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는 교육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의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총인구의 0.5% 수준인 24만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집에 틀어박혀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일본은 15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서울연구원은 2050 서울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탈(脫) 관계화된 축소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인가구와 비혼가구가 급증하고 개인가치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데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이러한 초(超) 개인주의화는 사회적 고립과 소외로 이어져 탈사회화를 진전시키고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약화시킨다. 과거보다 더 풍요롭고 편리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왜 스스로를 세상과 분리해 은둔하는 삶을 사는 걸까? 필자는 결과를 중시하고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사회문화 못지 않게 우리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과 학과가 서열화된 사회에서 대학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 대학입시가 초·중·고 교육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낙담하고 불안해한다. 심리적 압박이 커 비판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진단이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밀도, 고경쟁, 고학력 사회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 승자 독식 문화가 싹트고,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해로운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가 자리를 잡는다. 개인간 경쟁의 심화는 공동체를 위한 협력의 기회와 사회 전체의 상호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성공한 사람을 질투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자신의 삶이 불행한 이유를 외부 환경에서 찾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이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하는 탈관계화된 축소사회와 초개인주의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지혜 즉, 사람을 이해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민주시민으로 키워내는 교양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교양이 없는 사회보다 위험한 사회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교양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도,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리더와 전문가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다. 평범한 시민에게도 교양이 요구된다. 교양의 힘은 자기성찰과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갖게 하는 데 있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교양이야말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편리함과 효용성을 중시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어 자칫 교양이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이미 정해진 삶의 늪’에서 미래세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초·중·고는 물론 대학 교육까지도 교양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교양 기반의 교육을 통해 세계와 사람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지혜를 가진 시민으로 키워내는 일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오직 시험과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 전부인 작금의 교육 현실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다. 그러나 입시학원의 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얻는 학생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어느 정치학자의 표현처럼, 경쟁 국가의 병정을 훈련시켜 유능한 노동력을 키울 뿐 교양을 갖춘 교양있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일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고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서순탁(서울시립대학교 교수,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