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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엄마 등을 좋아한다

길에서 아이를 보면 한 번쯤 눈길을 주게 된다. 더구나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업힌 아기를 볼 수 없다. 우린 조상대대로 아기를 업어 길렀는데, 요즘에는 캥거루 모양 가슴에다 아기를 안고 다닌다.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기의 심장이 밀착해 있으니 모자간의 애착은 더욱 짙어지리라. 보기에도 업은 것보다 안고 가는 게 아름답고 세련되어 보인다. 아빠들도 외출할 때면 아무 거리낌 없이 아기를 안고 다닌다. 세월의 변화려니 싶어 별 거부감이 없다. 그러다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 요즘 육아법을 접하게 되었다. 아기가 울었다 하면 어깨에 멜빵을 걸어 안으니 아기는 쉬 달래지는 듯싶은데 엄마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게 놀라웠다. 깊은 잠을 안자는 아기면 언제 집안일을 할 것인가! 어쩐지, 애기 하나 데리고 힘들다며 만만한 친정 엄마를 출퇴근 시킨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아기를 업어야 하는 이유'를 읽고 잘못 가고 있는 육아법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의보감 육아법에 "아이에게 70~80세 할머니가 입던 헌 잠방이나 헌 웃옷을 고쳐 적삼을 만들어 입히면 진기를 길러 오래 살 수 있다."고 적혀있다. 아이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이불을 걷어차고 잔다. 온몸이 불덩어리에 가깝기 때문에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렇게 양기덩어리인 아기들은 당연히 음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기들이 음기의 결정체인 할머니의 품을 좋아하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기를 업어 길러야 하는 이치도 같은 맥락이다. 심장은 뜨겁다. 그런데 아기를 안으면 아기의 심장과 엄마의 심장이 마주한다. 아기의 심장은 더 열이 오를 것이고 엄마의 심장도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아기도 불편하고 기의 순환이 여의치 않아 엄마의 허리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등은 물을 주관하는 신장과 방광으로 이어지는 경맥이 지나가 시원하다고 한다. 그래 등에 업히면 심장뿐 아니라 몸의 양기가 안정된다. 또한 안고 있는 것보다 등에 업히면 시야가 넓어진다. 아기는 지나가는 사람, 움직이는 자동차, 다양한 색채를 통해 흥미진진한 세상을 공부하며 즐긴다. 또한 아기들이 업히는 걸 좋아하는 건 엄마 뱃속에서의 자세와 닮아서 아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안고 바라다보면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져 아이에게 집착하게 되고, 편견 속에 아이의 인생을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망상에 고리가 엮어질 수도 있다. 이 고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엄마와 아기는 엄연한 독립체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그러나 아기를 업으면 아기는 아기대로 엄마 등에서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엄마는 책을 읽을 수도,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며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이렇게 아기와 엄마는 삶을 이어가며 서로의 배경이 되고 윤활유로서 서로 보탬이 되는 관계로 나아가야 되리라! 엄마의 등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훈련장이자 안식처가 될 것이다.※ 수필가 이의씨는 대한문학으로 등단. 수필집'여자나이 마흔 둘 마흔 셋'을 냈다. 행촌수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2.09.07 23:02

학교폭력 , 처벌보다 선도 중심 정책 펼쳐야

학교폭력으로 인해 작년 어느 학생이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회를 만든 책임이 있기에 가슴 아프다. 교과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로「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2012년 3월 21일 공포하였고, 2012년 5월 1일부터 이 법률은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 제2조를 보면, '학교폭력'이,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넓게 정의되어 있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된다.또 이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모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이어 이 법률 제17조에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자치위원회〉에서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조치 9개항이 나열되어 있다. 그 9개항은 ①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②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③학교에서의 봉사, ④사회봉사, ⑤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⑥출석정지, ⑦학급교체, ⑧전학, ⑨퇴학처분 등이다. 이 법률을 찬찬히 읽어보면, 법률의 제정 취지가 '학교폭력 예방'에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법률의 제목조차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다. 교과부는 이 법률을 만든 이유와 세부 내용을 학부모와 학생을 상대로 널리 알릴 책임이 있다. 특히, '학교폭력'이 상당히 광범위한 개념임을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일 수 있음을 '따뜻한' 마음으로 알려야 한다. 교과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그런데, 최근 교과부에서는「학교생활기록부작성 및 관리지침」이라는 훈령을 통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해 〈자치위원회〉가 조치한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반드시 기록하도록 각 시도교육청과 일선학교에 지시하였다. 또한 그 조치 사항이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는 졸업 후 5년 동안 보존되도록 하였다. 그러니까 초등학생은 고2때까지, 중학생은 대2때까지, 고등학생은 대학 졸업 이후까지 '학교폭력' 관련하여 어떤 벌을 받았는지가 기록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에 받은 처벌 기록은 대학입시에 참고가 되도록 분명히 하였다. 교과부의 이러한 명령에 경기전북 지역 교육감이 이의를 제기하였다. 비록 '학교폭력' 관련하여 처벌을 받은 학생이라 해도, 이를 학생부에 기록하여 이후의 삶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격권,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특별감사'라는 이름으로 해당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교과부와 강원경기전북 교육청 사이에 오가는 법리 논쟁은 뒤로 하자. 그리고 교과부의 조치가 과연 '덕스러운' 것인지만 생각해 보자. '학교폭력 억지력을 높이려면 학교생활기록부에 처벌 기록을 확실하게 남겨야 한다'는 발상은 전혀 덕스럽지 않다. 잠깐의 실수를 잊어주지 않고 기억하였다가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어른 된 우리가 성장하는 우리 후손에게 할 짓인가? 법무부조차도 소년범은 처벌보다 선도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지 않은가? 우리 청소년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교과부이기를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2.09.07 23:02

가정을 지켜주세요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그 엄마가 된 것처럼 목놓아 울면서, 내가 저 엄마라면 당연히 내가 키울거야 하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부모가 헤어지면 아이를 서로 키우겠다며 양육권 다툼을 벌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을 키우지 않으려 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들을 시골의 조부모에게 보내거나 시설, 그룹홈, 가정위탁에 맡기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보호자가 없거나, 학대하거나, 부적절하게 양육하는 상황에 처한 아동을 요보호아동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2011년 발생한 신규 요보호아동수는 7,483명이었으며, 그중 전북도는 366명이다. 요보호아동의 발생원인을 살펴보면 전국적으로는 미혼모에 의한 출생이 많기는 하나 전북 지역의 경우는 부모의 이혼(29%), 학대(18%)에 의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아이들은 960명이다. 이들 중의 60%는 부모의 이혼과 별거로 인해 가정위탁에 의뢰된 경우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경제적 빈곤과 맞물려 있고, 이 때문에 이들이 겪는 경제적, 심리적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아동기에 있어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잘 발달시켜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애착이다. 애착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빈곤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이들에게 그 가족은 애착을 발달시키기에 과연 어떠한가? 애착심리학의 유명한 학자 존보울비(John Bowlby)는 인간에게 있어 애착발달이 본능이라고 하였다.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들은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믿고 세상 밖으로 잘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세상을 불신의 눈으로 보게 되고 그러면서 부적응행동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애착형성의 중요한 시기로 만 3세 이전을 지적하고 있다.요보호아동들의 경우 애착형성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부모의 이혼과 별거, 그리고 경제적 빈곤이라는 환경에 처해지면서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이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기를 맞이하는 과정들이 참으로 힘들고 어렵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무기력해 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부적응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요보호아동들의 어려움을 얘기할 때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부모'다. 아이들에게 실제로 부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특히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면서도 엄마, 아빠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렵고 힘이 들어도 조금만 인내하고 아이들을 위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면, 그리고 그 부모가 제대로 부모노릇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준다면 요보호아동들의 문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이혼과 별거로 그 부모의 갈등이 해결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는 부모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선심성 정책들이 아닌 부모와 가족을 지키는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졌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2.09.07 23:02

AALF의 기억

"우리는 한국의 유서 깊은 도시 전주에 모였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40개국 300여명의 작가들이 모인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은 우리에게 새삼스레 그 역사적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직접 얼굴을 마주 대하고 만난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 발견하고 발견당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모임을 통해 확인된 인간에 대한 열망과 정신을 모든 아시아·아프리카 동료 작가들께 전하고자 한다.-AALF 전주선언-"전주에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인들이 모인 것은 2007년 가을이었다. 그해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전주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AALF). 조용했던 도시 전주는 문학으로 세상을 깨웠다. 새로운 문학적 가치 실현을 위한 첫 도전과 실험의 현장에서 백낙청 조직위원장은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인들이 지역과 인종, 국적과 사상을 초월해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벅찬 감회를 누르기 힘들다"고 전했다. 사실 세계사의 중심으로부터 변방으로 치부되어 왔던 아시아 아프리카의 문학인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가치를 지향하며 교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므로 두 대륙이 문학을 통해 연대하며 서구 중심의 세계문학사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판을 이곳에서 마련했다는 평가는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두 대륙 문학인들은 연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주목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 세월 오랫동안 우리를 규정해온 제3세계라는 이름을 폐기함으로써 아시아·아프리카는 어떤 타율적 장애 없이 자생하는 생명체로 소통할 수 있다"고 선언했으며, 이집트 소설가 나왈 엘 사다위는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정의는 군사력과 경제적 권력에 기반하고 있다"며 두 대륙의 만남을 통해 정의가 복원되기를 소망했다. 7일 동안 문학으로 소통했던 도시 전주는 문학인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행복한 공간이었다. '작가와의 만남' '특별토크쇼' '시낭송회' '맞장토론' 등 매일 이어지는 다양한 문학행사에서 독자들은 책으로만 만났던 작가들과 대화하고 교감했다. '디아스포라' '언어' '여성' '평화' '분쟁지역 작가' 등의 주제를 놓고 진행된 학술행사 역시 같은 아픔을 지닌 두 대륙이 세계 평화를 위해 형성해나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세계 문학의 변방에 머물렀던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그들의 언어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이끌었던 'AALF'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 단절된 연대의 복원은 기대할 수 없다. '한바탕의 가을 꿈'이 되고 만 'AALF'의 기억이 새롭다. 복원의 다리를 놓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9.07 23:02

독서율 최하위의 한국인

인류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격자나 사상가를 성인(聖人)이라고 호칭한다. 일반적으로 오늘의 세계에서는 4대 성인으로 석가공자예수마호메트을 거론한다. 공자를 제외한 세분들은 성인이자 신처럼 받드는 종교의 창시자가 되어 수많은 교도들이 그분들의 정신과 사상을 받들고, 그분들이 행한 행실을 본받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공자는 유학(儒學)이라는 학문의 창시자가 되어 인류를 교육하는 교육자로서의 존경을 받고 있다. 보통의 인간들은 그런 4대 성인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성서(聖書)나 성경(聖經)을 필독서로 여기면서 그분들을 본받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는 책을 고르자면 첫째 예수의 말씀인 『성서』요 둘째가 공자의 가르침이 담겨있는『논어』며, 그 뒤를 이어 석가의 경(經)인 『불경(佛經)』이요, 마호메트의 『코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대로 읽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석가의 마음, 공자의 마음, 마호메트의 마음, 예수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그들이 일상의 생활에서 어떻게 마음을 쓰면서 올바른 행동을 했었나를 알아가는 일의 하나가 바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떻게 인간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어떤 통계를 보면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한국인들의 독서율이 가장 낮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은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다. 영국 사람으로 세익스피어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자기 나라의 최고 문학가의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 문화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니, 5대 비극이니 하는 그런 책은 문자를 아는 영국인들은 대부분 읽었음에 분명하다. 그래서 영국인은 자신들이 300년이 넘도록 식민지로 여겼던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를 두고, 인도를 버렸으면 버렸지 세익스피어는 버릴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지폐에는 우리 국민들의 멘토 격인 네 분의 인물 초상화가 실려 있다. 천원 권에는 퇴계 이황, 오천원 권에는 율곡 이이, 만원 권에는 세종대왕, 오만원 권에는 사임당 신씨의 초상화가 인화되어 있건만, 우리 국민들이 과연 이 네 분에 관한 책이나 그분들의 저서를 몇 권이나 읽었겠는가. 퇴계나 율곡의 저서를 읽기는커녕, 그분들의 책을 구경이라도 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세종대왕이나 사임당의 업적이나 행실이 담긴 책이 얼마나 있으며, 그런 책이라도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면, 독서율 최하위라는 주장이 결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준 율곡 이이의 글이 있다."성현들이 마음을 기울인 자취와 착함과 악함의 본받아야 할 일, 경계해야 할 일이 모두 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聖賢用心之迹 及善惡之可效可戒者 皆在於書故也 : 격봉요결)"라고 말하여 선악을 구별하고 본받거나 경계해야 일이 무엇인가를 책에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책을 읽지 않고서 옛날의 일이나 옛사람들이 살아갔던 자취를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옛날의 일이나 옛사람의 자취를 모르고 어떻게 오늘을 알며, 오늘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미래를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금년 2012년은 다산 정약용의 탄신 250주년이다. 탄생 300주년인 루소, 150주년인 드뷔시, 서거 50주년인 헤세와 함께 유네스코는 그들의 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라 하여 다산을 포함한 4명을 기념인물로 선정하였다. 그렇다면 다산은 유네스코가 기념해주는 2관왕이 되었다. 오래전에 정약용이 설계하여 축조한 수원의 화성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자신은 기념인물로, 화성은 기념할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2관왕이 아닌가.세계에서는 위대한 인물로 인정하여 추앙해주는데 제 나라 국민은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독서율이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500권이 넘는 그분의 책, 이제는 많이 번역도 되었는데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책을 읽지 않는 국민, 과연 미래가 있겠는가. 세계적인 인물의 2관왕, 다산의 책이라도 읽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2.09.07 23:02

성범죄 국가서 재활 치료에 관심 기울여야

말하기 조차 거북스런 '세상에 이런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성학대 성추행 등 성범죄 사건 말이다. 가해자는 가까운 어른들이다. 자신의 딸 친구 5명을 9개월 동안 성추행한 중학교 학운위원장이 피해자 신고로 구속됐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 이쯤되면 막 나간 것이다. 성범죄가 제대로 제어 안되는 사회가 돼 버렸다. 연일 정부가 화학적 거세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범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성범죄는 전국 그 어느곳도 안전지대가 없다. 인간의 탈을 쓰고 흉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성범죄 가해자 9000여명을 아직껏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신속하게 검거하는 것이 성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나주사건으로 전국민이 성범죄에 공분을 느끼고 있지만 시간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잊혀질 것이다. 그간 언론이나 국민들의 의식속에 냄비근성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91년 '김부남사건'에서 보듯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아간다. 어렸을 적 한번 망가지면 제대로 치유가 안되기 때문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피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쉬쉬하며 심리치료 등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날의 악몽을 떨치지 못한채 인격장애자로 살아간다.피해자는 국가에서 익명성을 보장해가며 끝까지 돌봐줘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금 가해자들은 들쭉날쭉한 양형으로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아왔다.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상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성은 그 누구나 자기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강제로 물리적인 힘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우는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굿네이버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도내서도 성학대 신고자가 증가 추세에 놓여 있다. 올 상반기에 22건이 접수됐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건수보다 80% 이상이 늘어 난 것이다. 아무튼 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큰 사건이 있을 때만 갖지 말고 항상 감시자가 되서 피해자가 없도록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찰도 아직껏 검거하지 못한 가해용의자를 끝까지 추적해서 검거해 나가야 한다. 피해자는 국가에서 인권보호차원에서 심리치료를 해줘야 옳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2.09.07 23:02

청사면적 개선 않고 재정불이익 당할 텐가

전북도가 '과대 청사' 때문에 해마다 재정상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재정여건이 취약한 터에 매년 지방교부세를 감액 당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러고도 개선시키지 않고 있으니 고집이 센 것인지, 아니면 청사 활용에 눈 감고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자치단체의 청사와 사무실 규모는 자치단체 재량이다. 그러나 경기도 성남시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재정규모에 맞지 않는 호화청사를 지어 논란이 일자 2010년 정부가 자치단체 유형과 인구규모 등에 따라 청사 기준 면적을 정한 뒤 초과면적을 줄이도록 했다. 이 지침을 이행치 않으면 재정 불이익을 주고 있다. 도내에서는 전북도 청사와 도의회 청사, 최근 건축된 완주군 임실군 청사가 각각 법정 기준면적을 초과하고 있다. 전북도 청사는 법정 기준면적(3만9089㎡)보다 4570㎡, 도의회 청사는 기준면적(9878㎡)보다 2000㎡를 각각 초과했다. 전국적으로 법정 기준 면적을 초과한 곳은 자치단체 청사 16곳, 의회 청사 14곳, 단체장 집무실 6곳이다. 행안부는 기준 초과 면적을 줄이지 못한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지방교부세 산정 때 불이익을 주고 있는데 전북도는 지난해 32억8200만 원의 지방교부세 감액 처분을 받았고 올해도 8억5400만 원의 불이익을 당했다. 재정이 열악한 전북도로서는 교부세를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야 할 입장인 데도 청사 초과면적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각 자치단체들이 재정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민간 기관에 청사 공간을 임대하거나 공연장도서관 등 주민 편익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초과면적을 줄이고 있다. 전북도 역시 그런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법정 기준을 맞추지 못해 가만히 앉아서 불이익을 당하는 건 큰 문제다.도 출연기관인 전북발전연구원이 도청사의 남는 사무실로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전북도는 이를 수용치 않았다. 결국 1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옛 종축장을 리모델링해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비용 낭비를 초래했고, 청사 과다 보유로 지방교부세를 40억 원이나 감액 당하는 이중 손실을 초래했다. 청사관리 및 활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전북도가 계속 앉아서 재정 불이익을 당해선 안된다. 초과면적을 보다 과감하게 임대하거나 주민 편익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2.09.07 23:02

전주향교 - '공자 가라사대'…전라도 유교·유학의 심장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자와 제자 3000명이 대나무 책을 들고 논어의 구절 중 '온 세상사람이 모두 형제'(四海之內 皆兄弟也)를 노래하며 행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지난해에는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내려다보이는 천안문 광장에 9.5m의 공자동상이 우뚝 섰고, 중국정부의 주도로 노벨평화상에 맞먹는 공자세계평화상도 제정됐다. 전세계 313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치됐고 작은 규모의 공자학당도 369개가 세계 곳곳에 세워졌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공자의 화려한 복권은 우리에게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전라도 유교와 유학의 심장부였던 전주향교에서 공자의 부활을 생각한다.△ 전라도 53관의 수도향교, 전주향교 서울 성균관을 모델로 삼아 지어진 전주향교는 그 역사로 보나 건물배치와 건축미학으로 보나 유교적 이상을 구현한 곳으로 손꼽는다. 전주향교 안을 사색의 눈빛으로 소요하는 것만으로도 2,500년 전 유학의 문을 처음 열고 세계 4대 성인이자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 된 공자의 길을 엿볼 수 있다. 전주향교는 고려 공민왕 때(1354) 지금의 경기전 북쪽에 처음 앉혀졌다.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곁이어서 향교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끄럽다 하여 태종 때 전주성 서쪽 황화대 아래로 옮겨졌다. 두 차례 전쟁을 겪고 나서 선조 때(1603) 지금의 자리에 안착했다. 전주향교는 대성전과 명륜당을 비롯하여 만화루, 동무와 서무, 동재와 서재, 계성사, 신문, 입덕문, 사마재, 양사재, 책판고, 제기고, 수복실 등 모두 99칸이 넘는 규모였다. △ 삶의 멘토들을 모신 대성전향교의 정문인 만화루는 2층 누각이다. 이 누각은 일종의 유생회관으로 이용되었고 이곳에서 방문객을 맞았다. 마을원로의 양로회가 열리거나 연회가 베풀어지기도 했고, 바깥마당에서 마을잔치가 벌어지면 이곳에서 구경할 수도 있었다. 향교나 서원에 만화루가 세워졌다면 그 고을에 왕비나 정승처럼 특별한 존재가 태어났다는 것을 상징하는데, 전주는 태조의 본향이므로 응당 만화루가 세워졌던 것. 향교는 크게 제향공간인 대성전과 강학공간인 명륜당으로 나뉜다. 전주향교는 평지에 앉은 탓에 앞에 대성전이 나서고 명륜당이 그 뒤에 섰다. 성현을 모신 대성전을 배움의 공간보다 더 신성시해서다. 대성전에는 공자 초상화, 4성과 공문십철, 송조6현의 위패를 모셨고, 앞쪽 동무와 서무에는 최치원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18현을 모셨다. 대성전에서는 해마다 두 차례 공자를 기리는 석전이 거행된다. 공자의 기일인 5월11일과 공자의 탄생일인 9월28일이다. 이때는 제수음식이 진설되고 연주되는 문묘제례악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술을 올리는 등 의례의 법도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또 전주향교에는 다른 향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계성사라는 건물이 있는데, 공자, 안자, 증자, 자사, 맹자의 아버지를 모시는 사당이다. 마오쩌둥은 '공자가 죽어야 중국이 산다'고 외치며 봉건왕조를 떠받든 지배이데올로기로 공자사상을 비판하고 탄압했다. 문화대혁명 기간(1966~1976)에 공자를 기리는 사당은 파괴됐고 문묘제례는 사라졌다. 중국은 개방과 개혁을 통해 삽시간에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강대국으로 일어섰다. 이제 역사와 문화, 전통에 맞는 정체성으로서 또한 대표적인 국가 브랜드로 공자를 내세운 중국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석전의 원형을 간수해온 우리의 전통적인 의례방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젊은 글벗들이 열공하던 명륜당 강학하는 공간인 전주향교의 명륜당은 독특한 외양으로 아낌을 받는다. 정면 5칸 측면 3칸에 다시 좌우에 한칸씩 눈썹지붕을 달아내어 몸집을 넓혔고 20개에 달하는 널문이 분합문 형식으로 달렸다. 눈썹지붕의 도리가 뺄목으로 되어 비스듬히 길게 뻗어 나와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면 독수리가 날갯짓을 다듬으며 내려앉는 형국이다. 전주향교에는 400살이 넘은 은행나무들이 서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다. 옛 사람들은 향교에 반드시 은행나무를 심었다. 은행나무의 연륜이 그대로 향교의 역사가 된다.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에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를 행단이라 부르고 은행나무를 심어 유교적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알렸다. 명륜당 양쪽 앞에는 동재와 서재가 앉아 있다. 유생들이 기숙하며 공부하던 곳이다. 향교는 뜻이 있어 배우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지만, 생계에서 벗어나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력과 여유가 있는 사람만 공부할 수 있었다. 반상이 나뉘어 동재에는 양반자제가 서재에는 서민자제가 지냈다. 차츰 양반 자제들은 향교의 대중교육에서 벗어나 이름난 학자들이 운영하는 서원을 찾아 사교육을 받으러 떠났다. 1000여 개가 넘다가 서원철폐령으로 삽시간에 사라졌던 서원의 역사에 비하면 향교는 언제나 그 수를 유지하며 공교육의 밑바탕을 떠받쳐왔다. 유학의 근본정신을 붙잡고 어진 심성과 예의바른 성품을 가르치는 데 전력했지만 향교 역시 시대의 변화에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 '반드시 필요한 사람'공자는 춘추시대 사람이다. 그 시대는 패권경쟁이 치열했던 난세이기도 했지만 중국사상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군주마다 정치이론에 통달한 학자를 초빙하여 나라경영에 대한 의견을 들었고, 제자백가로 통하던 학자들은 자신의 사상이 정치에 반영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그 목표를 향한 길을 압축한 표현이었다.공자는 14년 동안 주유했으나 세상은 그를 알아주지 않았고 당대 최고 지식인이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68세에 고향으로 돌아와 행단을 차려놓고 73세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서예악을 비롯한 고전문화의 정수를 가르쳤다. 그는 공문십철로 일컫는 수제자를 비롯하여 3천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선비라는 뜻의 유(儒)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유교는 내세를 약속하거나 절대자를 내세우지 않지만, 종교이자 학문이며 동시에 도이자 삶의 기술이다. 지금 전주향교는 소일하듯 관광지가 되어 지칫거리고 공자의 가르침은 옹색하며, 그럴수록 중국에서 들려오는 공자의 소식은 사뭇 솔깃해진다. 한때 전주향교는 성균관스캔들을 촬영하던 날이면 어린 소녀 팬들이 몰려들어 뜨겁게 몸살을 앓았다. 꽃미남 유생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향교 안을 여전히 떠돈다. 이제는 먼 곳에서 한옥마을을 찾은 객들이 소슬해진 향교에 들러 퇴락해 가는 명륜당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혹은 힘겹게 생명을 버텨온 늙은 은행나무에 등을 기댄다. 생각에 잠겼다가 돌아가는 길에는 더 나은 세상을 그리며 인간의 길을 밝혔던 공자의 말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무슨 주문처럼 되외며 정신이 고양되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정겸 문화전문시민기자(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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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07 23:02

역사 간직한 도내 향교 3곳 - 배롱나무 꽃구름 사이로 학동들 글 읽는 소리가…

조선은 개인적 초탈을 꿈꾸었던 고려의 불교적 이상을 버리고, 사회와 책임을 내세운 유교를 나라의 바탕이념으로 삼았다. 향교는 국가 정책적 교육 사업으로 1읍1교 원칙에 따라 마을마다 세워졌다. 유교적 이념에 따른 유교적 인간으로 하루빨리 백성을 교화시켜야 할 절박한 필요성 때문이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당시 329개 고을에 향교가 건립되었음이 보고됐다. 현재 남쪽에 234개 향교가 있는데 도내에는 전주향교를 비롯한 26개 향교가 살아남았다. 그 가운데 우여곡절의 역사를 간직한 향교 몇 곳을 찾아가 보았다.△ 옥구향교옥구향교는 야트막한 언덕바지에 솔숲을 병풍처럼 두르고 대성전, 단군성묘, 명륜당, 전사재, 문창서원, 자천대, 비각 등이 저마다 사연과 역사를 안고 사이좋게 모여 있다. 옥구향교는 1403년 태종 때 처음 세워졌는데 인조 때(1646년) 지금 자리로 옮겨 앉았다. 외삼문을 넘어 마당에 들어서면 풀잎이 카펫처럼 땅을 덮고, 연륜 지긋한 배롱나무들은 내키는 대로 뻗어나간 가지마다 꽃숭어리들을 달고, 반듯한 축담에 앉은 건물들이 편안하다. 옥구향교는 특이하다. 대성전과 담을 사이에 두고 단군을 모신 사당이 있고 그 앞쪽으로는 그 옛날 최치원이 올라앉아 글을 읽었다는 자천대가 옮겨와 있다. 일제강점기에 군산비행장을 닦일 때다. 문창서원에는 숱한 전설을 뿌리고 신선이 된 최치원 선생의 초상화가 모셔졌다. 뒤쪽으로 잘 짜인 비각에는 세종대왕숭모비가 우뚝 서 있다. 무엇 하나 내치지 못해 한 품에 끌어안은 옥구향교는 소박한 기운과 따뜻한 손길이 곳곳에 스몄다. △ 고부향교고부는 가없이 펼쳐진 호남평야를 거느린 큰 고을이었다. 논이 부의 척도였던 시절, 황금 낟알을 거두며 고부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식 농사에 힘을 쏟았다. 고려 말 일찌감치 관아 곁에 향교의 터를 잡고 학문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이곳은 옛 명성에 견주면 규모나 외모가 보잘 것 없다. 명륜당은 특이하게 뒤로 돌아앉아 대성전 쪽을 바라보고, 짝 잃은 서재를 옆에 두고 양사재를 건너다보고 있다. 건물마다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초췌하다. 그러나 대성전으로 향하는 내삼문을 올려다보는 순간, 을씨년스런 기분이 덜어지고 가벼이 전율한다. 대성전의 돌계단과 돌축담은 쇠락한 고부향교를 단번에 위엄을 갖춘 성전으로 격을 높여주는 까닭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크고 귀한 돌들이 성채를 쌓아올리듯 신전을 짓듯 정성껏 짜 맞추며 대성전을 아뜩한 높이로 올려놓았다. 게다가 늙은 은행나무와 배롱나무의 꽃구름이 대성전을 감싸 우수어린 분위기를 더한다. △ 태인향교1421년 세워진 태인향교 정문은 2층 누각으로 만화루 편액이 달렸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와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가 이 고을에서 태어나 향교에 만화루가 세워졌다. 누각에는 여의주를 물고 뭔가에 놀란 듯 퉁방울눈을 부릅뜬 용이 유머러스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학생들이 휴식공간인 누각에 올라 해학적인 용들을 희롱하며 머리를 식히는 모습이 선하다.태인향교는 예스럽고 단정하다. 특히 잿빛 도는, 5칸 짜리 명륜당은 옆으로 품을 벌리고 낮게 정좌한 자세다. 3칸 대청마루는 띠살무늬 분합문이 달렸고 양옆에는 온돌방이다. 가지런한 문살과 기왓골에서 정연한 미를 느낀다. 명륜당 뒤 내삼문에 들어서면 대성전이 있다. 대성전은 균형미를 지닌 아름다운 맞배지붕 집이다. 처마를 길게 빼고 창방과 장여 사이에 커다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화반이 끼어 있고, 날개를 편 새 모양의 익공이 3겹으로 되어 있다. 성스러운 집답게 화려하고 장엄하다. 김정겸 문화전문시민(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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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07 23:02

완주 대승 한지마을…1000년 한지 명맥 오롯이 이어져

'한지'에 관해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상식 하나. '한지'는 전주만의 특산품일까? 정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우리는 한지의 본고장으로 전주를 알고 있지만 사실 한지의 고장 전주는 지금의 전주가 아니다. 과거 전주와 완주가 하나였던 시절의 '전주'였다.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전주완주지역은 마한백제시대까지는 완산주로 불렸다가 신라경덕왕 16년에 전주로 개칭됐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 한지'의 이름은 전주와 완주가 공유할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북도 블로그단이 운영하는 블로그 '전북의 재발견(blog.jb.go.kr)이 소개하는 곳은 한지의 또 다른 본산지 완주 대승한지마을이다. △ 전주, 1000년 전 종이로 세계를 사로잡다종이는 중국에서 먼저 발생해 발전했지만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중국의 종이제작 기법에 매달리지 않고 우리 땅에서 나는 산물로서 독창적인 종이를 개발했다. 닥나무를 주 원료로 사용했기에 닥종이로도 불린 한지(韓紙)가 바로 그것이다. 한지는 제작기법도 중국의 걸러 뜨는 방식과 달리 외발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뜨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더 희고 광택이 나며 질기다. 이렇게 생산된 한지는 주변 국가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았기에 오래전부터 한국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으로 따진다면 반도체에 버금가는 '명품 수출품'으로 인기를 누렸던 것이다.한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전주다. 지금도 '종이' 하면 전주한지를 떠올릴 정도니까. 한지는 닥나무 생산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고려시대부터는 국가에서 닥나무 밭을 가꾸도록 제도화할 정도였다. 한데 전주 지방은 오래전부터 닥나무가 많이 생산됐다. 여기에 깨끗한 수질, 제조기술면에서 오랜 역사와 숙련된 기술도 겸비하고 있어 1000년 가까이 전주가 한지 제조의 메카라 자리잡은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한지 수요가 많이 줄었기에 전주의 한지산업 역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지금도 한지의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전통적인 전주 한지의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이 완주군 대승한지마을이다.△ 전주 한지 명맥을 잇는 완주 대승한지마을전주를 순수한 한글이름으로 일컫자면 온고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온전하고 완전한 고을'이라는 의미다. 문자적 해석에서 보자면 전주(全州)나 전주를 둘러싼 완주(完州)는 일맥상통한다. 지명에서 느껴지는 동질감처럼 전주와 완주는 1935년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고을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으로 엮어져 있었다. 지금도 이 두 지역의 생활권은 하나로 엮여있다. 그러니 전통적인 전주 한지의 매력을 가장 만끽할 수 있는 장소를 언급함에 있어서 전주가 아닌 완주군의 '대승한지마을'을 손꼽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완주는 그야말로 한지마을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1000년 간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고려지(紙)의 원산지로서 완주군 소양면 일대만 해도 15곳의 한지업체가 상주했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한지 전성기를 이어온 대승한지마을에는 지금도 한지공장이 있었던 유적만 해도 9곳, 장인 수준의 한지생산기술 보유자(전문 초지공) 10여 명이 거주하며 전주 한지의 맥을 잇고 있다.대승한지마을, 화려하진 않아도 '온고을'의 의미를 지닌 완산이란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지세와 1000년을 이어온 한지의 명맥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에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곳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한지 위에 붓글씨를 쓰던 세대는 아니더라도 흰 백지 위에 심혈을 기울여 한 획을 긋던 할아버지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마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본질적인 이유는 펄프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종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종이 생산의 역사가 깊었던 만큼 우리 조상들은 한지를 쓰고 기록하는 용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예품에도 이용했다. 지화공예, 오색전지공예, 지호공예, 지승공예, 지화공예, 지장공예 등이 바로 우리 한지를 이용한 대표적인 공예기법이다. 상대적으로 한지보다 질이 낮게 여겨졌던 일본의 화지는 적극적인 홍보에 의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고급 종이로 대접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홍보만 된다면 1000년 전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아 왔고 다양한 공예로 발전해 온 우리 한지 역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 시작은 우리 한지에 대한 이해부터다. 그래서 대승한지마을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신영철씨는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 중인 네이버 파워블로거. 3년 연속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됐으며 각종 신문잡지웹진 등에도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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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07 23:02

57. 태풍피해 낙과, 사과즙으로 - 상큼한 과즙, 피로회복 효과 만점

새벽 4시44분 집에 들어온 시간이다. "어쩔 것이여, 어쩔 것이여"하며 긴 한숨을 내쉬는 아낙네가 볼라벤 태풍에 대한 저항을 하고 있다. 태풍의 위력으로 봐서는 저항하는 몸부림이 너무도 소박하기 짝이 없다. 26446㎡ 사과밭 과수원에서는 쓰러진 사과나무와 낙과들을 줍기 위해 날마다 50명씩 봉사하는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엄청난 농산물 재해를 뭐라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 넓은 땅이 사과로 꽉 찬 듯한 착각에 빠진다. 농장집 부부는 매일 새벽 5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그렇게 10년간 일궈온 농장이란다. 농장집에서 전화가 왔다. "영산댁, 오늘 사과즙 좀 내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할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마을에 있는 사과가공시설로 할머니들이 모이셨다. 할머니들께서는 손에 뭔가를 들고 오신다. 사과를 다듬기 위해 도구와 즙을 내리는데 필요한 용품이다. 주인이 정신없을 것 같아 도구들을 준비해 오신 것이다. 어르신들께서는 참 현명하시다. 서로가 말 하지 않아도 이웃끼리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잘 안다. 사과즙을 짜기 위해서는 씻기, 분쇄하기, 짜기, 멸균처리, 포장 등 분업을 해야 한다. 사과를 실은 화물차가 들어온다. 입이 '쩍'하고 벌어진다. 이렇게 많은 사과들이 떨어졌다니 또 한 번 놀란다. 여기저기에서 "에고 어쩔까나"하는 안쓰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사과즙 내리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양이다. 사과를 분쇄하는 공정이 가장 빠르게 진행된다. 가장 늦은 공정은 멸균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의 균형을 맞출 수가 없다. 점심이 지나고 저녁이 지나간다. 이때까지는 사과밭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가 핵심 이야기꺼리였다. 그런데 9시가 지나고 12시가 가까워지자 눈앞에 사과즙이 오고 간다. 이제부터는 많은 양의 사과즙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새벽 2시면 끝날 거라 예상했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공정을 마치는 시간이 4시20분. 가공된 사과즙 박스가 공장을 가득 메웠다. 일의 피곤함 보다는 사과즙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세상에서 '농부'가 가장 행복한 직업이라 생각했다. 오늘 새벽엔 마냥 행복할 수가 없다. 자연과 농부가 서로 잘 이겨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밭 작물을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농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지만 볼라벤 태풍 앞에서는 10년간 일궈온 사과나무가 싹쓸이 되고 말았다. 새벽에 바라본 농촌의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어제와 다른 오늘은 어젯밤에 짠 사과즙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방법은 바로 이웃 소비자께서 피해가 심한 농산물을 구매해 주는 것. 항상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시는 농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생사과즙에는 피로 회복에 유익한 사과산을 포함해 유기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유기산은 몸에 쌓인 피로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사과잼이나 사과즙 등을 꾸준히 섭취해도 피로를 덜 느끼는 체질로 바뀔 수 있다. 사과 100g에는 칼륨이 100mg 이상 포함되어 몸 속에 든 염분을 배출시켜 고혈압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 성분도 콜레스테롤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한다. 사과즙 속에는 니코틴을 해독하여 폐기능을 강화해 주는 효능이 있어 흡연자들이 드시면 좋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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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09.07 23:02

올 가을엔 복고 느낌 물씬 뽐내볼까 - 청재킷

몇 번의 비가 지나가고 나니 가을이다. 아직 긴팔 옷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추워진 날씨에 기습 공격을 받은 기분. 급작스러운 날씨에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일교차 때문에 아우터를 먼저 준비해야 할 때다.가을 아우터로 인기 있는 아이템은 주로 트렌치코트. 하지만 올해는 청재킷이 더 눈에 띈다. 90년대 유행했던 아이템이 다시 돌아온 것. 박근혜 대선후보가 젊은이들과의 만남에 청재킷을 착용할 정도로 '젊음의 상징'이기도 하다.청재킷에 대해 얘기하려면 먼저 '청'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청재킷에서 쓰는 청(靑)은 푸른색을 의미하는 한자어. 청바지의 단어도 마찬가지다. 한자 뜻 그대로 '푸른색 재킷'이라는 의미인데 색상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닌 원단까지로 의미가 확대됐다. 청 제품들은 인도가 원산지인 염료식물 '인디고페라(Indigofera)'로 염색한다. 이것이 바로 일명 '인디고'색상. 다년생 콩과식물로 아카시아잎처럼 생긴 인디고페라는 청 제품 염색의 주 재료로 쓰이고 있으며 전량 수입되다가 2010년 우리나라에서 재배를 성공했다.원래 '청'이 '인디고' 색상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청재킷의 원단은 어떤 것일까? 그 비밀은 너무나 유명한 청바지의 유래를 찾아보면 알 수 있다. 청바지를 맨 처음 만든 사람은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리바이스(Levi's)라는 유명 브랜드를 설립한 인물이다. 원래 천막 천을 판매하던 상인이었던 그는 광산으로 천막천을 팔러 갔다가 광부들의 바지가 쉽게 찢어지는 것을 보고 질긴 천막천으로 바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이 바지는 불티나게 팔렸고 그 돈으로 회사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이때 스트라우스가 사용한 원단은 진(jean). 지금은 청바지를 지칭하는 단어로 '진'을 사용하지만 사실 원단을 뜻하는 단어였다. 올이 가늘고 질긴 능직면으로 능직은 사선 방향의 이골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진은 이 직물을 수입하던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제노바(Genova, 프랑스어로 진 Genes)에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비슷하게 데님(denim)이라는 단어도 사용하는데 이것도 원단을 뜻하는 단어. 데님을 인디고 색상으로 염색해 청재킷과 바지를 만들게 된다. 원래는 면이 아닌 양모로 짠 직물로 18세기 마르세유 항을 거쳐 지중해 동부지방의 여러 항구로 수출했다. 이후 1790년대 뉴잉글랜드 메릴랜드의 제조업자들이 양모가 아닌 순면으로 만들어져 지금의 청재킷에 이용되기 시작했다.이제 2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청은 모양도 색상도 많이 다양화 됐다. 특히 재킷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보인다. 몸매를 들어내던 실루엣이 유행하다가 점점 그 품이 넉넉해지기 때문인데 청재킷에 몸에 꼭 맞는 디자인 보다 일명 '보이프렌드 재킷'이라 불리는 여유로운 디자인이 핫 아이템. 1990년대를 그리는 드라마나 복고 감성의 그룹 데뷔가 늘어가면서 청재킷은 필수 요소가 될 예정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2.09.07 23:02

익스펜더블2 vs 본 레거시

이번 주 극장가는 남자들의 근육이 돋보인다. 액션으로 무장한 영화 두 편, '익스펜더블2'와 '본 레거시'가 개봉했기 때문. 거두절미하고 액션으로 승부하는 두 영화는, 시리즈물이면서 화끈하다는 점까지 닮았다.■ 원조 할리우드 액션 스타 또다시 뭉쳤다- 익스펜더블2 (액션, 모험, 스릴러/ 100분/ 15세관람가)2010년 '익스펜더블' 1편이 개봉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처참했다. 대부분 액션은 훌륭했지만 대사나 스토리가 부족하고 그나마 전반부는 지루하다는 평. 그럼에도 액션 하나로 많은 남자 관객과 그들의 여자친구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렇다면 '익스펜더블2'는 어떨까. 혹시나 1편보다 스토리가 보강되거나 단단해졌다는 기대로 2편을 볼 생각이라면 당장 관람을 포기 해야겠다. '익스펜더블'은 2편까지도 일관성 있게(?) 액션만 강조한 영화. 스스로를 '익스펜더블'(소모품)이라 부르며 돈을 받고 격전의 현장에 목숨 걸고 뛰어드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들로 이뤄진 '익스펜더블' 팀. 이들이 바니 로스(실베스터 스탤론)를 중심으로 다시 뭉친다. 그러나 미션 수행 도중 작전이 꼬이면서 동료가 악당 빌레인(장 클로드 반담)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복수를 꿈꾸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상 이상의 음모.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릴 플루토늄 무기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과 동료의 복수, 이들은 이룰 수 있을까.'익스펜더블'은 마치 액션판 '오션스 일레븐' 같다. 실베스터 스텔론,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이연걸 등 유명 액션 배우들은 총 출동해 화려한 액션 장면을 선사한다. '이들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만도 행운'이라는 반응도 '오션스 일레븐'과 똑같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심오한 스토리'도 아니고 '말이 되는 스토리'를 생각한다면 절대 피해야할 영화기도 하다. 그저 심장 박동을 올려줄 액션을 즐길 생각이라면 모를까.■ 5년만에 돌아온 특급요원 더 거칠어졌다- 본 레거시 (액션, 모험, 스릴러/ 135분/ 15세 관람가)'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그리고 올해 '본 레거시'가 개봉했다. 일명 '본 시리즈'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2002년 처음 개봉한 후 10년 만에 4편을, 전작인 2007년 영화 이후 5년 만에 후속작을 공개한 것. 하지만 그동안 본 시리즈가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본 레거시'는 에릭 반 러스트베이더가 쓴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는 특수한 약물로 신체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시키는 프로그램을 통해 1세대인 제이슨 본(맷 데이먼)을 능가하는 최정예 요원이 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폐기되면서 관계된 모든 인물들은 제거되고 크로스 또한 제거대상. 같은 이유로 제거 될뻔 한 생화학 연구원 마르타 셰어링(레이첼 와이즈)와 살아남기 위해 총을 든다.'본 레거시'의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의 교체다. 맷 데이먼을 그리워하는 관객도 많겠지만 새로운 주인공 제레미 레너는 지붕 낙하, 오토바이 질주 장면 등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 열의를 보여 실망스럽지 않다. 특히 그가 성공한 복잡한 도심에서의 오토바이 추격신은 압권. 이 외에도 우리나라 서울의 강남 거리가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노래가 등장하니 재미는 배가 된다.한 가지 불안한 것은 먼저 개봉한 미국의 경우 '본 레거시'가 전작들에 비해 흥행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 주인공의 변화인지, 원작의 차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관객이 느끼기에는 차이가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12.09.0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