해진다. 내가 내 발로 지리산을 걸을 때, 지리산의 생태는 내 몸에 스며든다. 지리산이 내 몸에 지도를 새기는 것이다.한 번 걸어본 길은 마음이 잊더라도 몸이 기억한다. 다시 걸어보면 이는 보다 명확해진다. GPS에 궤적이 기록되듯, 내 두 발에 기억된 지도가 길을 만나면 절로 촤르륵~ 펼쳐져, 마음이 그어놓은 금을 따라 걸어나간다. 이렇게 맨발로 산길을 기억하는 것이 산을 대하는 최선의 예의이자, 길을 걷는 나 자신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나는 오래 믿어왔다.2011년이면 지리산길이 300킬로 완벽한 고리띠를 이룬다고 한다. 하루 20킬로미터씩 걷는다면, 꼬박 보름 길이다. 아니, 고작 보름이다. 지리산 자락에 펼쳐진 그 많은 삶의 양상을 만나고 기록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지리산의 품 안에 맨몸으로 안겼다는 행복함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 너무 섭섭하다면… 지금 달려가라, 걷고 또, 다음에 또, 걸어보자. 그때 그때마다 지리산은 정상에서, 계곡으로, 발치로 달려 내려오리니… 마침내 아스팔트 길 앞까지 당신을 마중나와 있을 것이다. 지리산도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추상명사였던 지리산이 이제 온전히 당신만의 고유대명사가 되는 순간이다. /김병용(소설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08.29 23:02

[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인문학과 고전 읽기

사람들은 오늘날 인문학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이 더 이상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회사의 CEO들은 기업경영을 위해, 세계의 불확실성과 혼란 속에서 통찰을 얻기 위해 다시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며, 하버드대학에서는 다시 철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인문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문학은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행동하고, 제대로 말하는 공부이다. 지도를 보는 방법도 모르면서, 지도 한 장도 없이 산행을 하게 되면 우리는 산에서 길을 쉽게 잃을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생각의 지도 한 장 없이,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방법도 배우지 않고 삶의 길을 걷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고통 속에서 그 길을 잃게 된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풍부한 생각의 공부이다. 인문학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들며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삶의 다양성과 문화적 인격을 요구하는 정보화 시대에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이 인문학적 공부는 고전 읽기에서 시작된다. 고전은 지나가버린 고리타분한 옛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물이 아니다. 고전은 박물관 한 구석이 놓여있는 과거의 골동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인류에 의해 검증되고 유지된 지혜가 담겨있는 활성적 텍스트이다. 즉 고전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고급의 정보와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상상은 고전을 읽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창의성은 고전을 활용하는 사람의 것이다. 생각의 깊이는 고전을 소화시키는 사람에게서 형성된다. 훌륭한 글쓰기는 고전의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고전은 인간의 삶과 생각의 정보가 담겨있는 정신적 DNA, 즉 인간의 정신적 우주이기 때문이다.인류가 만들어 놓은 삶의 지혜와 정보를 활용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사색의 결과를 밀도 있게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을 준다. 고전 읽기를 통해 고급의 정신적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고 표현할 수 있다. 창의적 인간은 고전 공부에서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디자인한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돈과 시간과 인내력을 고갈시키는 책은 우리의 정신에 해독을 끼치는 정신의 독약인데 반해, 고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며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그것이 문학책이던 철학서이던, 역사서이던 간에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인류가 만든 고급의 정보를 담고 있는 고전을 읽을 필요가 있다. 학문은 고전 읽기에서 비로소 시작되며, 삶의 지혜 역시 고전에서 길러질 수 있다. 원광대 글쓰기센터에서는 9월 10일부터 2주에 한 번씩 세계고전강좌를 개최해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세계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갈 예정이다./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08.29 23:02

한국사진작가협 전북협회장에 박노성 전주지부장

"전주·군산·익산·정읍·남원 등 전북협의회에 속해있는 전 지부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은 만큼 이번 선거를 통해 회원간 화합을 이뤄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협의회를 전국 최고 협의회로 만들어 가겠습니다."한국사진작가협회 전라북도협의회 제6대 회장에 선출된 박노성 신임회장(59). 올 초 전주사진작가협회 지부장에 재선출되기도 한 박회장은 "전북협의회와 전주지부 회장을 겸임하는 것에 따른 주변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전주지부를 운영하며 전통한옥·연꽃촬영대회 등을 개최, 추진력을 인정받아온 박회장은 '전북사진인합동연수회'를 부활하고 2010년 전북 사진 역사 50년에 맞춰 「전북 사진 50년사」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박회장은 "과거 20년 동안 지속되다 중단된 '전북사진인합동연수회'는 800여명씩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었다"며 "연수회를 통해 지역 사진인들의 실력과 유대관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협의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는 지난 24일 진행됐다. 이날 박회장은 총 15표 중 10표를 얻어 전종권 후보를 물리쳤다. 전북사협은 다음주 안으로 부회장 2명과 감사 2명 등을 선출, 새 집행부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임기는 3년.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28 23:02

가을의 낭만 정읍서 즐기자! '전라예술제' 개막

'제47회 전라예술제'가 정읍을 찾아간다.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라북도연합회(회장 선기현)가 주최하는 전라예술제는 전북지역 예술인들이 한 해동안 축적한 예술적 역량을 펼쳐놓는 자리. 9월 5일부터 8일까지 정읍 천변 어린이축구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올해 예술제는 '2008전북민속문화의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국어원 지원사업을 더했다.전라예술제의 지역 순회개최는 문화집중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 장소만 빌리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정읍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마련했다. 송진희 호남대 교수가 '문화도시 경쟁력과 공공디자인'을, 이흥재 전북예총 전문위원장이 '정읍 선비마을 디자인'을 발제한다.협회 중심의 자율적인 공연과 전시도 올해 예술제 특징. 국악협회는 국극과 합북공연으로, 무용협회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아우르는 창작품으로, 연극협회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로 예술성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연예협회의 도민 왕중왕 노래자랑과 영화인협회의 영화상영, 음악협회의 악기체험장 등은 대중적인 프로그램. 건축가협회는 전시를 통해 건축문화를 선보이는 동시에 건축포럼을 개최한다. 문인협회는 합죽선 창작시화 작품을, 미술협회와 사진작가협회는 회원들의 최근작을 전시한다.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올해는 전라예술제에 대한 사후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17명의 예총 전문위원들이 자율적으로 평가, 각 협회가 참고할 수 있도록 평가회를 통한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개막식은 5일 오후 7시30분 국립경찰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로 시작된다. 8일 오후 6시에 열리는 폐막공연은 시민들을 위한 대중가요 공연으로, 정읍예총(회장 김영수)이 주관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28 23:02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합니다

1890년대 대한제국 시기부터 1960년대 경제개발 시기까지. 전주와 전주사람들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자료집이 발간됐다.전주역사박물관이 전주학총서 열세번째 시리즈로 「옛 사진 속의 전주·전주사람들-1890년대∼1960년대」를 펴냈다.2006년 9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시민들로부터 수집한 3486점의 자료 중 희귀한 사진이나 전주시의 변천과정과 당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들을 선별한 사진자료집이다. 최우중 역사박물관 전시연구팀장은 "카메라가 보급돼 사진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칼라사진이 일반화되기 전 흑백사진을 사용하던 시점까지를 기간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책은 '도시경관' '공공기관 및 주요건물' '삶과 생활' '문화유산' 등 크게 4부분으로 구성돼 있다.'도시경관'에서는 전주의 도시공간이 확장되어 가는 모습과 전주 중심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 4대문 밖에 형성된 전주시장의 모습과 전주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다가산에서 본 시가지 전경, 전주에서 가장 번화했던 다가동 거리와 중앙동 거리 등도 확인할 수 있다.'공공기관 및 주요건물'에는 1950년대 대화재가 일어나 소실됐던 전북도청의 화재 전 사진을 비롯해 전주시청, 상공회관, 예수병원, 전동성당, 서문교회 사진들이 수록됐다. 일제강점기 전주의 상점들과 1960년대 전주영화관 사진도 흥미롭다.'삶과 생활'에서는 관혼상제와 대중교통의 변화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유인 전주최씨 어행록'에서 발췌한 사진들은 1950년대 장례식의 전과정이 담긴 귀한 자료다.'문화유산'에는 전주 한지 뜨는 장면과 부채 제작 과정을 비롯해 경기전, 오목대, 이목대, 객사, 한벽당 사진을 시대별로 배치해 놓았다. 전라감사 집무처인 선화당과 전주부 동헌 사진 등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건물들도 확인할 수 있으며, 전라도 관찰사와 육방이속 사진에서 당시 관찰사와 아전들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이동희 역사박물관 관장은 "전주의 역사와 문화, 생활이 전주정신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또하나의 전주역사서"라며 "이 사진자료집을 통해 문화원형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전주의 과거를 복원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28 23:02

[작가의 방] ⑫ 작곡가 이준복 교수

악보를 들여다봤다. 마지막 힘을 짜내 완성한 곡, 그러나 사람들은 그 곡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어쩌면 먼 미래에, 그들보다 더 안목있는 사람들은 감흥을 느낄지도 모른다.26일 그의 연구실을 찾으니 그는 건반 앞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온몸의 솜털을 곤두세우며 악보를 날카롭게 응시했다.작곡가 이준복 교수(59·전북대 음악과). 그는 한번 '필'이 꽂히면 이렇게 몇 시간이고 무섭게 몰입한다. 마음에 드는 곡을 쓰기까지 수십 번도 더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다고 했다."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면 누가 머리를 마구 때리는 것 같아요. 생각이 손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라요. 그 순간 악보에 옮겨야지, 안그럼 달아나버려요."브람스는 '영감은 석달에 한번 온다'고 했지만, 그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만은 않는다.마음속 풍경을 담기 위해 펜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오래 전 자신의 곡을 수십 번도 넘게 듣기도 한다.그는 기존 3도 화성의 틀을 깨고 4도 화성으로 작곡의 체계를 세운 장본인이다.지난 1982년 전북대로 부임하면서 3년동안 줄곧 4도 화성체계에 '푹' 빠져 있었다.서양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3도 화성 진행 방식대로 나가면, 협화음과 불협화음, 긴장과 이완이 살아있다. 하지만 불협화음이 끼면, 반드시 협화음으로 바꿔야 했다. 그는 이 둘을 구별하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고 싶어 4도 화성에 주목했다. 여기선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경계가 없다. 어떤 느낌을 더 살리느냐 차이일 뿐, 불협화음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새로운 음빛깔을 받아들여 다채로운 색을 표현해나간다.그는 인생의 가장 힘들고 비극적인 시기가 작곡가로서 재능을 발굴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노래를 잘 해서 주변으로부터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여겼던 고등학교 시절, 그는 성대를 결절했다.대학교 시절엔 피아노를 처음 본 그는 떨리는 가슴으로 건반에 손을 올렸다. 작았지만, 손마디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손은 엄청난 연습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디가 파열됐다. 그래서 신을 원망하며, 작곡에 더욱더 매달리게 됐다.그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28년째 매년 작곡발표회를 열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의 존재도 사라져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영원하지는 않지만 좀 더 생명력이 오래가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싶다. 인간의 삶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어떤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싶어진 것일 수도 있다."모든 일엔 다 장·단점이 있죠. 반드시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건 없어요.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주류와 타협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작곡하는 제자들을 많이 키워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평생 스스로를 꾸짖었던 엄격함, 새로운 곡이 아니면 무대에 올리지 않으려는 자존심. 그것이 그의 시련을 견뎌낼 수 있도록 했고, 작곡가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회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자들의 연주회를 찾고, 여행을 다니는 일 외엔 자신의 재능이 가져다준 명예나 돈에는 관심이 없다."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악, 신의 세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쓰고 싶어요. 난해하다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게 목표죠."그러니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는 그 날이 그의 생의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 열정적인 가슴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들의 공감과 동참을 기대한다는 그는 다음달 10일 교수음악회에서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伸의 나라에서 no 2' 곡으로 공연을 한다. ※ 4도 화성이란… 서양 음악 '도(度)'를 단위로 음정을 표시하는데, 예를 들어 1도를 기준으로 4단계 높아지거나 내려짐에 따라 '도 파 솔'을 4도 화성이라 부른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28 23:02

[일과 사람] 인쇄기록문화 강의하는 이태영 전북대교수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전주시가 운영하고 있는 한국전통문화아카데미의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전북대 이태영교수(53·국문과)의 소감이다.이 교수는 올 초부터 시작된 한국전통문화아카데미에 참여해 우리의 인쇄기록문화를 강의하고 있다.한국전통문화아카데미는 전주시가 우리 전통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 이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 한기동안 32시간을 이수하면 2학점을 받게 된다."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참가자들의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강의하는 사람으로서는 힘이 나는 일이었죠."한국전통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외국인 대학생들은처음에는 강의가 이루어지는 전주 한옥마을 인근 문화시설을 비롯해 모든 과정에 낯설어 했다.쉽지 않은 역사와 문화를, 그것도 다른 나라 전통문화를 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일부 유학생은 강의도중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해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체험교육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이교수를 비롯, 이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강사진은 모두 17명. 각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들은 각자의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전하는 이 작업에 기꺼이 나서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열정을 쏟고 있다.한옥에서 펼쳐지는 공예, 강령탈춤, 인쇄문화를 비롯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수강생들도 지금은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그 결과 도내 4개 대학에서 참여한 외국인 대학생 수강생 375중 343명이 완주했다.이 교수는 "전통문화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안다"며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시는 앞으로 참여대상을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과 주한미군, 원어민강사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전통문화아카데미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이 교수는 바람이 있다. '최고 강사와 최고 학생에 걸맞는 최고 강의실을 갖추는 일'이 그것이다.

  • 문화일반
  • 구대식
  • 2008.08.27 23:02

등단 50주년 고은 시인 화가로 변신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고은(75) 시인이 화가로 변신한다.시인은 내달 4일부터 12일까지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등단 50주년 기념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를 통해 숨겨둔 그림 솜씨를 선보일 예정이다.고은문학50년기념행사위원회(위원장 도종환)가 주관하는 이번 그림전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회화 35점과 글씨 19점이 전시될 예정이다.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학교 미술반에서 활동하며 회화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온 시인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조각가 구성호 씨의 작업실에서 17일간 그림을 그렸으며 앞으로 작업실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유화를 그리고 싶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8일에는 시인의 문학세계를 돌아보는 '고은 문학 심포지엄'이 중앙대에서 마련되며 각국 대사들이 주축이 된 주한 외교사절단의 고은 시 낭송회와 문학밴드 '북밴'의 고은 시 노래 공연 등 시인을 조명하는 부대 행사도 함께 열린다.시인은 이와 함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신작시 107편이 담긴 시집 '허공'(창비펴냄)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고은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에 시 '봄밤의 말씀' 등이 추천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연작시편 '만인보', 서사시 '백두산' 등의 굵직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8.27 23:02

전통연희 보존 '구심점' 이 관건

전통연희 보존을 위해서는 보존회 육성을 통한 전승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서는 보존회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지난 23일 임실에서 열린 '제13회 필봉풍물굿축제'와 전주에서 열린 '제13회 전국 대학생 마당놀이 경연대회' 참가자들은 "전통연희를 올곧게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으로 보존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전통연희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한 현 상황에서 전승 방안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전통연희 보존회 현실임실필봉농악보존회 양진성 회장은 "큰 판을 한 번 벌이려면 최소한 70여명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에서 중요무형문화재에 지원하는 비용은 한달에 100만원. 70명이 밥 한끼 먹고나면 일상적으로 보존회 사무실 운영 조차 버겁다.강릉농악의 경우 45∼46세가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한다. 40여명의 회원 중 남자는 10명에 불과하다. 정희철 회장은 "농악이 생업이 될 수 없다보니 젊은 남자들은 보존회에 아예 들어올 생각을 하지않는다"고 했다. 밀양백중놀이도 마찬가지. 50세 전후 회원들이 보존회 막내다.진도씻김굿 박병원 회장은 "국가지정 문화재 4개가 공동으로 전수회관을 운영하고 있는 진도의 경우 아무래도 여러 단체가 함께 묶여있다 보니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민간에서 만든 보존회 경우 사정은 더 어렵다. 군산지역 민간 보존회 관계자는 "민간단체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없어 보존회 운영에 드는 비용을 전액 회원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며 "자치단체에 전통연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전문인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통연희 위기, 교육만이 살길부산좌수영어방놀이 박등무 회장은 "필봉풍물굿축제는 회원이나 관람객들 중에 젊은층이 많아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전통연희와 관련된 보존회 회원들은 "보존회와 전수회관을 통한 공연과 교육이 전통연희 보존과 전승의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남원농악보존회 류명철 회장은 "방학이면 보존회에 와서 농악 등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풍물이나 탈춤 등 이미 각 대학에서 소멸위기에 처한 전통연희와 보존회를 연결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책적으로 지원금을 마련, 보존회를 통해 전승강사를 선정하고 이들을 각 대학으로 파견해 전승 및 보존 체계를 확립해 나가자는 것.'대학생 마당놀이 경연대회'에 참가한 서울대 이원혁씨는 "학내에서도 학업이나 취업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만 지원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며 "전통연희 관련 동아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대학 민속연구회 김사련 대표는 "젊은층이라도 전통연희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며 "대학 커리큘럼에 전통연희 실습이나 관람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27 23:02

풍류 가락에 실은 잔잔한 울림

'새납과 징과 꽹과리가 울지 않아도 (앞서 가는 북소리 하나에) 그저 어깨가 들먹거렸다. 궁둥이가 춤을 추자고 하였다.' ( 「풍류 잡히는 마을」 중에서)풍류 가락과 시가 한무대서 조화롭게 엮인다.시민과 함께 하는 시와 소리 다섯 번째 만남이 29일 오후 3시 스타상호저축은행 부설 고하문예관에서 열린다.장구와 부포가 등장하는 이번 무대엔 시인 김용재씨의 시 '돌' '고목' 등과 정희수씨의 시 '착각' '아침 모악산에서' 등이 어우러질 계획.'땅거리 홀로 우는 / 들 끝에서 / 멍울진 먼 꿈의 속내 훔쳐 보며 / 오늘은 내가 돌이 되려는가.' ('돌' 중에서)사랑을 간직할 틈도 없고, 밟히고 채이면서도 토해낼 입도 없는 돌의 속내를 훔쳐보는 시가 낭송된다.'자기의 운행 자리를 찾아 / 저 수많은 별들 하늘을 가듯 / 흐름의 역행을 꿈꾸는 사람들도 / 그 다리를 한 번도 건너진 못했지만 / 그곳에 길이 있음을 안다.' ('착각' 중에서)아픔을 스스로 꺼내놓지 못한 채 흐름의 역행을 꿈꾸면서도 차마 그 다리를 건너지 못한 삶의 목마름도 읊어질 예정.김씨는 한국시문학문인회장을 역임, 국제계산시인연합 한국회장을 맡고 있으며, 시집 「겨울산책」 등 9권, 영역시집 4권 등 다수 공저가 있다. 정씨는 전북시인협회장, 전주문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전북문학상, 한국녹색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내 마음의 풍경소리 날아간 자리」 「내 목숨 다 풀고 싶다」 등 다수 시집이 있다.이어 타악그룹 동남품 대표인 조상훈씨가 멋들어진 풍물가락으로'설장구'와 '앉은반'을 연주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27 23:02

선현들의 전통 맥 잇는다

옛날 사립학교였던 서원의 전국 학자들이 전주를 찾는다.'2008 전국 서원대회'가 29일 오전 9시30분부터 전주 효자동 황강서원·문학초등학교에서 열린다.사단법인 한국서원연합회(이사장 최근덕)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엔 역사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선현들의 제사를 지내 웅숭깊은 전통을 이어왔던 학자들이 만남을 갖는다.1부엔 황강서원(원장 박길춘)에서 이남규 황강서원 전례위원장의 사회로 최근덕 한국서원연합회 이사장, 김병인 성균관 전례위원이 제를 올리는 예식 '고유례(告由禮) '를 치른다.제2부는 문학초등학교로 장소를 옮겨 황강서원 박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최이사장, 송하진 전주시장 , 최규호 전북도 교육감, 이재규 전주이씨 본손대표의 축사 등이 이어진다.3부엔 김학곤 원광대 교수, 오종일 전주대 교수 발표 등과 함께 학자들이 오찬 회동을 갖는다.황강서원은 본관이 전주인 이문정 선생을 축으로 이백유 이경동 이목 이덕린 유인홍 강해우 선생 등 7분의 제사를 모시며, 잊혀져가는 전통 예절을 가르치는 곳이다.박원장은 "유림의 단합과 전통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해 도내서 처음 단합대회를 마련했다"며 "전통의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계승하기 위해 매년 전국대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서원연합회는 지난 2005년 전국 570여 서원을 대상으로 창립·조직돼 유교학술 활동, 성현숭모사업, 전통문화 계승 발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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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08.08.27 23:02

풍성한 전시 가을관객 찾는다

재일한국인 2세 사업가이자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을 맡고있는 하정웅, 중국 신흥판화운동을 주도한 루쉰, 우리나라 초기 서양화가인 남원 출신 이경훈.세 인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세 개의 전시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동시 개관한다.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재일(在日)의 꽃-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 특별전' '21세기 중국흑백목판화전' '동창(東暢) 이경훈전'. '21세기 중국흑백목판화전'은 29일 오후 1시30분 특별강연회도 연다.▲ 재일의 꽃-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 특별전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재일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하정웅 명예관장이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한 '하정웅 컬렉션' 주요작품들. 전체 2000여점 작품 중 컬렉션의 성격을 규정짓는 대표작 110점만을 선별했다.전화황 송영옥 조양규 곽덕준 곽인식 이우환 손아유 등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며 일본 미술계를 주도하고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들로, 한일간 격동의 역사를 살아오며 재일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최효준 도립미술관 관장은 "한 개인이 수집하고 기증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작품들"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메세나의 모범사례를 확인하고, 우리 지역의 미술품 수집과 기증 문화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1세기 중국흑백목판화전독특한 발전과 사회적 기여로 잘 알려진 중국의 흑백목판.2006년 중국 판화가 루쉰 선생의 서거 70주년 기념사업으로 개최된 '21세기 중국흑백목판화전' 200점 중 95점이 전북에 온다.21세기가 시작되면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시장경제 도입으로 부작용이 생기면서 하향길로 치닫고 있는 흑백목판화의 우수한 전통을 부흥시키기 위한 중국 미술계의 노력이 살아있다.'2008 베이징올림픽'으로 인한 중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전시. 80년대 한국의 민중판화운동과 비교해 봐도 좋다.▲ 동창 이경훈전동창 이경훈 선생(1921∼1987)은 우리나라 초기 서양화가로 남원에서 태어났다.1940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 현재 무사시노미술대학인 동경제국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45년부터는 전주사범학교, 익산남성중, 전주성심여중 등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일본 유학생 출신 서양화가 단체 '백우회'와 전북지역 서양화가 단체 '신상미술회' 등에서 활동하며 미술교육과 미술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동창의 작품에는 전주천변, 마이산, 다가공원에서 바라본 풍경 등 우리 지역이 자주 등장한다. 신탁통치반대, 4·19의 노도 등 동창이 남긴 민족기록화도 공개,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명한다.유가족과 소장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70여점이 전시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27 23:02

[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30)소리꾼은 왜 부채를 들고 할까?

"뭘 어떻게 해요. 빌려서라도 들고 올라가야죠.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니고, 어떻게 소리꾼이 부채를 빠뜨릴 수가 있겠어요."대회나 공연에서 부채를 챙기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소리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소리를 할 때 반드시 부채를 들고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국악인들이나 연구자들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식의 반응이었다.판소리에서 소리꾼들은 왜 부채를 들고 소리를 할까?2005년 국립민속국악원이 발간한 「명창을 알면 판소리가 보인다」에는 '소리꾼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합죽선을 들고 소리판에 서는데, 언제부터 왜 부채를 들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문헌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19세기 초반 모흥갑의 판소리 장면이나 판소리 관련 그림자료에서 어김없이 부채를 들고 소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서 그 역사적 연원이 근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나와있다. 모흥갑의 판소리 장면은 서울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평양감사 환영연도' 10폭 병풍 속에 그려진 것. 판소리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그림으로 꼽힌다.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판소리 무가기원설(巫歌起源說)'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최교수는 "판소리가 무당들의 노래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무가기원설'에 비추어 보면, 무당들이 부채를 쓰던 관습에 따라 소리꾼도 부채를 들게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소리판에서 부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마치 줄을 타는 줄광대가 부채를 이용해 몸의 균형을 맞추듯이 소리꾼은 소리 내용을 표현하는 소도구나 소리에 곁들여지는 품위있는 너름새의 도구로 부채를 사용한다.부채는 춘향이가 매를 맞을 때에는 곤장이 되고, 흥부가 박을 탈 때에는 톱이 되고, 심봉사가 길을 걸을 때에는 지팡이가 돼 판소리의 연극적 표현을 돕는다. 물론, 소리꾼이 열창을 하다가 더워서 부채질을 하는 경우에도 유용하게 쓰인다.한정원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대목에서 접혀져 있는 부채를 소리나게 펼쳐냄으로써 청중들에게 시청각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소리꾼 김민영 전주시립국악단 단원은 "평소 연습을 할 때에도 힘주어 소리를 지르기 위해 손에 부채나 북채를 쥐고 한다"며 "무대에 오를 때에는 부채를 꽉 쥠으로써 소리에 힘을 실어내고 손처리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소리꾼이 쓰는 부채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단, 남자나 여자나 자신의 체격에 맞춰 부채 크기를 정한다. 부채에 그려지는 글씨나 그림은 의상이나 계절에 따라 맞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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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8.08.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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