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장의 다섯 가지 기도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 저는 매일 아침에 다섯 가지 기도를 합니다. 박물관에 근무하기 전에는 일신의 안녕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기도했고, 박물관장이 되고 난 후에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기도하다가 최근에는 여기에 세 가지가 더해졌습니다.인류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 인종, 동물, 식물 등 자연생태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우주질서의 안녕을 위해 매일 기도합니다 라고 하면 대부분 듣는 분은 피식 웃으시고 맙니다. 그런데 저의 기도가 마치 농이 섞인 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기도까지는 누구나 인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이후의 기도부터는 좀 의아해 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초록별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인류가 타문화에 대해 다양성과 상대성을 인정하고, 공존과 공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기도입니다. 그동안 저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인류공통의 문화요소인, 샤만, 혼례, 청바지, 소금, 장난감과 인형 등을 조사하여 전시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다루기엔 조금은 생소했던 주제 청바지는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광산 노동자의 작업복으로 탄생해 어떻게 세계인의 일상복이 되었는지를 조사하고 전시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웃을 잘못 만나면 이사가 가면 그나마 해결될 수 있지만 이웃나라를 잘못 만나면 나라를 옮길 수도 없고 아주 난처한 일입니다. 박물관을 통해 우리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민족과 나라들을 이해하고 공존하고 공영할 수 있는 안목과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세 번재 기도를 답하는 타문화, 인류학박물관은 전라북도에는 없습니다만 앞으로 국립전주박물관이 그 역할을 하겠습니다.
네 번째 인종, 식물, 동물 등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위한 기도는 정말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인간들은 심심하면, 동물을 빗대어 욕지거리를 합니다. 그런데 동물세계에서 가장 나쁜 욕은 인간같은 놈일 것입니다. 인종이야 말로 지구의 주인인양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지구 멸망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인종 이외에 지구의 주인은 많습니다. 식물계, 동물계도 어엿한 지구의 주인들입니다. 2017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쓰레기전시를 통해 인간 문화에서 버린 모든 것이 얼마나 인류의 환경과 미래를 위협하는 지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진시황도 결국 못찾았던 불로장생의 영약은 오늘날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스치로폼 물질로 나타났고, 18만년을 산 삼천갑자동박삭보다 더 오래 사는 유리?플락스틱?비닐 등 신 십장생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물질입니다. 자연생태계의 획복과 균형을 위한 네 번째 저의 기도는 식물원, 동물원, 생태원, 자연사박물관에서 답하리라 믿습니다.
다섯 번째 우주질서의 안녕입니다. 참으로 중요한 명제입니다.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반짝입니다. 이 모두가 어우러지는 하나의 질서와 조화 속에서 우주가 운행됩니다. 만에 하나 어느 하나라도 질서에서 벗어나면 대재앙이 지구에 닥칩니다. 얼마전 진주 인근에서 떨어진 운석도 어찌 보면 작은 우주질서의 반란입니다. 언론에서는 운석의 경제적 가치만 야단치레 따졌지,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중요한 과학적 증거라는 사실은 대부분 외면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주질서의 안녕에 대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기도는 우주항공박물관, 천문대 등에서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 놀러 오십시오. 박물관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철학적 바탕을 느끼게 될 이 다섯 기도의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