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의 주인공, 전북
“우리에게 남은 건 공동 대응 또는 집단 자살뿐입니다.” ‘2022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각국에 던진 경고다. 올해 세계를 휩쓴 기후위기 현상들이 그의 말에 무게를 더했다.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 전 세계적인 가뭄, 호주의 산불,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녹고 있는 극지방의 빙하, 이 모든 것이 ‘기후위기’라는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올여름 우리나라의 역대급 폭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해가 갈수록 폭염과 폭우, 태풍, 가뭄은 빈도와 강도를 더할 것이다. 우리 삶터인 지구는 이제 더 이상 화석연료의 사용을 용납하지 않는다. 배출되는 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 시키고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전기차는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세계 각국은 2030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미국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도 전기차 신차 비율을 2035년까지 100% 도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은 5,4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액이 무려 1,730조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기차 생산량 증가는 배터리 생산 확대를 전제로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LG 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 On등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고,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2차전지를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전라북도 역시 전기차 시대를 맞아 대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전북은 지난해 2차전지 개발 관련 120억 원대 전국 공모 과제에 선정된 이래, 지난해와 올해 새만금 산단에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투자협약이 줄을 잇고 있다. 덕산테코피아, 성일하이텍, 천보비엘에스, 이피캠텍, 배터리솔루션, 동명기업, 이엔드디, 테이팩스 그리고 최근 대주전자재료 역시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부품공장을 위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총 2,045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터리 사용은 그 처리에 있어서 또 다른 환경오염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배터리의 원자재인 리튬 채굴 과정에서 물 소비량이 많고 생태계를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광산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따라서 폐배터리 재활용 역시 전기차 시대에 필수적이다. 군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성일하이텍은 배터리 전처리 공정(방전·해체·파쇄)과 후처리 공정(소재 추출) 기술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 업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16만 대를 시작으로 2040년에는 4,636만 대까지 향후 290배 정도의 천문학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차전지와 같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지역마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북은 지난 산업화 시대의 성장 열차에 올라타지 못하는 바람에 반세기 동안 낙후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적 대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전기차가 전북 부활의 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새만금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도 적극 힘써야 한다.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 전북’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