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최영(崔瑛) 편】군산의 근대사 그린 '군산의 시인'
순창군 책여산 매봉재에서 출생한 최영(1945~2011) 시인은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3년부터 군산 시청 근무하여 2005년 정년퇴임하였다. 1984년 '시문학'에서 '개구리', '희화', '참새' 등으로 등단하여 군산 문인협회장, 군산 문학상 운영위원장, 전북문학상, 군산 시민의장 문화장을 수상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현실 비판의식을 내포한 선명한 사물 이미지와 체험을 바탕으로 한 풍자와 풍속을 그리되, 특히 도시화 되어 가는 농촌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정감을 매운 눈으로 묘파하여 독자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장동 주택가는 개구리들의 텃밭을 나누어 가졌다.무논에서만 살아야 할 그들이도자에 깔려 죽고농토마저 모두 빼앗겼다. 살아 있는 목숨들은 흩어져건폐율의 그늘에 숨어정원수 이파리 이슬로 연명한다. - '개구리'전문, 1984그는 땅이 없어지자하늘로 산다.하늘이 빌딩으로안테나로 갈라지자나머지로 산다.잃어버린 숲이그리워서남의 집 정원수에전세를 들어둥지를 틀고눈치로 연명한다. - '참새' 일부, 1984'개구리'와 '참새'는 단순한 생물로서의 개구리나 참새가 아니라, 기계문명, 도시 개발에 밀리고 깔려 죽어가고 위축되는 생명의 존엄과 삶의 터전을 잃어 날로 핍박해 가는 도시 근교의 농촌 현실과 소시민들에 대한 고발이요 상징이다. 자본논리에 의한 도시 개발과 그로인한 수난사가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개구리의 삶의 터전이 지상(무논)이라면, 새들의 삶의 터전은 하늘이다. 그런데 그 하늘마저도 빌딩과 안테나로 갈라져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제한되고 있다. 그래서, 참새는 간신히 남의 집 정원수에 전세를 들어 둥지를 틀고 눈치로 연명한다. -도시 소시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연상케 한다.'(문덕수, '개구리' 서문에서) 이처럼 자연은 날로 문명의 가차 없는 침범을 받고 있다는 고발이다. 산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 왔습니다고단함을 훌훌 털기 위하여목욕을 하고 산을 다시 쳐다봅니다어느새 어둠이 내렸습니다정복이 아니라 오르고 왔음을 알았습니다정상은 한 여정의 반환점이었습니다긴 산행은 찰라였습니다산행은 허무만 남는다는 것을내려와서 압니다정상을 봅니다달이 웃고 있었습니다. - '정상' 전문, 2009년삶의 '정상'이라는 것도 기실은 한 여정의 반환점이었음을, 그리고 그 긴 산행 또한 찰나였고, 그것 또한 '허무'의 한 과정이었음을 내려와서야 알게 됩니다. 정상에는 여전히 '달(月)이 웃고 있다'는 퍽이나 절망적이고 시니칼한 허무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어 이후 그의 예기치 않은 죽음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