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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기업체 "풍물 디지털콘텐츠화 한다"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 입주해 있는 유한회사 모던엔시스(대효 원종규)가 우리의 소리 '풍물'을 '디지털콘텐츠 응용상품'으로 본격 개발한다. 전주시는 모던엔시스가 지난해부터 지역문화산업연구센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천.지.인 하나 되는 흥소리(국악)' 사업이 우수한 평가를 받아 올 하반기 국비 2억5천만원을 추가 지원받게 됐다고 5일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에도 국악의 디지털콘텐츠 기반조성 사업비 명목으로 국비 3억5천여만원을 지원 받았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올해부터 풍물 관련 영상 200종과 음향 160종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고 풍물 웹사이트와 어린이 풍물 관련 교육시스템과 풍물의 한지 복색, 풍물명인 콘텐츠 제작, 풍물 관련 캐릭터 등을 개발하게 된다. 또 이미 개발된 국악콘텐츠 응용 시제품 '꿍따'를 비롯한 다양한 풍물 콘텐츠의 국내외 유통방안을 모색하고 풍물 캐릭터를 접목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을 개발하는 등 우리의 한(韓)스타일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가꿔 나가게 된다. 회사는 또 내년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디지털 난타 경연대회'를 개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소리와 전통을 알리는 데도 앞장설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모던엔시스가 풍물 등을 디지털콘텐츠화 하거나 상품화 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가 차원의 문화콘텐츠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08.05 23:02

[일과 사람] 한자문화영재캠프에서 전통탈춤 가르치는 장원희씨

"짧은 시간에 강령탈춤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 줄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이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전통문화와 전통 탈춤을 느끼고 체험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지난 4일부터 3박4일 동안 전주시와 전주시평생학습센터가 주관하는 '한자문화 영재캠프'에서 강령탈춤 배우기 수업을 진행하는 장원희씨(33·강령탈춤전승회 사무국장 ).강령탈춤전승회 공연단 활동을 비롯해 체험활동, 탈춤동아리가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장씨는 전통문화는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강령탈춤은 황해도 지역에서 전해오는 전통 탈춤의 하나.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되어 있는 강령탈춤은 역동적이고 힘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경상도 포항 출신으로 대학교 시절 탈춤동아리에서 강령탈춤과 인연을 맺은 장씨는 지난 96년 강령탈춤전승회 단원으로 입단했다."강령탈춤의 매력은 그 어느 탈춤보다 역동적이고 힘이 있으며, 풍자와 해석이 가능하고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현장성이 높은 전통예술입니다. 짧은 시간이어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수는 없겠지만, 탈춤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액운을 물리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사자춤 한마당을 전수할 생각입니다"우리나라 전통예술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그는 "전통예술을 일방적으로 시민들에게 강요 할 수는 없다"며 "전통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현대예술과 접목시켜 발전시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웃 얼굴도 모르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강령탈춤을 통해 조금이나마 옆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장씨는 "공동체의식을 느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전주 한옥마을안에 공간을 열고 있는 강령탈춤전승회 단원들은 매월 셋째 주 경기전 앞에서 강령탈춤을 상설공연, 탈춤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문화일반
  • 신동석
  • 2008.08.05 23:02

알기 쉽게 풀어낸 색다른 역사 통론서

"암탉이 울어야 잘 돌아가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역사 공부를 하다 보니, 이게 돌고 돌아요. 이제 여자 대통령이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제목에 현재 역사 트렌드를 짚어보고 싶었어요."이상우씨(60)의 「암탉이 울어도 수탉은 날개만 친다」 (신아출판사). 우리 나라 기록의 역사가 알기 쉽게 정리돼 있다. '설화의 시대'부터 '역사의 시대', '사유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씨는 자신의 역사관에 입각해 설명해 놓았다. 문자가 있기 전 '언어의 시대', 문자 발명 후 수많은 사건들을 기록했던 '역사의 시대',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취합해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는 오늘날의 '사유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색다른 관점의 역사 통론서다."세계 지도를 펴 보셨나요. 중국 땅덩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닭으로 보여요. 우리나라는 닭의 부리에,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은 닭 다리에 해당되죠. 인도는 달걀이구요. 그래서 제 책에 지정학적 위치를 닭과 연관지어 쓰게 됐어요."이렇듯 그는 지도까지 펴가며 세계 곳곳을 살펴볼 정도로 지적 탐험을 즐긴다.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철학·역사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어 수많은 책을 읽으며 독학해왔다. 서재에 있는 책만 1만여권.지난해 명예퇴직을 하기 전까지 전북경찰청에서 정보통신담당관로 일했던 그는 1960년대 해군에 입대했다가 정보통신을 배워 경찰공무원의 길을 들어섰다.경찰청 재직시 문학에 관심을 가져 「경찰문학」을 발행하는데 일조하기도 했을 정도."퇴직하고 나니깐 저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앞으로 어린이 소학, 철학 관련 서적, 해방 이후 당파싸움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다룬 역사서 쓰고 싶습니다. 글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누가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에 상관없이 묵묵히 저술활동 할 겁니다."전북 완주 출신인 이씨는 1997년 수필집 「자동차 시대에서 휴대폰 시대까지」 로 등단해 콩트집「엄마이야기, 아들이야기」자서전「이승만 시대에서 노무현 시대까지」 등을 출간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08.05 23:02

"서정의 진실 되찾는 詩운동 계속"

"우리는 짧고 야무진 시를 쓰고자 합니다. 찰지고 단단한 시를 쓰고자 합니다. 그 몇줄의 시행 속에 깊고 아득한 울림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시의 진면목과 마주서고자 합니다."3월 창간호 「내 안에 움튼 연둣빛」(고요아침)을 시작으로, 최근 「하늘이 바다를 만날 때」(고요아침)를 펴낸 '작은詩앗·채송화' 동인. 오래된 서정의 진실을 되찾아가는 시운동이 시작됐다.시가 길어지는 세상, 서사의 긴 시간에 기대기 보다는 더 짧은 함축된 시간 질서를 꿈꾸는 이들. 지리산 아래 살면서 산처럼 푸른 시를 꿈꾸고 있는 복효근 시인(46)과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기철(55) 오인태(46) 윤효(52) 이지엽(50) 정일근(50) 함순례 시인(42)이다."우리 시가 갈수록 수다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집중과 함축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 수다스러움 속에서 시의 위의는 물론 생기마저 시들어가고 있습니다."줄이고 줄인 몇마디 말. 시인들은 "꽃은 크고 화려한 꽃만이 아니라, 땅에 기대어 가장 낮게 자라는 '채송화' 같은 꽃도 있다"며 "자세히 보려면 머리를 낮게 숙여야 하는 '채송화'를 닮은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작은詩앗·채송화'의 책은 '초대시' '채송화의 친구들' '동인 신작시' '채송화가 읽은 좋은 시' '채송화 시론'으로 채워진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05 23:02

'인연'과 '참회'로 본 삶의 흔적...이시연 시집 '참 좋은 날'

전주교육대학교 제4대 총장 임기를 마치고 국어교육과 교수로 돌아온 이용숙 전 총장(62). 총장이란 무거운 책임을 벗고 나니 제자들과 한명씩 눈 맞출 수 있어 좋다. 시도 한결 쉽고 짧고 편해졌다.꼭 10년 만에 펴낸 다섯번째 시집 「참 좋은 날」(시로여는세상). '시연(詩淵)'이란 아호는 열네살이 되던 해 서당 백일장에서 처음으로 장원을 차지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딱 90일 동안 쓴 시들입니다. 한 학기 동안 '문예창작교육론'을 강의하면서 나도 함께 써봐야겠다 마음 먹었지요. 아이들이 첫번째 독자가 돼줬어요. 그런데 시가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축복조차 아픔을 통해야만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겠죠."오랫동안 그의 시 작업의 현장은 '바람'이고 '떠돌이'였다. 일상에 안주하면서 창작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며, '바람'과 '떠돌이'의 상념이 대부분이었다.그러나 이번 시들은 다르다. '인연'과 '참회'를 화두로 한 시들은 한 학기 동안 강의하며 일기처럼 하루하루 써내려간 것들. 더러는 대자연의 은혜와 순리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는 "마치 수도 정진하듯이 고행하듯 썼다"면서도 "나를 버리고 내던지지 않으려고, 나를 찾아 지탱하려고 발악한 기록들"이라고 고백했다."시를 알면 세상이 아주 행복해 져요. 현실적으로 가지지 못해 안타까운 것들 대신, 더 넉넉한 것들을 채우게 되죠. 과거에는 시 한편을 쓰더라도 여러 기법에 충실했지만, 지금은 나만이라도 맑고 고요한 시를 쓰고 싶어요.""시 쓰는 나는 큰 부자"라고 말하는 시인. 30년 이상 쓰다보니 고도의 기교나 시적 긴장은 오히려 피하고 싶어졌다. 시가 너무 깊어지면 독자와 멀어지기 십상. 많은 걸 내려놓더라도 독자와 나란히 가고 싶었다."이번 작업 이후에는 또 한참동안 붓을 내려놓을 참입니다. 깊이 사색하고 성찰하면서 스스로를 침잠시켜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보다 치열하게 시와 맞설 각오입니다. 시가 제 맛을 우려내지 못하거나 스스로를 위안하거나 구제하지 못할지라도 당당하게 시인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요."시인은 "누구나 생각 그릇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 그릇의 밑바닥을 긁어서 억지로 짜맞춘 글이 무슨 감동을 전하겠냐"고 되물었다.임실 출생으로 1982년 「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금시내 안마을에 부는 바람」 「하나의 연잎으로」 「지리산 바람」 「요즈음엔 버리는 연습을 한다」 등이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05 23:02

한옥마을보존협의회·최명희문학관 주관 '입으로 푸는 백중'

여름철 고된 농사일을 하는 농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잔치를 벌였던 백중(百中).고려 속요 '동동'에는 7월 보름 백중이 등장하며, 전래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의 주요 시점도 백중날이다. 최남선은 '조선의 상식'을 통해 한민족에게 있어 백중의 의미를 살폈으며, 시인 백석은 '칠월 백중'을 썼다. 소설가 채만식의 '태평천하'를 비롯해 이광수의 '흙',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다양한 근대 소설에도 백중이 등장한다. 전북에서는 최승범 시인이 수필 '니탁쥬에 절이김치 안주 삼아'를 통해 백중을 세세하게 살피고 있으며, 김용택 시인과 박형진 시인이 각각 '보리 주면 외 안 주겠어'와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등을 통해 백중의 현대적 의미를 되새겼다.한옥마을보존협의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오래 전부터 여러 문학작품의 소재가 돼 온 백중을 다시 풀어낸다.16일 오후 7시30분 전주한옥마을 은행로 정자에서 열리는 백중 소재 문학작품 낭독회 '입으로 푸는 백중'. 전주한옥마을보존협의회의 '신(新) 세시풍속축제' 첫번째 사업이다.문학작품을 통해 백중의 유래와 다양한 풍속, 여러 풍경들을 쉽고 재밌게 알리기 위한 이번 행사는 시민들이 직접 작품 낭독에 나선다. 13일까지 낭독 참가자 10명을 선착순 모집할 예정. 백중 관련 문학작품을 직접 찾아 읽거나 최명희문학관이 제공하는 부분을 읽으면 된다. 낭독자에게는 최명희문학관 발간 도서와 3만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수여한다.이날 지역 문화예술인들도 백중을 펼쳐놓는다. 「혼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머슴들의 이야기 중심으로 구성, 전문 연극인들이 입체적으로 들려주는 짧은 극 낭송 '머슴의 날'과 박태건 시인이 들려주는 백석 시인의 '칠월 백중'과 강형철 시인의 시 '도선장 불빛 아래-군산에서', 바이올린과 현악 4중주 연주가 이어진다. 행사 후에는 모두가 어우러지는 먹거리 나눔 마당이 열린다. 문의 063) 284-0570.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05 23:02

[전북문화의 발견] '용마골장사' 는

심산유곡, 기암절벽. 멀리서 쏟아지는 폭포. 무대뒷면은 소용돌이치는 용소(龍沼)의 앞에 무대를 가로지른 길고 평평한 바위가 있다. 이른 아침, 만덕(왕기석 분)이 큰 멧돼지를 등에 짊어지고 소리를 하며 등장한다."아침햇살 만학천봉을 빗겨 비추고 폭포는 우르르 고운 비단을 늘이운듯 아침안개 자욱이 덮인 용소에 산두루미 끼르륵 울음을 우는 도다."아침예불을 알리는 절의 종소리와 폭포소리, 새소리와 어울린 만덕의 소리는 민요조의 산타령으로 한껏 흥겨우면서 장중하다.아기장수 설화를 소재로 한 '용마골장사'의 다섯째 마당. 이 장면에서 주인공 만득의 창은 민요조의 산타령으로 불려졌다. 이 작품은 남도소리에 기초한 판소리 창법 위주였던 당시의 창극에 다양한 전통예술을 도입한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동해안 별신굿의 김석출 일행을 등장시켜 용신제를 벌이기도 하고, 서도민요, 강원도 민요, 무가, 농요 등을 활용해 음악언어의 영역을 넓힌 것이다.1986년 아시안게임 문화행사 참가작품으로 기획된 '용마골장사'는 그해 3월 말(27-30일?국립극장 대극장)과 10월 초(4-5일?호암아트홀), 10월 중순(18-20일?국립극장 대극장) 세 차례에 걸쳐 공연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창작창극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기, 널리 알려진 아기장수 설화를 차용한 창작작품인데다 '새내기 소리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이었다. 작품은 '아름다운 고려땅 산천에 북쪽오랑캐들이 먹구름같이 쳐들어와 인명을 살상하고 나라를 짓밟아 왕실은 풍비박산 강화도로 이궁'했던 시절, '황해도 구월산 심산유곡 용마골'이 배경이다./최기우(전북일보 문화전문객원기자)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8.08.05 23:02

[전북문화의 발견] ①왕기석 명창 '용마골 장사'

예술가들에게 데뷔작은 사랑과도 같다.고백하지 못한 짝사랑처럼 아쉽고, 실연의 상처처럼 생각만으로도 낯이 붉어지기도 한다. 데뷔작 하나로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남들 기억 속에는 스쳐지나가는 작은 것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예술가들에게 데뷔작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이다.어느덧 중진으로 자리잡은 이들. 그들에게도 데뷔작은 있었으리라.지금을 만든 그 때 그 작품 '나의 데뷔작'. 문화전문기자들이 직접 그들의 데뷔작을 만난다.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창극배우 왕기석 명창(45·국립창극단 지도위원). 그는 1980년 국립창극단 연수단원으로 시작해 29년 동안 1백여 편이 넘는 창극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신세대 창극인'과 '국립창극단의 차세대 주자'를 넘어 지금은 '한국 창극의 간판스타'이며, '영화배우 최무룡 이후 주인공을 가장 많이 따낸 배우'다.형형한 구름으로 가득하던 지난 달 25일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그를 만났다.왕기석 명창이 처음 주역을 맡은 작품은 1986년 국립극장 대극장에 오른 창작창극 '용마골 장사'(작·연출 허규)다. 몽고군에 대항해 싸우는 고려의 장수이자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아기장수 '만덕'이 그의 역할. 4·50대 춘향이와 이도령을 당연하게 여기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스물넷 청년 소리꾼에게 주인공을 맡긴 일은 파격이었다."그래서 더 어렵고 조심스러웠지요.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었고, 섣부르게 나설 수도 없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5관(청)으로 질러대라고 하면 기를 쓰고 해야 했고, 5장에서 불렀던 노래는 강원도 산타령 하시는 분을 어렵게 찾아가서, 굉장히 어렵게 배우기도 했죠."작품이 끝난 뒤 그는 남자소리꾼이 턱없이 부족한 국악계에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이몽룡·심봉사·놀부 등 다섯 바탕의 알짜배역을 도맡았으며, 신재효·김구·안중근·이순신 등 창작창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종민 교수(동국대 국악과)가 이 작품에 대한 소평에서 '무엇보다 연소(年少)한 왕기석이 처음으로 창작창극의 주연인 용마골장사 역을 맡았는데 무난히 소리와 연기를 소화해 내어서 좋은 평을 받았다'고 기록할 만큼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낸 탓이다.'용마골 장사'는 소리꾼 왕기석을 창극계 대표 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이지만, 그가 이 작품을 자신의 데뷔작으로 꼽는 이유는 따로 있다. 봄과 가을, 총 세 차례의 공연 중 그는 두 번째 공연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지 못했다. 연습시간에 늦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 일수도 있지만, 허규 연출은 그에게서 '만덕'의 역할을 박탈했다. 공연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주인공을 바꾼 것 역시 '파격'이었다."마음이 찢어졌지요. 사표도 썼다 버리고, 썼다 버리고 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내 장래를 위해, 저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그러신 것 같아요. 사실 어린 나이에 주인공을 맡았고 평도 좋았기 때문에 자칫 우쭐해지고 건방져질 수도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고 나니까, 오히려 몸가짐이 더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는 저를 보고, 창극단 여러 선생님들이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거든요."자성(自省). 그래서 그에게 '용마골 장사'는 첫 주연 작품이라는 의미보다, 배우이자 소리꾼으로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했던 도반(道伴)이다. 왕기석이란 걸쭉한 창극 배우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성찰이 몸에 깃든 한 소리꾼을 만든 작품인 것이다."소리는 기능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느끼고 체험했던 삶의 다양한 밑그림들이 소리의 바탕이 되는 겁니다.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쌓이고, 삭이고, 풀어져야, 혼이 담긴 소리를 담을 수 있을 테니까요."탄탄한 성음과 구성지고 힘찬 너름새,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선이 굵은 연기, 매번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순발력. 그는 어떤 무대에서든 풍성한 추임새를 얻었고, 특히 창작극 '천명'에서 전봉준으로 열연한 뒤에는 '창극단 최고의 광대'란 찬사도 받았다. 새로운 배역이 맡겨질 때마다 그는 늘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뼈아픈 사건은 고향인 정읍(옹동면 산성리 소칠마을)에서 가난으로 인한 쓸쓸한 추억과 서울로 상경해 안 해본 일 없이 고생하며 검정고시를 마쳤던 사연들, 대사 한 마디 없던 1980년대 초 연수단원 시절, 라면 하나를 세 조각으로 나눠서 먹었던 일들, 국립창극단의 정식 단원이 된 1983년 '춘향전' 군로사령 역할로 처음 대사 한마디를 했던 기억들과 더불어 그의 소리세계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그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봉사'와 '놀부' 역할이 가장 매력 있다"고 말한다. 특히 심봉사 역할을 좋아하는데, 질펀한 삶, 놀 때 놀고 슬플 때 슬픈, 인간사 그대로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어서다. 흥부는 안 해봤다. 사실 못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기골이 장대하고, 목소리가 우렁찬 흥부는 아직 창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내 '이몽룡'만 도맡다가 올해 처음 '변학도'를 해보기도 했다. 기존 이미지의 변화를 시도해봤지만,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단다."더 이상 배역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꼭 하고 싶다면 작품의 감초와 같은 한마디를 내뱉을 수 있는 역할, 대사가 없어도 무대에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역할입니다. 물론 저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지만, 결국은 평단원으로 돌아가서 늘 무대에 서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마지막으로 득음(得音)을 물었다."세월이 흐른다고 득음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득음은 하늘에서 내리는 소리니까. 사실 평생을 다 해도 소리다운 소리 한 자락 펼쳐내지 못하는 소리꾼이 더 많습니다. 우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소리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족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리꾼이 진실로 다가가면, 청중은 추임새로 맞아주시잖아요."우리 소리의 숨결을 실하게 다듬고 있는 왕기석 명창. 전주와 정읍, 전라도는 그가 자랑스럽다./최기우(극작가·전북일보 문화전문객원기자)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8.08.05 23:02

미스변산 진에 이지후양, 선 김민·미 권하나·임은비양

전북도민일보가 주최하고 부안군과 나드리 화장품이 후원한 '제19회 미스변산 선발대회'에서 이지후(21·광주서강정보대)양이 영예의 진을 차지했다.선에는 김민(24)양이, 미에는 권하나(23) 임은비(19)양이 각각 선발됐으며 미스변산 전북도민일보에 이수진(18), 미스변산 나드리 화장품 이지은(23), 미스변산 루카모피 최리나(21), 미스변산 제일건설 김혜영(23), 미스변산 향토 미인상 김하영(22)양 등 총 9명이 본상을 수상했다.2일 오후 2시부터 부안 변산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총 22명의 미인들이 출전해 미의 대제전을 펼쳤다. 이 자리에는 김호수 부안군수를 비롯해 김춘진 국회의원, 김성수 부안군의회 의장, 김진태 부안군 수협조합장, 이동명 전북애향운동본부 부안본부장, 양희기 부안 경찰서장 등 내빈과 관람객 1000여명이 함께 자리에 출전자들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올 여름 해변의 최고 미인으로 선정된 '진' 이지후양은 "예쁘게 길러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부안과 변산 반도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은 "본 대회를 통해 배출된 미인들은 전북인의 자긍심을 대내외에 부각시키며 관광 전북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04 23:02

전북대, '2008 인문주간' 전북지역 행사 주관

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하는 '2008 인문주간' 전북지역 행사기관에 전북대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소(소장 장성수)와 인문학연구소(소장 고규진)가 선정됐다.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 인문학의 가치를 사회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인문주간은 2006년부터 한글날 주간에 맞춰 열려왔다. 인문주간 대주제는 '열림과 소통'으로 해마다 동일하지만, '2008 인문주간' 주제는 '일상으로서의 인문학'으로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전국 28개 대학에서 개최된다.20세기민중생활사연구소는 '일상의 기록과 의미 찾기'를 행사 전체 주제로 정하고, 생애사 토크쇼 '넋두리 신세타령'과 개인 연표 만들기 '내 삶이 한국역사', 구술생애사를 활용한 초·중·고 교재 개발 워크숍, 개인 생애사를 활용한 창작판소리 시연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명희문학관, 전주역사박물관, 전북도교육청, 문화연구 창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전북대 인문학연구소는 '인문학과 음악·미술·건축' '외국인 엄마와 한국의 전래동화' '전라도 사투리의 맛과 멋' '주막 인문학'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등을 열 예정. 사단법인 마당이 컨소시엄에 참여한다.윤석민 전북대 인문대학 부학장은 "인문주간이 인문학 연구 성과의 사회화와 대중화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인문주간 전북지역 행사를 통해 생활 속 인문학의 다양한 모습들을 많은 도민들과 향유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08.04 23:02

巫具, 그 영험함 뒤에 숨겨진 비밀…

전통적으로 세습무 활동이 활발했던 전북. 지금은 소수만이 남아 있지만, 전북 무속의 지속적 전통은 세습무의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굿 예인 뿐만 아니라 판소리, 농악, 산조, 줄타기 등의 명인명창들이 많이 배출돼 세습무계는 전통예술 전승의 요람 역할을 했다.그동안 무속 분야 연구가 굿으로 대표되는 의례와 이를 행하는 무당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무속을 구성하는 여러 분야에 대한 보다 세분화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전북지역 무속의례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한 방법으로 무구(巫具)의 현재적 양상을 기록, 「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巫具」(민속원)를 펴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3년부터 진행해 온 전통기능·예능조사사업의 마지막 성과물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전북을 비롯 전남과 제주도 무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무구는 무당이 굿을 할 때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여러가지 도구를 가리키는 말. 화려한 색채로 여러 신령을 그린 무신도와 각 굿거리마다 무당이 입는 다채로운 무복은 그 자체로도 신령을 의미한다. 방울을 흔들어 신령을 청하고, 무거운 제물을 세우며 신령의 영험을 드러내고, 굿거리 마지막에는 신칼을 바닥에 던져 그 모양으로 신의 뜻을 점치기도 한다. 이처럼 무구는 무속의례의 각 과정을 진행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령과 무당, 굿에 참여한 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전북지역 무구 조사는 무속의 전승 현황을 파악하고, 전북을 대표할 만한 제보자를 선정해서 의례를 관찰하고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상은 전북도지정 문화재인 전금순(호남당골굿 보유자) 최갑선(전북앉은굿 보유자) 하진순(호남넋풀이굿 보유자) 양옥순씨(호남당골굿 전수조교)와 최예님 안병채씨 등 입무 과정이나 학습과정이 분명하고 경력이 풍부해 정통성이 인정되는 무당들. 전북지역은 종이무구가 주를 이루며 생활도구가 무구로 일시적으로 전용된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났다.전북지역 조사 및 집필을 맡은 이경엽(목포대 교수)·최진아(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수료)씨는 "현재 전북지역은 정통적으로 활동하던 세습무와 오랜 학습을 통해 무업에 입문하는 법사들의 숫자 감소로 인해, 이 틈을 강신보살들이 메우고 있다"며 "강신보살들은 세습무 의례를 학습해 행하지만, 자신의 신의 신력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 강신무들이 사용하는 무구들을 구매해 의례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대체로 무구가 표준화되고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사회상의 변화로 인한 무속의 변화양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 무구는 무당이 굿을 할 때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여러가지 도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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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8.08.04 23:02

'당신들의 천국' 소설가 이청준 타계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등을 내놓으며 한국문단의 '큰기둥' 역할을 해온 소설가 이청준(李淸俊) 씨가 31일 오전 4시1분 폐암으로 타계했다. 향년 69세. 지난해 폐암을 선고 받은 이씨는 그동안 항암치료를 받으며 병과 싸워오다 최근병세가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1939년 8월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이씨는 1965년 단편 '퇴원'이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하며 한국 현대소설의 본격적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1960년대 소설문학의 한 장을 열었다.등단 2년 후인 1967년 '병신과 머저리'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고 1969년에는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등단 직후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이후 기복 없는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당신들의 천국', '이어도', '남도 사람','소문의 벽', '잔인한 도시', '매잡이',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벌레 이야기', '자유의 문', '축제' 등을 내놓으며 40여년 간 문단의 '큰 기둥' 노릇을 톡톡히 했다.이 작품들 속에서 작가는 토속적인 민간신앙의 세계에서부터 산업사회에서의 인간소외와 지식인의 존재 해명을 거쳐 전통적인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중앙문예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 다수의 문학상도 수상했다.1998년부터 열림원에서 전집을 발간하기 시작, 2003년 장편 11편과 중.단편집 10편, 연작소설집 3편 등 총 24편, 25권으로 완간했으며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터키 등지에서 그의 작품이 번역, 출간됐다.이씨는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신작 소설을 발표, 지난해 11월에 작품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했다'(열림원 펴냄)를 묶어내기도 했다.빈소는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14호실(☎02-3410-6914, 6923)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문인장으로 3일간 치러진다.2일 오전 7시 영결식을 거쳐 오전 8시에 발인하며 오후 2시에는 장지인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에서 노제를 지낸다.문학평론가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자문위원이 장례위원장, 문학평론가 김치수 문학나눔추진위원회 위원장이 호상을 맡으며 김주연, 김원일, 김주영, 한승원, 정현종, 황동규, 채호기, 이인성, 정과리, 이윤옥, 김선두, 임권택, 고두심 등 문단 안팎 지인들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유족으로는 부인 남경자 씨와 외동딸 은지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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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01 23:02

[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정신적 탄생과 영적인 인간

우리는 어머니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간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지나 뜻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이 세상에 내던져져 자신의 삶을 오로지 살아간다. 실존철학자 하이데거(M. Heidegger)는 이러한 인간의 운명을 '세계내존재'라고 표현한다. 세상에 내던져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되어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단지 이렇게 생물학적으로만 태어나 살아가는 것일까?우리는 생물학적으로 태어나 성장하면서 다시 한번 사회 속에서 태어나게 된다. 그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준 폴리티콘(Zoon Politikon)', 즉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이란 도시 안에서, 즉 사회적 관계 안에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익히며 자신의 삶을 조율하는 능력을 우리는 사회적 관계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에게 내려온 전통, 관습, 규범, 역사적 전승, 사회적 코드를 익히며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것을 말한다.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답게 성숙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어려운 출생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기독교의 최고의 사상가인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참된 종교』에서 우리가 정신적으로 다시 한번 태어나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인간이 정해 놓은 사회적 규칙 속에서 살아가며 속되고 퇴락한 탐욕의 인간, 낡은 인간, 세속의 인간으로부터 새로운 인간, 내적인 인간, 하늘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영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을 그는 '하나님의 치료', 또는 '종교적 치료'라고 말한다.그러나 이러한 정신적 탄생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고통과 어려움을 통해 자신과 진실하게 대면하는 고독한 훈련 속에서 우리는 영적인 출산을 준비할 수 있다. 철학자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생명 자체는 그 자신이 겪는 고통을 통하여 자신의 앎을 중대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진정한 삶의 이해는 고통을 통해 발생되며, 고통을 통해 인간은 더욱 성숙해 질 수 있다는 말이다.우리가 사회 안에서 배운 세속적인 가치를 탈(脫)가치화하고 진정으로 삶과 인간을 위해 보편적 인식의 차원으로 고양되어갈 때, 고통을 통해 삶의 넓이와 폭을 함께 지닌 독수리 같은 눈을 가질 수 있을 때 우리는 영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영적인 인간은 생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의 눈으로 삶을 이해하고 그가 만나는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고 성숙시킨다. 정신적으로 성숙할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정한 의미를 읽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생명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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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8.08.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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