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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식인 -그 부끄러운 자화상

매천(梅泉) 황현(黃玹)은 구한말 시인 문장가로, 1855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구례에서 칩거하며 살다가 1910년 나라가 망하자 며칠 후 통분을 이기지 못해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음독자결했다. 그때 나이 56세. 절명시 한 수가 가슴을 저민다.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무궁화 온세상이 이젠 망해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식자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그는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내가 죽어 의를 지켜야 할 까닭은 없다. 다만 나라가 선비를 기른지 5백년인데,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책임을 지고 죽는 사람이 없다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반면 같은 시인이면서도 미당 서정주는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는 행적을 보여준다. 가미가제 특공대원으로 죽은 일본군 오장에게 바친 헌시는 읽을수록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중략)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온 원수 英美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 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미당의 비열한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십 년 후까지 이어진다. 1987년에 발표된 전두환 56세 생일 축시를 보자.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 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중략)---' 한 번은 고은이 미당의 친일 행각을 비판한 적이 있었다. 옳은 지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미당의 제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고은을 공격했다. 이런 얼빠진 지식인들 덕분에 미당은 죽을 때까지 한국 최고의 시인으로 대접을 받았고, 고창에는 그를 기리는 문학관까지 국비로 운영되고 있다. 미당은 시성이 아니라 시를 더럽힌 시인이었다. 그에게는 지식인으로서의 정의나 양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시적 감각과 감성만이 존재했을뿐이다. 시적 기교와 감성적 문체는 부도덕한 사람도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람이 바로 미당이다. 서구의 경우 지식인 그룹 가운데서 작가나 시인들은 단연 시대를 리드하는 행동하는 지성으로 손색이 없다. 1936년 스페인에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파시즘 세력이 내란을 일으키자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세계의 작가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작가로 헤밍웨이, 말로, 조지 오웰, 케스틀러, 도스파소스, 네루다 등이 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희망''카탈루니아 찬가''한낮의 어둠'등 걸작들이 탄생했다. 2차 대전시에는 사르트르, 카뮈, 말로, 레마르크, 앙드레 모로아, 지드, 아라공, 베르코르 등 많은 작가들이 나치에 저항하여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인들은 부끄럽게도 일제에 충성을 맹세하고, 군부 독재시절에는 권력에 아부하기를 서슴지 않았는데, 그중 가장 악랄한 것은 언론인 출신이 군부 세력에 빌붙어 언론 통폐합에 앞장서고 같은 동료들을 학살한 점이다. 꽃의 시인으로 알려진 유명한 노시인은 군사정권 하에서 전국구 국회의원 자리를 주자 감읍하여 기꺼이 여당의 거수기 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입을 꾹 다문채 내 한 몸만 지키면서 편하게 지내는 지식인도 있다. 시대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한채 국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고, 수많은 저서를 통해 구름 잡는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다. 그런데도 오늘날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시인 김지하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발언들을 여과없이 쏟아내 우리를 당혹케하고 있다.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지식인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는 백낙청을 느닷없이 비난하는 글을 신문에 발표하더니 얼마 후에는 문재인에게 투표한 48%의 국민들을 공산당을 쫓는 국가 전복세력으로 몰아부쳤다. 무지하고 안하무인격인 그의 발언은 정상적인 지적 수준을 지닌 사람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착란상태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이 모양 이 꼴인 것을 보면 매천의 말마따나 정말 지식인 노릇하기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3.04.05 23:02

【대학 교정의 봄】캠퍼스 '꽃비' 맞으며 젊음의 낭만 느껴보세요

■ 여심 흔드는 진달래개나리꽃 볼만△ 전북대= 최근들어 무척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북대학교 캠퍼스는 계절마다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다. 특히 봄에는 캠퍼스 전체가 꽃대궐이라 할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3월 말 개나리를 시작으로 진달래, 벚꽃이 연달아 캠퍼스를 수놓고, 5월의 영산홍은 화려한 봄의 정점을 찍는다.전북대의 본격적인 화려함을 알리는 것은 단연 진달래다. 선홍빛 진달래의 정취에 취해 봄의 향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전북대로 발걸음을 옮길 일이다.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는 삼성문화회관 앞은 본격적인 봄꽃의 시작을 알리는 전북대의 명소 중 명소.수년 전부터 담장을 허물고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며 시민들과 호흡하는 캠퍼스를 만들고 있는 전북대이기에 정문 옆에 위치한 이 공간은 접근성도 매우 용이하다.새 봄 여심을 흔들어 놓은 개나리와 진달래의 스쳐 지나감이 아쉽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북대 벚꽃이 꽃잔치의 바통을 잇는다. 전북대의 벚꽃 명소는 상대 뒷길과 학습도서관을 아우르는 둘레길, 농생대 길 등 세 곳이 대표적이다.특히 벤치와 쉼터가 잘 조성된 상대 인근과 천천히 걷기에 알맞은 학습도서관 길과 '벚꽃제'가 열리는 농생대 길은 싱싱한 젊음의 열기와 흐드러진 벚꽃의 낭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안성맞춤이다.벚꽃의 향연이 지나고 난 후에는 자줏빛 색채가 캠퍼스를 휘감는다. 전북대 봄의 정점을 찍는 영산홍이 물결을 이루기 때문이다. 정문 초입부터 시작해 본부까지 이어지는 길에 가장 잘 조성돼 있다.벚꽃길로 유명한 상대 인근은 영산홍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벚꽃이 지고나면 속속 피어오르는 영산홍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 800여그루 봄꽃 상춘객 유혹△우석대= 우석대 교정에는 수령이 30년 이상 된 벚나무 200여 그루를 비롯해 800여 그루의 목련, 진달래, 영산홍, 철쭉 등이 봄꽃과 어우러져 매년 장관을 이룬다. 또한 잔디광장과 분수대, 공원 등이 잘 잦춰져 있으며, 휴식공간이 교정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우석대학교 정문에서 기숙사로 향하는 길을 걷다보면 그 중간쯤에 작은 공원이 있다. 강의실로 혹은 기숙사로 오고가는 길에 잠시 담소를 나누며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우석대에도 담양 메타세과이어 길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메타세과이어 길이 있다. 정문에 들어서 오른편에 있는 인문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보면 인문관, 학습도서관, 공학관, 교육관으로 이어지는 400m 거리에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가 즐비한 이 길은 저녁녘 노을과 함께 가족과 연인이 걷기에 좋은 길이다.4월 초순 녹두공원과 분수대, 대학본관, 약학관 등 전 교정에서 개나리와 진달래가 화사함을 뽐낸다.4월 중순엔 공학관, 문화관, 대학본관까지 이어지는 길과 정공관, 노천극장, 학생관 주변에 활짝 핀 벚꽃이 꽃 터널을 만들어 봄꽃놀이의 절정을 이룬다.■ 언덕 비탈 영산홍 군락 감탄 절로△전주대= 전주대학교에서 봄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본관 건물 주위를 둘러싼 비탈길의 영산홍 군락이다. 본관 밑 직선으로 자리한 내리막길을 중앙을 뒤덮은 모습도 아름답지만 본관 왼쪽 잔디구장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의 영산홍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넓은 면적도 기대 이상이지만 언덕의 한쪽 비탈이 영산홍 군락으로 빼곡히 채워진 모양새는 전국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영산홍의 꽃말은 '첫사랑'. 주홍빛 비단 한복 치마를 널어놓고 떠난 첫사랑을 이곳에 오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산홍 붉은 꽃이 하도 예뻐서 가는 봄 잡고서 혼자 울었소."라는 애절한 노래 가사가 가슴속에 사무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 등나무 동굴 속 보라색 향기 그윽△전주비전대= 전주대 본관을 에둘러 내려가면 비전대 캠퍼스로 이어진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 사이 비전관 오른편에는 넓은 잔디밭과 인공폭포의 시원함이 함께 자리한다. 이곳 잔디밭 가장자리 파라솔은 주말이면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폭포수 옆 길게 늘어진 수양버들 밑에 돗자리를 깔고 따뜻한 봄 햇살을 즐기기도 한다. 또 하나, 비전대 구성원이 아니면 쉽게 알지 못하는 비밀의 장소가 있다. 비전관 왼쪽 뒤편에 자리한 등나무꽃 동굴이 바로 그곳.철골 구조물로 만든 반원 모양의 틀 전체를 등나무가 감싸고 있는 동굴 형태다. 등나무꽃이 피기 시작하는 5월 중순이 되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잎과 꽃이 풍성해진다. 오롯이 안에 들어가 있으면 비밀의 화원에 온 듯 하고 천정에 흐드러진 매달린 보라색 꽃들은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 보다 탐스럽다.'사랑에 취하다'라는 보라색 등나무 꽃말처럼 이 꽃 동굴 안에 들어간 연인들은 사랑에 취하고 꽃향기에 취할 수밖에 없다. ■ 수덕호 주변 벚꽃터널 장관 이뤄△원광대= 싱그러운 봄 향기가 피어오르면서 약 160만㎡의 광활한 부지에 구석구석 아름답게 꾸며진 원광대학교 캠퍼스를 찾는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4월 초 백목련을 시작으로 벚꽃과 철쭉, 영산홍 등 수 만 그루의 화초가 활짝 펴 꽃동산으로 변해가고 있다. 원광대 캠퍼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일자형 도로인 대종로 양옆에 뒤덮인 오래된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4월 중순이면 만개할 철쭉이 대종로 옆 인도는 붉게 물들일 준비중이다.봄철 꽃부터 시작해 가을 낙엽과 한겨울 눈꽃이 필 때까지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원광대 캠퍼스 중앙에는 1970년대 초반부터 조성된 인공호수인 수덕호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폭포와 분수대를 갖춘 수덕호 주변에는 벚꽃길이 조성되어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벚꽃이 지면 철쭉과 영산홍이 다양한 색으로 수를 놓는다.특히 2012년 개관한 신축 중앙도서관의 유리건물과 벤치, 야간조명 등 현대적 감각의 조경이 어우러져 새로운 명소로 주목을 끌고 있다.1987년부터 만들어진 원광대 식물원은 학교 구내 전역을 꾸민 이른바 '조경식물원'과 함께 약 9만㎡ 넓이의 '자연식물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4개의 수목원과 유용식물원, 생태식물원, 온실 등에 1700여종에 이르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꽃야경 일품 주민 휴식처 각광△군산대= 군산대학교 캠퍼스는 개나리, 진달래, 철쭉, 벚꽃, 목련 등 다양한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학생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기숙사 전면 도로(동문쪽) 500m 구간 100여그루 벚꽃나무 길은 해마다 봄이면 하얀 꽃잎이 쏟아져 내려 '꽃방석에 앉아 꽃향기를 마신다'는 표현이 절로 어울리는 명소이다. 특히 인문대 전면 도로 300m 구간 60여그루 벚꽃나무는 50여그루의 메타세콰이어와 어우러져 남다른 사랑을 받고 있다.지난해 봄 대학 측은 이곳에 조명을 설치해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하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진달래, 개나리 등이 장관을 이루는 800m 예술대길도 음악관 근처 낮은 야산과 언덕을 꽃으로 수를 놓고 있으며, 도서관 아랫길 100여그루의 철쭉도 봄의 향기를 전한다. 황룡호수공원은 선명한 철쭉꽃 무더기가 인상적으로, 호수변 담장을 모두 없애고 오솔길을 만들어 공원을 조성했다.군산대 벚꽃길은 다음 주말이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 주말
  • 정대섭
  • 2013.04.05 23:02

【전북의 벽화마을】발길 닿는 곳곳 동화여행·기억의 책장

매주 주말과 방학은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의 시간이다. 지난 겨울방학 통영 벽화마을을 다녀온 뒤 전북에는 이런 벽화마을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았다. 그간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전북 벽화마을을 공개한다.△ 익산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고창리 벽화마을가장 먼저 찾은 벽화마을은 익산에 위치한 고창리 벽화마을이다. 고창리 벽화마을의 그림은 원광대 미술대학 학생들과 익산 시민들이 2년 전부터 함께 그렸다. 이곳 벽화에는 아주 평범한 시골모습과 바다동물풍경 등 한국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얼과 정신을 담으려는 작품들이 특히 돋보이고 옛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풍습 등을 벽화로 생생하게 보여준다.어릴적 팽이치기를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팽이를 치는 소년들의 모습을 담은 벽화는 반갑지만 속상하다. 소는 옛 우리 농촌 사회에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었을까, 모든 농사일을 도맡아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지금이야 농기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소는 우리의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생활모습 외에 자연의 모습도 담겨 있다. 시원한 파도를 그리기도 하고 마을의 수호신인듯 건강한 호랑이도 찾아볼 수 있다. 주인집 담벼락에 자식들의 얼굴을 그려넣은 벽화가 눈길을 끈다. 그곳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은 집 주인의 자식들을 늘 볼 수 있다. 어느 벽화보다도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고가는 손님들은 모두 이 집 아들, 딸들을 모두 보게 될 테니까.△ 전주한옥마을 꼭 갈 만한 자만마을 벽화갤러리전주 한옥마을 오목정 뒤로는 전주벽화마을 '자만마을 벽화갤러리'가 있다. 도로변 주위로 옛 달동네를 모습을 하고 있어 도로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자만마을의 벽화갤러리는 몽환적이고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소재의 벽화들이 많다. 마을 자체가 작고 골목이 많기 때문에 몽한적인 벽화와 어우러져 마치 동화속 미로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또 다른 벽화마을에 비해서 벽화 작품들도 많기 때문에 사진촬영을 하기에도 좋디. 전봇대를 활용해서 가지치기를 하는 나무의 모습, 버섯 위에 지은 집 등에 관한 상상하면 새로운 세상에 놓인 것 같다. '이상한나라 앨리스', '스머프'와 같은 만화들이 절로 생각난다. △ 꼭꼭 숨어있었던 정읍 구량 벽화마을20년이 넘도록 정읍에 살면서 벽화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구량마을은 벽화와 다양한 전통 체험 프로그램 등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마을이다. 구량마을은 과수원이 많다. 이곳의 특산품은 농장에서 길러내는 다양한 과일인데, 그래서 그런지 구량마을의 특산품인 복숭아와 복분자를 그려 놓은 벽화들이 눈에 띄게 많다. 구량마을은 자연농원들이 많은 깨끗한 마을이다. 이곳의 또다른 이름은 '햇볕 즐기는 마을' 인데, 아마도 자연친화적인 특산품을 재배하고 깨끗하고 보기좋은 마을 환경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도 옛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나 궁궐 내의 모습을 표현한 벽화들도 감상 할 수 있다. 옛 우리 아버지들은 늘 등에 지게를 메고 나무를 하곤했다. 힘들지만 너무 훈훈한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어험! 주변 사람들이 숙인 채 인자한 모습으로 걷고 있는 왕의 모습도 보인다. 아마도 백성들의 삶을 관찰하기 위해 여기까지 나온게 아닐까? 그 옆에는 과거를 보는 선비들의 모습도 보인다. △ 특색있는 벽화마을이 더 많아지길벽화마을 여행은 마을의 풍경, 새겨진 벽화,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었던 훈훈한 여행이었다.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벽화의 특성이 다르고 표현방법도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자세히 보지 못한, 반대로 전혀 모르고 있었던 장소를 찾아가며 넓은 전라북도에 발도장을 찍고 돌아왔다. 전국에는 매우 다양한 벽화마을이 존재한다. 전북이 더 특색있는 벽화마을로 더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 김진철씨는 원광대 경영학부에 재학 중이며 올해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기고
  • 2013.04.05 23:02

【프라모델의 어제와 오늘】남자 아이들의 최고 호사, 이젠 마니아 전유물로

어릴적 누구나 '장난감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성이라면 작은 마론 인형에 얽힌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남성이라면 변신 로봇이나 합체 로봇 장난감에 얽힌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 가지 않던 시절, 그러니까 우리가 '애들'로 분류되던 시절에는 장난감이 우리 세상의 전부였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도구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잣대이기까지 했다.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다양했다. 작은 구슬부터 딱지, 종이인형, 농구공에 이르기까지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만큼이나 복잡 다양한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았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며 떠올릴 수 있는 '최고의 장난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프라모델'이라고 하겠다.△ 프라모델, 남자 아이들이 꿈꾸는 최고의 호사 '프라모델', 즉 '플라스틱 모형조립'은 어릴 적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 프라모델은 만화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비행기탱크오토바이 등 다양한 기기를 플라스틱 조립 모형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텔레비전에서 본 멋진 로봇 캐릭터를 조립해보고, 내 방에 전시해놓은 것은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대부분 남성들의 꿈이었다. 컴퓨터도 없던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 무언가가 필요했고, 프라모델은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되어 가지고 노는 이에게 이야기를 복원해 주거나 스스로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 도구'이기도 했다. '프라모델'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였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으로 직접 만화나 영화 캐릭터들을 빚어내고 있기에 매우 견고하고 섬세하게 대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인상깊게 보았던 만화영화 속 그 장면을 프라모델이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관상용 기능만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로봇비행기 하나에 불과했지만 그 자체로 친구들과 수천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용한 도구였다. 로봇 하나만으로 매번 다른 이야기와 전개, 상황 설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무척 즐겁고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손에 쥔 로봇은 매일 새로운 이야기, 공간, 시간으로 나와 친구들을 사로잡곤 했다. △ 키덜트 문화 되어버린 프로모델 수집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나버린 탓일까,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디지털의 물결이 우리를 오프라인에서 멀어지게 만든 탓일까. 프라모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아련한 추억과 달리, 지금의 프라모델은 일부 소수 팬들만이 즐기고 찾는 '마니아 문화'로 전락했다. 과거 많은 아이들이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과학사' 앞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신하고 있다. 사람들은 프라모델을 찾는 이들을 일컬어 '키덜트(kidult)'라고 부른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이 말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이시절의 감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프라모델 조립은 키덜트족들을 위한 것쯤으로 치부한다. 나는 그런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프라모델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한 마니아가 아니라 그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디지털보다 직접 무언가를 만지고, 조립하고, 그렇게 성취감을 느끼면서 보람을 느낀다. 그것은 '추억'이다.프라모델의 추억을 떠올려 보기 위해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한 매장을 찾았다. 대형마트를 제외하곤 전주에 유일한 프라모델 공간이다. 시들어버린 프라모델의 인기만큼이나 한적한 이곳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먼지 수북한 오래된 프라모델과 주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련했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슴 속 한 구석에 쌓여있는 것처럼, 프라모델도 그렇게 선반 한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주말
  • 이화정
  • 2013.04.05 23:02

【프라모델 마니아 김천일씨】장난감의 추억 속에서 철들지 않는 '키덜트'

전주의 문화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를 지나 오목대로 이어지는 길목에 재미난 가게가 있다. '건프라와 건닥터'라는 이름의 이곳은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어린 시절 프라모델의 기억을 떠올리기 좋은, 대형마트를 제외한 전주 유일의 프라모델 판매 매장이다.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이곳 매장의 주인은 30년 이상 프라모델의 매력에 빠져 살아온 주인 김천일씨(45)다. "프라모델 매력은 남자라면 당연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있는 과학사에서 처음 탱크 모형을 보고는 완전히 반해서 프라모델 마니아가 되었거든요."어린 시절 동네 과학사에서 처음 프라모델을 마주한 이후, 천일씨에게 프라모델은 그 자신의 삶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그의 프라모델 사랑은 부모님께 거짓말을 여러 차례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당시 프라 모델이 한 500원쯤 했어요. 그때 짜장면 한 그릇이 250원했으니 프라모델 하나가 짜장면 두 그릇이랑 맞먹는 거죠. 당연히 부모님께서도 이거 사라고 돈을 주실리도 없고. 그래서 어렸을 적에 거짓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죠. 학교 유리창을 깨먹어서 물어줘야 한다는 것부터 다양한 핑계로 프라모델 값을 마련하곤 했어요."거짓말까지 동원해야했던 그의 열정은 지금까지 30여 년 간 프라모델과 함께 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대체 프라모델의 어떤 면이 좋았던 것일까."만들면서, 완성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이죠. 아마 많은 남성들이 공감하실 거에요. 어려운 조립일수록 더 관심이 가고, 내가 꼭 해내야겠다는 오기도 생기면서 성취감을 크게 느끼는 게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시간이 흘러 이제는 인터넷에 비해 판매가 많지도 않고, 손님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는 여전히 프라모델 마니아다. 프라모델을 판매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가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지금 프라모델 찾는 손님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저한테 구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이것저것 구해드리기는 하죠. 꼭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단 제가 즐기는 부분이 커요." 마니아다운 대답이다. 실제 그의 매장을 찾았던 1시간 동안 이곳을 찾아온 손님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즐거워보였다. 하루 종일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지내기 때문이다. 프라모델과 함께 서바이벌 게임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천일씨. 그는 진정 마니아였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선샤인뉴스 대표)

  • 주말
  • 기고
  • 2013.04.05 23:02

【진정한 아토피 예방 대책은】친환경 도시 조성 우선돼야

요즘 들어 각 지방 자치단체들의 아토피 대책이 무성하다. '아토피 없는 마을', '아토피 없는 도시 만들기' 등 제목만 봐도 당장에라도 아토피를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할 어떤 묘안이라도 있어 보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슬로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뚜렷한 대안이 구체적으로 서있는가 하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아토피 없는 천연의 자연환경을 구성한다는 계획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아토피에 특별한 치료효과가 있는 약물의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실제 아토피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업적인 냄새가 가득한 계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토피가 없는 자연환경을 조성하여 그 환경 속에 아토피 환자를 유치하고 그들이 치유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아토피 환자를 실제의 생활과 삶으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환자가 도시생활과 학교생활을 벗어나 자연에만 머물 수 있단 말인가.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한국의 교육 경쟁에서 벗어나 오로지 아토피 치료만을 위하여 공부를 포기하고 시골의 학교로 전학을 가고 또 회사를 그만두고 아토피 치료를 위하여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의 아토피 환자 중에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이러한 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가도 다시 도시의 환경으로 복귀하여 다시 아토피가 재발하고 말았다는 결과도 이미 환자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또 아토피에 특효가 있다는 물질을 찾아 약물을 개발하여 약품화하겠다는 발상은 그 계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아토피의 발생 원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하지만 아토피는 어느 한두 가지 약품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반대로 아토피를 일으키는 물질은 이 도시 문명 속에 너무나도 많다. 이러한 계획은 돌을 금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해보겠다는 생각만큼이나 허황된 계획이다. 물론 어떤 물질이 어떤 특수한 경우에 조금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물질을 약품화하여 수년의 임상실험을 거쳐 환자에게 투여될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 아토피를 치료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아토피는 피부질환이 아닌 전신의 대사이상 질환이고 면역이상 질환이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근본적 치료가 아닌 어떠한 단편적인 약물과 제품도 결코 아토피를 완치시켜줄 수 없다.아토피를 상품화해보려는 어떤 지방자치 단체도 아토피를 예방하기 위해 전 도시적 차원에서 환경대책을 수립해보겠다는 곳이 없다. 아토피를 진정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공업보다는 농업이 우선적으로 중시되어야 하며 또 화학농업보다는 유기농업이 중시되어야 하며 가공식품보다는 천연식품의 신선한 공급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그리고 아토피라는 질병의 치료에 있어 양방보다 한의학 친화적 치료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계획이 종합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이상 아토피의 치료는 허황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아토피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왜 심해져만 가는지 또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아토피가 극복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여성한의원장

  • 주말
  • 기고
  • 2013.04.05 23:02

【전주남중 '미라클 윈드오케스트라'】화음이 빚어내는 친구의 소중함

처음 악기를 잡았을 때의 그 차가운 감촉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낯선 것은 둘째치고 배에 아무리 힘을 주고 불어도 소리는 밖이 아닌 안에서만 맴돌았다.'그만둘까'하는 생각이 든 순간,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선생님과 친구의 말에 자투리시간을 들여 악기와 씨름한 끝에 이제 조금은 소리다운 소리를 낼 줄 안다.친구, 후배들과 함께 만들어 낸 아름다운 하모니가 교실 밖을 넘어 울려퍼질 때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된 것은 '덤'이다. 4일 오전 전주남중학교 음악실.'미라클'이란 이름의 이 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 40명이 연습에 한창이다.저마다 맡은 파트의 관악기에 소리를 내보는 통에 교실 안은 불협화음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단원들의 표정은 그 어느 음악가 못지 않게 진지한 표정이다.지난해 정부 및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처음 오케스트라단이 만들어지면서 단원들은 매주 두 번(2시간) 모여 연습을 한다. 여름 방학 동안에도 따로 모여 소리를 내보고 맞춰보는 등 열성적으로 임하고 있다.하지만 미라클은 훌륭한 연주를 위해 연습하는 것이 아니다. 미라클은 스스로를 사춘기라고 부르는 이 아이들의 억눌린 마음을 푸는 해방구이자, 안식처이다. 즉 힐링(치유)의 공간이다. 또한 왕따 등 학교폭력 피해학생도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면서 얼굴이 밝아졌다.열심히 하면 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공부에도 적용해 학업성적도 덩달아 좋아진 단원도 많이 생겼다.최무림 지도교사(36여)는 "감수성이 예민해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해 삶의 여유로움을 찾게 하는 데는 음악만한 것이 없다"며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알아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실을 찾는다는 김동흔 군(2년트럼펫)은 "내기 힘들었던 높은 음을 낼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며 "학교 생활 중 가장 크게 맛본 성취감"이라고 말했다.김 군은 또, "배우고 익히는 것도 즐겁지만 여러 친구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최다연 양(3년플루트)은 "친구와 다퉈서 마음이 좋지 않거나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 합주를 하면 마음이 풀린다"며 "꾸준히 연습해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미라클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미라클은 지난해 9월 전북 중등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 데 이어 올해 졸업식에서도 공연을 펼쳐 재학생 및 교직원,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이와 함께 지역사회의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 재능기부를 통해 함께 나누는 화음을 실천할 계획이다.아이들 내부에서 일어난 긍정적 변화에 만족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이들과 음악을 통해 호흡하고 싶기 때문이다.미라클의 기적은 단원들의 밝아진 얼굴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앞으로 이들이 나아갈 새로운 길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단원들은 굳게 믿고 있다.최 교사는 "단원들이 외면의 소리를 내기 보다 내면의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우리가 이뤄낸 작은 기적을 선보일 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주말
  • 최명국
  • 2013.04.05 23:02

호스트…하나의 몸 두개의 영혼

한몸에 두 영혼이 산다. 게다가 한 영혼은 뇌에기생하는 외계 생명체.영화 '호스트'(감독 앤드류 니콜)의 주인공 멜라니(시얼샤 로넌) 얘기다.지구를 정복한 외계 생명체 '소울'에 붙잡힌 멜라니의 몸에 수많은 행성을 떠돌며 천년을 산 '완다'가 들어온다.몸을 지배하는 완다와 자기 몸에 갇힌 멜라니는 티격태격하면서 조금씩 서로 이해하게 되고 정이 들어간다.'트와일라잇' 시리즈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작품이 원작인 이 영화는 적으로 만난, 너무나 다른 두 생명체가 어떻게 교감을 쌓아 가는지 기교 있게 담아냈다.하나의 몸을 가진 두 영혼이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자칫 유치할 수 있는 내용을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가면서 결말을 어떻게 끝낼까 궁금하게 만드는 잔재미가 있다.구성이 그리 치밀하지 않은데도 관객을 놓아주지 않는 건 잔잔한 스토리와 그 밑에 깔린 '관계'다.개별 생명체끼리의 관계, 사회와 사회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하면 갈등을 풀 수 있는지 얘기한다. 영화를 요리조리 뜯어보면 현실과 어찌 그리 닮았나 싶다.특히 "어느 한 쪽이 혼자 살기 위해 다른 쪽을 죽이면 둘 다 죽을 뿐"이라는 메시지는 우리 현실에 묵직하게 다가온다.인상적인 장면도 여러 군데다.인간을 육체적 욕망이 강한 종족, 서로 죽이고 삶의 터전인 지구마저 죽이는 잔인한 종족이라고 말하는 소울의 무기에는 'PEACE'(평화)란 글자가 선명하다.소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도 되는 듯 하나 같이 흰옷을 입는다.건물과 자동차 등 소울의 모든 것은 흠집도, 이음새도 하나 없는 완전무결한 금속이지만 상대적으로 너무나 허술한 헬기 내부 모습은 옥에 티다.이해와 양보, 희생, 배려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는 소울을 이길 유일한 무기는 역설적으로 사랑과 친절이라는 답을 내놓는다.영화에서처럼 정말 두 영혼이 한몸에 산다면 기분이 어떨까."번잡하다"(Crowded). 캐릭터들이 전하는 감정이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05 23:02

런닝맨…뛰고 또 뛴다 짜릿한 액션

봄꽃이 만개한 가운데 영화계에도 새로운 영화들이 대거 등장했다.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 신세계 등 그간 흥행을 이어오던 영화들의 기세가 한풀 꺾인 자리에 액션, SF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자리했다.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이번 주말 극장가가 관객들을 유혹한다.살인범으로 누명을 쓴 남자가 경찰과 악당들의 추격을 피해 도망친다. 총도 칼도 없는 이 남자가 가진 건 두 다리뿐.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수밖에 없다.영화 '런닝맨'은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무기 로비스트와 스파이가 등장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리얼 도주 액션'이라는 카피 문구 그대로 달아나는 행위 그 자체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두 시간 내내 경쾌하게 이어진다.이 영화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이십세기폭스가 주요 투자자로 나서 일찍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결과물은 할리우드식의 매끈함과 한국식의 토속성이 꽤 잘 뒤섞인 것으로 보인다.자기 앞가림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35세 남자 차종우(신하균 분)는 일찍이 '사고'로 아빠가 돼 벌써 고등학생 아들의 학부형이 됐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열쇠따기, 도둑질을 전전하다 감옥에까지 갔다왔지만, 이제 카센터 직원으로 마음 잡고 살아보려 한다.다 큰 아들 기혁(이민호)은 멘사 회원일 정도로 두뇌가 뛰어나고 자존심이 세서 번번이 사고나 치고 다니는 철부지 아빠를 대놓고 무시한다.돈벌이를 위해 밤에 콜 전문 기사로 일하던 종우는 어느날 큰 돈을 제시하며 차에 탄 손님을 태우고 다니다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죽은 것을 발견한다. 시신을 차에서 끌어내는 모습이 주차장 CCTV에 찍히고 종우는 본능적으로 현장에서 달아난다.경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해보지만 경찰은 이미 종우를 살인범으로 단정짓고 체포하려 한다. 자신의 말이 전혀 안 먹힐 것을 직감한 종우는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종우의 휴대전화기에 전송된 사진 파일을 노리고 의문의 남자들과 국정원까지 출동해 종우를 쫓는다.이 영화는 큰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총알이 쏟아지고 화약이 터지고 건물이 부서지는 등의 화려한 볼거리는 등장하지 않는다.대신, 짜릿한 속도감이 돋보이는 영리하고 참신한 액션이 돋보인다. 서울 시내의 낯익은 공간을 밀도 있게 활용하면서 순간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잡아내 시선을 집중시킨다.호흡의 적절한 완급 조절로 영화의 전체 리듬도 좋은 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드라마가 액션 사이사이에 잘 녹아들었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05 23:02

'부안' 아리울 오케스트라단' 정부지원사업 2년연속 선정

부안의 아리울 오케스트라단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 대상에 2년 연속 선정됐다.4일 부안군에 따르면 부안예술회관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3년도 오케스트라 교육지원 거점기관'으로 선정, 8000만원의 국비를 들여 꿈의 오케스트라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진행되는 이 사업은 오케스트라 교육을 매개로 아동·청소년에게 고른 음악교육의 기회를 제공, 보편적 예술 평준화를 유도하고 음악을 통한 정서함양과 감성을 키워 창의적 인재로 양성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전문적인 오케스트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다. 아리울 오케스트라단은 관악과 타악 파트를 추가해 관현악단으로서 모습을 갖췄다. 오케스트라단은 지난 2일 개강식을 가졌으며 오는 12월까지 교육이 진행된다. 특히 파트별·개인별 레슨 위주의 교육을 탈피해 개개인이 아닌 오케스트라단 전체 합주 위주의 교육을 진행키로 했다.김호수 군수는 "부안 아리울 오케스트라단원의 손으로 꿈의 오케스트라를 부안 전역으로 퍼뜨려 부안 군민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양병대
  • 2013.04.05 23:02

아홉개 극단, 창작극 열전 벌인다

'9'. 완벽한 숫자를 의미하는 '10'보다 '1'이 부족하지만 '1'이 주는 여백과 여운은 더 깊은 듯 하다. 연극도 이와 같지 않을까. 배우들이 보여 주는 완벽한 연기보다 약간 힘을 빼고 진솔하고 담백하게 다가오는 연기에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제29회 전북 연극제'에 참여하는 9개 극단이 '단 한 번의 감동'을 재현한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회장 조민철·전북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연극제는 9일부터 15일까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창작소극장·아하아트홀·소극장 판·익산 소극장 아르케·군산 사람세상 소극장에서 열린다. 창작 초연작인 극단 문화영토 판의 '민들레, 아리랑!'과 극단 둥지의 '고물섬 표류기'가 연극제 개막을 알린다. 조민철 회장은 "이번 연극제는 창작 초연과 자체 창작의 결과물이 많아 기존 공연의 재탕이 많았던 이전보다 변별력이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의 평가와 호흡을 중시했던 기존 공연보다 냉정한 심사의 눈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많은 연극인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은 6월 충남 홍성에서 열리는 '제31회 전국연극제'에 전북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창작극회, '마술가게' (9일~10일 오후 7시30분, 전주 창작소극장)창단 52년을 맞은 창작극회는 '마술가게(작 이상범·연출 김정표)'를 선택했다. 마술가게 의상실에서 들어간 도둑들이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며 꺼내놓은 세상 이야기는 코미디다. 그것도 아주 심한 블랙코미디. 의상을 갈아입을 때마다 옷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은 도둑들은 세상을 향해 외친다. "작은 도둑은 벌을 받고 큰 도둑은 살맛 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라고. 문의 010-4651-3181.△ 우리아트컴퍼니, '아내의 뒤를 쫓는 남자' (10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고객의 행복만을 위한 행복상담소'에 어느 날 젊은 남자가 찾아온다. 이곳의 소장은 남자가 바람난 아내의 숨겨진 애인을 찾기 위해 고용한 사람. 한 달 동안 남자의 아내를 뒤쫓았던 소장은 숨겨진 애인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자의 추궁 끝에 소장은 말을 바꾸면서 남자는 절망하고 아내마저 우연히 상담소를 찾게 되면서 남자의 인생은 꼬여간다. 작 김영오, 정찬호 연출. 문의 010-8010-2304.△ 극단 명태, '청춘예찬(靑春禮讚)' (11일~14일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요일 4시 아하아트홀) 극단 명태의 '청춘예찬(靑春禮讚·작 박근형·최경성 연출)'은 이류 인생을 살아가는 청년의 고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청년은 22살이다. 그의 집에는 두 가지 일만 하는 아버지가 있다. 온종일 TV 보기와 이혼한 아내에게 용돈 타러 가기.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홧김에 뿌린 염산 때문에 눈이 멀어 안마사로 일한다. 청년 역시 일을 하지 않고 이류인생을 살아가며 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문의 010-4652-6556.△ 연극하는 사람들 무대지기, '959-7번지' (12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959-7번지(작·연출 김정숙)'는 쓸쓸한 노년을 맞이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영순은 가족들에게 간단히 식사 하는 것으로 자신의 칠순 잔치를 마무리하자고 한다. 하지만 각자의 힘겨운 삶에 찌든 자식들은 얼굴에 불편함이 가득하다. 칠순 잔칫날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자식들을 기다리며 영순은 남편의 영전사진에 이야기한다. 자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모로 변변치 못함을 이야기하며 운다. 문의 010-8479-5040.△ T.O.D랑, '그해 여름' (12일~14일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7시30분 전주 창작소극장) 시각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그해 여름(작 김소라·국영숙 연출)'은 카페공연으로 첫 문을 열었다. 네 번이나 앙코르 공연을 했을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수지망생 남자는 사장의 여동생인 시각장애소녀와 만나게 된다. 비 오는 여름, 남자는 소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소녀는 남자에게 작사를 해준다. 이렇게 둘의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 문의 010-4657-6511.△ 극단 사람세상, '다녀왔습니다.' (12일~15일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사람세상소극장) '다녀왔습니다(작 김민정·연출 최균)'는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일들에서 새로운 일상을 발견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소희네 가족은 집안에서 마주침이 뜸하다. 이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던 순간적인 마주침들은 시간이 지난 뒤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순간으로 남는다. 문의 010-3672-0377.△ 문화영토 판, '민들레, 아리랑!' (12일~14일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소극장 판) 이주 여성들의 고민을 담은 '민들레, 아리랑!(작·연출 백민기)'은 이번 연극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버린 다문화 가정. 여러 사건·사고로 집안은 냉기가 흐른다. 외국인 여성을 며느리로 맞이한 시어머니는 자신의 딸도 외국으로 시집을 보냈다. 시어머니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으로 고민하지만 딸의 처지를 생각하면 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문의 016-9315-5702 △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눈먼아이가 그린 풍경' (13일~14일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소극장 아르케) 보이지 않는 이가 보이는 것을 그린다. 조원진의 원작 동화를 각색한 '눈먼아이가 그린 풍경(각·연출 한유경)'은 역설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감동을 준다.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눈먼 아이가 그린 풍경'은 다시 세상에 눈을 돌리라고 이야기한다. 문의 010-2650-9832 △ 극단 둥지, '고물섬 표류기' (14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이번 연극제에서 초연으로는 유이한 '고물섬 표류기(작·연출 문광수)'는 '꼴통들'의 유쾌한 반란을 담았다.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고물섬 표류기는 각각의 사연과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물섬에 표류하면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느 날 고물섬에 도둑이 들어 금고가 사라지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간다. 문의 010-5633-2600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05 23:02

힘겨운 생 앞에서 나를 일으켜준 '시간'

시인이자 수필가인 최정선씨는 도내 문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여류 문인. 전북여류문학회·전북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원광문인회·석정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필력'도 이미 인정 받았다. 아직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지 않아 그 자신에게는 부담감으로, 지역 문단에는 아쉬움을 남아있었다.그런 그가 첫 수필집 '지나온 시간은 모두 선하다'를 냈다(수필과 비평사). 공력이 묻어나는 수필집이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저자는'시간'에 주목했다. "'시간'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다.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였다. 다리 아프다고, 어서 가자고, 울지 마라고, 나를 조러거나 힐난하지 않았다. 생은 도처에서 나에게 힘겨운 도전을 해왔으며, '시간'은 그때마다 나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고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주었다."(책 머리에서)힘든 상황까지도 '지나온 시간은 모두 나에게 선하고 관대했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온지 읽게 한다.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최정선의 글에는 예의 '대나무'같은 근본과 기품이 배어 있다. 그런 바탕 위에 심미적 예술성·철학적 사상성이 혼연일체를 이루는 글을 만든다"고 해석했다. 수필이 시와 함께 의미를 공유하며 완벽하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에도 '드문 일이고 놀라운 일이다'고 평했다.담양의 죽녹원, 임실 운암교 외진 산길, 내변산 국립공원 골짜기, 옥정호, 전주 은행나무길, 지리산 산행에서 만나는 동식물 하나하나에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자연을 통해 우리의 삶을 관조하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베토벤의 전원을 통해 위로를 받고, 브람스의 변주곡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했다. 음악가였던 남편(고 차형균 전주대 교수)과 음악 전공의 딸을 통해 음악과 자연스럽게 친해진 그의 또다른 음악읽기다.저자는 '월간 에세이'에 2차례 수필 추천을 받았고, '월간 한국시'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3.04.05 23:02

詩로 임진왜란·병자호란 역사 재조명

"이 선생, 나 좀 만납시다."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안평옥 시인(69)의 목소리는 상기됐다. 이튿날 그가 건넨 시집'화냥년'(도서출판 계간문예). 궁금했다. 왜 이리 도발적인,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제목을 내걸었을까. 평소 입바른 소리를 해서 손해보는 일이 많다던 그가 뭔가 작정하고 감행한 일은 아닌가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현재에 녹여내면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서사시가 우리 주변에 많지 않았습니다. 신동엽 시인이 1989년 발간한 장편서사시 '금강' 이후 이렇다 할 서사시가 없었다 이 말입니다." 15년 동안 노심초사하며 엮은 시집이라지만 제목에서 주는 오해(?)를 감안해 은근슬쩍 물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했다가 '화냥년'이라고 불리웠습니다. 국가와 무능한 사회 지도층에 의해 국가가 환란을 겪어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본 여성들을 절개가 없는 여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된 것이죠. 이것이 우리 역사의식의 현주소라 여겼습니다."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나서 "정말 홀가분했다"는 시인을 두고 "나도 책 몇 권은 빌려줬으니 공이 있는데, 그 양반 참 징글징글허게 매달렸다"는 오하근 원광대 명예교수는 "그러나 '화냥년'에 관한 어원은 설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시인이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도록 하는 과거로의 회귀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시작되던 1592년부터 병자호란이 있던 1936년을 거쳐 1945년 소현세자 독살의 역사를 훑으며 시인은 "우리가 일본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분했다. 시집을 '바람','비','번개','천둥'으로 전개시킨 것도 무감각한 역사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극적 장치. 여기서 시(詩)는 '되돌아가기'로 시간을 역추적하거나 '예시'를 통해 순서를 엉키게도 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서사 속 인물과 접촉하되 사건에는 개입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다. 마지막 5부에선 인조의 뒤를 이은 효종이 추진한 북벌 계획의 허와 실을 더듬는 '허생전'을 각색한 '타오르지 못한 횃불'을 실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쉽지 않으나 평탄하지 않았던 우리 역사의 치부를 바로 보기하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인은 "건강만 허락된다면 동학을 바로보는 시도 쓰고 싶다"고 했다. 한 인간의 비극이 아니라 동학군의 숭고한 정신 이전에 그것으로 뭉뚱그려진 그늘까지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김제에서 태어난 안 시인은 전라북도 산림행정과장을 지냈으며, 1993년 '문학세계'와 199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시집 '흔들리는 밤',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그리움이 뜨거운 날에','새벽 인력시장' 등을 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13.04.05 23:02

【오하근 교수가 말하는 김남곤 시선집 '사람은 사람이다'】시인의 사랑·자비의 인격 고스란히

이 시집의 제호인 '사람은 사람이다'는 제법 철학적인 명제인 듯싶다. 그러나 아니다. 이는 시인이 당연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무슨 격식도 논리도 없이 그냥 하는 말이다. 시인은 '사람은 사람이다'라고 입을 세 번만 달싹거려 보면 알 수 있는 말이란다. 물론 '사람이 사람이면 모두가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이어야 사람이 사람을 사람이라고 한다.'라는 반론도 있겠다. 그러나 시인은 '사람은 모두가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이니까 사람이다.'라고 답하고 있다. 그 '사람이니까'의 증거를 시인은 이 시집의 머리에서 우리들은 누구든 '인간적인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지순하기 그지없는 행렬'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동행'하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그 길에는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고 눈보라도 쳤습니다. 정의롭게 살기 위해 고뇌하는 눈물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라고 이 세상이 비록 험악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으려고 흘리는 눈물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이 바로 이 한 권의 시집으로 엮였다. 이 시집은 그런 착한 눈물의 기록이다.이 눈물은 동일시로 형성된다. 타인에게 심리적인 유대감을 느껴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남을 자기처럼 여기는 이 동일시는 사랑과 자비의 바탕이기도 하다.오랜 만에 바닷가에 앉아말없이 겸상을 했다숟가락을 들었다가 놓았다가내가 그렇게 따라했다.어느 한 구석 입맛 누릴 혀끝 자리가 없었다. '라대곤 님의 밥상'중에서바닷가에 앉아 겸상을 하는 기분은 어떨까. 아마도 그 넓은 바다를 다 채워야 할 듯하는 공복을 느낄 것이다. 광활한 바다와 한 점 혀끝자리와의 대비. 물결이 넘쳐오듯 입맛도 그렇게 끌어당길 텐데 상황은 정반대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의 반복운동과 대비해서 입맛이 당기지 않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숟가락의 반복운동은 아이러닉하다. 그러나 어쩌랴. 병이 깊어 상실한 상대방의 입맛이 전이되어 시인의 입맛도 잃었다. 이는 사랑의 동일시이다. 세상에는 상대야 어떻건 제 실속만 차리는 사람이 더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황당한 사람은 없단다. 사람은 사람이란다. 우리는 모두 겸상하는 존재이다. 착한 눈만이 착한 이를 만나 겸상한다. 태조 이성계가 무학에게 "대사의 얼굴이 돼지같이 보인다."고 하자 대사는 "임금의 얼굴이 부처같이 보인다."고 했다. 웬 욕을 아첨으로 받나 싶어 그 까닭을 묻자 무학대사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단다. 시인은 그런 눈을 가졌다. '살아가면서/ 누구 한 사람/ 서운하게 한 일 없는지/ 돌이켜 보거라'('모자라는 마음')고 시인은 찬찬히 짚어보며 자문한다. 시인은 그런 마음을 가졌다.문수사 가는 길에 산불이 나서하늘도 활활 삼키는산불이 나서나무는나무는 눈 감고 다비에 들고산새들은 산짐승들은 불먹어 떼울음 울며날아가는가 기어가는가천리 밖으로 몸을 사려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스님들의 저 허심한 불구경. ('불구경 - 단풍은커녕' 중에서)이 시는 고창 문수사의 단풍을 빙자하여 '허심'을 그렸다. 단풍을 불에 비유하는 것은 죽은 비유에 가깝다. 그런데 이 시는 '단풍은커녕'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단풍을 구경하러 왔다가 단풍은커녕 불구경만 했다는 의미인데 부제가 이렇게 주제를 압도하는 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불조차 부정된다. 단풍은커녕 불인데 불은커녕 일상이다. 그런데 그 일상도 일상이 아니고 허심이고 무심이고 공이다. 나무는 열반에 든 스님처럼 다비에 들고 새와 짐승들은 삶의 길을 찾는데 스님은 단풍이야 들건 말건, 불이야 나건 말건, 일이야 있건 없건, 세월이야 가건 말건 이미 마음을 다 비웠다. 시인은 이제 이런 해탈의 경지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시인은 허심의 스님이기를 바란다.우리는 글쓰기의 첫걸음에서 '글은 사람이다'라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뷔퐁의 언술과 만난다. 뷔퐁은 "지식이나 사실이나 발견 따위는 남에게 빼앗기기 쉽고 더 잘 쓰는 손끝에서 제작될 것이다. 그러나 인격과 밀착된 문장은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에 남이 가져갈 수 없다. 이런 글은 영원히 남는다."고 했다.시인은 '도시 밖 귀빠진 곳에/ 뙈기밭 몇 평을 얻어/ 땀방울을 콕콕 심고 돌아온 날 밤/ 그 밤하늘에선/ 별들이 손뼉을 쳐도 요란하게 쳤다는/ 증거가 두 서넛 있습니다'('현정이의 참깨 밭')라고 읊고 있다. 이 시집은 그렇게 땀방울을 콕콕 심은 현정이의 참깨 밭이다. 글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는 시인 자신의 사랑과 자비의 인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찌 밤중에 몰래 별들만 손뼉을 치겠는가./오하근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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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05 23:02

전북 학교 '툭하면 식중독'…왜?

(전주=연합뉴스) 임 청 기자 = 전북 도내 일선 학교에서 노로바이러스와 식중독 증세로 보이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전북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현재까지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유사 사고는 총 4건이다.지난 1월11일 전주고에서 학생 33명이 복통 증세 등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3월22일 전주중앙여고(44명), 이달 3일 전주여고(111명), 전주 한들초등학교(54명)에서 장염과 노로바이러스 등으로 추정되는 식중독 유사 사고가 터졌다.현재 전주고만 '노로바이러스균'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을 뿐 나머지 학교 3곳은 정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문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 같은 집단발병 사고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올해 봄철이 예년보다 일교차가 더욱 심해서 자꾸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일교차의 편차는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것이 기상대의 입장이다.전주기상대의 한 예보관은 "올해와 지난해 같은 시기를 비교해 봤지만, 올해 유난히 일교차가 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최근 아침과 낮 기온이 10도 안팎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매년 환절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온상태라고 덧붙였다.전주여고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복통을 처음 호소한 4월2일 전주의 아침 최저기온은 5.3도, 낮 최고 기온은 11도로 온도 차는 5.7도에 불과했다.봄철이면 발생하는 심한 일교차를 집단발병의 원인에서 배제할 순 없지만 인재(人災)로 비롯됐는지도 철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실제로 지난 3월 중순에 발생한 전주 중앙여고와 3일 사고가 난 전주여고 모두 급식소 관리를 책임지는 영양교사가 초임 발령된 '신참'인 것으로 드러났다.아무래도 실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음식재료 검수와 관리 등에서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식재료를 운반유통 하는 과정에서 상한 것들이 반입될 수 있는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특히 전주여고는 마시는 물과 함께 지하수 물을 쓰는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급할 때는 허드렛용으로만 쓰게 돼 있는 지하수 물을 세면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돼 심각성을 더했다.전북도청 건강안전과의 한 관계자는 "전주여고에 나가 실태 파악을 해보니 초임 발령된 영양교사가 급식소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고 지하수 물로 일부 학생들이 머리와 얼굴을 씻고 심지어 이도 닦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이번 사고는 3월28일 전북도, 도교육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식중독 방지 종합대책회의'를 연 지 일주일 만에 터져 이들 기관의 대처 의지와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특히 학교 급식소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도교육청은 '늑장 대처', '위생관리 소홀'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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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0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