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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이다선잠 깬 몇몇이 손 펴녹이는 추위가 쿨럭쿨럭 기침을 한다이글거리는 통나무의 불꽃이금방이라도 짙은 어둠 사를 것 같아도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새벽 그 안에한 무더기 시름을 던진다후드득 수심은 벌겋게 되살아나고어둠은 더욱 짙어 간다누구 하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집에 있는 식구들 휑한 눈망울 속바람이이마의 굵은 주름살 사이로 차갑게 흐름을 안다한숨마저 얼어버린허연 입김 내어 뱉는 사이로회색빛 혼곤한 꿈이 재티로 날리고 있다.△안평옥 시인은 '문학세계'와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흔들리는 밤''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그리움이 뜨거운 날에''새벽 인력시장'이 있다.
봄 향기 전하며들로 나오라네.바람이 귓속말을 하네.바람결에실어 보낸 봄 향기온몸으로 번져 가면바구니 옆에 끼고봄 향기 가득 담아돌아오는 웃음꽃.△이근풍 시인은 계간 '오늘의문학'으로 등단. '나에게 쓴 편지''가슴에 묻어두고' 등의 시집이 있다.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기지개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시시콜콜,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박성우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됐다. 시집으로 '거미','가뜬한 잠', 동시집으로 '불량 꽃게'가 있다.
종일 소나기가 하루를 두드린다.조그맣게 움츠리는 하루작은 비비새가 되어탱자나무 울 밑으로 숨는다.왈칵 쫓아 온 빗방울들도가시에 찔리어 조롱조롱 아픈 은빛.세상일 슬픈 게 어찌 하나 둘 뿐이랴.비悲 비悲 비悲 ,목까지 젖어눈물이 까마아득한 어둠 속에서제 안의 한 방울씩을 희디희게 울먹이며온 세상을 넘쳐 간다.△ 소재호 시인은 1984년 '현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어둠을 감아 내리는 우레'등이 있다.
자작나무 숲길에 목젖 울리는 소리로비가 내리고 비를 맞는 숲 속 나목들의 울음소리가 애잔하다엽록소가 사라진 잎 하나먹먹한 숨으로 남아 혀처럼 내밀고침잠하는 숲보다더 젖어버린 소망들바위틈에 앉은 산새는부드러운 날개깃 부비며맑은 눈빛 초연한데디오니소스의 전령인가 찬란한 봄을 위한 내밀한 카타르시스
경칩 지나사나흘 거푸 봄비가 내린다소곳해진 눈두덩처럼버들가지마다 봉긋봉긋하다개구리 눈알도 사방에 있다겨울은 시베리아쯤으로 잊었다싶을 때세상이 갑자기 흰빛이다버들눈도 개구리도 흰 고깔을 썼다멈칫 뒷걸음치는 그것들소 뒷걸음에 옆구리 차인 것처럼봄비를 엿보다 화들짝 놀란 눈어쨌거나구멍 속 신방 외짝눈에 든 새색시 새신랑처럼접신되어 두근반 세근반인걸까짓거 춘설春雪쯤이야
그동안 틈만 나면 떡살을 얹어 온대를 잇는 떡집이다비 오는 날 거대한 떡이 익어가는 김이 오른다먼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따개비와고속도로를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갯강구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며시간을 사서 들고가는 저 오래된 떡집떡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다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읽는다차마 멀리 썰물에 쓸려 보내지 못한 채한 알 한 알 알갱이로 가슴에 박힌 사연을켜켜이 쌓아둔그리하여 끝끝내 변산반도에서떡시루에 김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그 뼈아픈 회한을 읽는다두 팔 걷어 올리고오늘도 거대한 시루에 떡살을 안치는누군가의 손길이 바쁘다
어느 날 어느 때 오시렵니까,봄 여름 가을 겨울 마냥 기다려 온화석이 될 것 같은 애태움으로몇 천 년, 몇 억 년쯤 되었습니다.천 년 고도 전주 옛 마을을아주 잊지 않고 계시는지요,구름이 써놓고 간 시 한 편그냥저냥 풍경으로 흐르고 있지요.언젠가 주신 뜻 마음에 새겨사무치는 정 하루를 청해 봅니다,고운 님 고운 눈 열고 어서 오시어요고운 님 고운 맘 열면 내 맘 꽃필 텐데오시는 날, 전주 한정식을 준비하고작은 선물로는 전주 한지 한 권합죽선에 홍매 한 폭이면 반길지새벽이슬 '연지못'연꽃바람 품어보셔요,그려보는 얼굴, 설렘으로 온밤 뒤척이고오시려나, 오시려나, 선홍빛 그리움 안고오색 낙엽 계절 어디쯤 밟아 오시는지희눈 대지 덮은 듯 소식 까마득하여잊었을까, 내 이름도 하얗게 지워졌을까그러나 울지 않아요, 인기척 끊겨 오래지만언젠가 그 눈빛에 피던 무언의 약속처럼좋은 느낌 하나, 그 힘으로 기다려 삽니다.△황영순 시인은 1984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한같이 그리움같이'등 5권의 시집을 냈다.
시골집 돌담 밑수줍은 듯 웃음 머금고촘촘히 앉아있는 이쁘둥이다가가 눈맞추면어서와요어서와요손 내밀고 반겨주는한여름 땡볕 쯤아랑곳안호고파아란 하늘 그려보는이쁘둥이나도 따라서나란히앉고 싶어라.△아동문학가 윤이현씨는 76년 '아동문예'로 등단. 동시집 '그림자로 대답하기', 동화집'다람쥐 동산'을 냈다. 「공박사와 로보트 루키」등을 냈다.
사랑한다고 느끼십시오무엇 무엇이 사랑이라고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마십시오얼마큼 주었는지얼마나 받았는지 계산하지 말고다만 묵묵히 사랑하십시오아무 말이 없어도당신의 손이 정성스레 차리는 밥상아무런 눈맞춤 없어도그의 고난을 위해 흘리는 당신의 눈물아무 드러난 것 없어도항상 그를 위해 기도하고 기도함이사랑입니다그 앞에 펼쳐지는 세상과 아픈 적 없이 병든 그를 구원하는 사랑입니다.△ 김용옥 시인은 월간'시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시와 수필을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누구의 밥숟가락이냐' 외 3권, 수필집'생각 한 잔 드시지요' 외 4권, 화시집'빛·마하·생성' 등이 있다.
아쉬웠던 임진년 그 태양은 저산 넘어 노을 속으로 보이지 않네임진년이 우리에게 찍어준 한 송이의 꽃더 큰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겠구나그 어두움 잔잔한 그늘 속 계사년을 혜성처럼 잉태하여라 새로운 빛의 물결 생명과 물상과 생성의 빛이어라천상에서 창조주 품에서 태어난 그 태양의 울림이여 그 진동이여 이 땅에 꿈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다오우리들에 그 위대한 꿈이 동·서·남 ·북 펼쳐진 지경 번영의 용광로가 불타오르는 새 해가 되리라 계사년 타오르는 그 태양 어둠의 강을 넘어 저 멀리 대해를 향해희망 꿈 평화가 영원 하리라우리에 발걸음도 생각도 몸짓도 신의 축복이어라※ 신이봉 시인은 2012년 12월 '전북문단'으로 등단. 남원 명성화학 대표이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불연속이 되어드러나지 않는 구간에묻혀버릴 시간이 두렵다선과 선을 잇는 작고 좁은 공간안과 밖을 나누는가는 선 위에 남아포기하고 어느 날 갑자기허우적거리지 않고블랙홀에 스스로 침몰하는별이 될까 두렵다※ 조미애 시인은 1988년 월간'시문학'으로 등단.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 침묵', '풍경' '자람 불어 놓은 날 '등의 시집이 있다.
새들이 지나간하늘에는 새의 발자국이 없다별들은 총총총 떠 있는데하늘에는 별의 발자국이 없다물새들이 밟고 간바닥에는 물새의 발자국이 없다나는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데세상에는 내가 밟고 간발자국이 없다※ 이효순 시인은 2001년 '문예사조'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군산 출신으로, 현재 군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 시집'별숲에 들다'가 있다.
희끗희끗한 저녁놀 비켜가는 시간인데산등성이가 푸른 멍투성이다미련이 남는카오스와 코스모스가 교차하는 길실타래처럼 풀어 놓은 시간 앞에목이 멘다열두 달의 장엄한 대서사시펼쳐도 끝이 없어 하늘도 울먹인다애증이 남아갈무리가 힘든 묵은 해빗살처럼 쏟아지는 눈발 앞에주마등처럼 스치는 얼굴들동네 어귀 장승처럼 세워 둘눈사람 만들고 싶다.※ 신수미 시인은 2009년 '한국문학예술'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열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밤이었는데밤벌레 처연히 울어 온 밤이었는데창가에 달이 걸리고가을 잎새에 끼어 있는 우수는떨고 있는 것입니다이미 떠나보낸 사람을 그리워하는무심한 세월은 왔다가달빛에 젖어 가는데소리없이 밀리어 오는 나의 사랑은창틈에 묻어 있습니다밤이었는데창가에 걸려가을 잎새에 떠는피날레가나부끼고 있습니다별이 떨어지는우리의 노래는언제나 슬퍼하고 있습니다.※우보환 시인은 1989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둘이 하나로''창가에 걸린 가을 잎새''바람을 여는 자전거'가 있다.
으레 한발 앞서 들이닥쳐 열정의 계절을 한바탕 흔들어대고 세상을 들었다 놓은,청춘의 한 가운데를 긋고 지나간,태풍 지나간 자리에 패인 상처에서 거듭 고개 숙이는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마음 끝끝까지 펼쳐 모난 곳 덮어주는 보자기가 되게,희미하게나마 어두운 곳 밝히는 60촉짜리 전깃불이라도 되게, 추위 앞두고 동당거리는 마음 감싸줄털옷이 되게,서로들 저만큼 서있는 사람들반보기 하게 하소서서툰 발걸음으로 징겅징겅 세상파도를 건너는징검다리가 되게,한 잎 한 잎 잘 썩어겨울 잠 속에서도 싹 틀 준비하는 씨앗의 이불이 되게,바람에 날려 흙으로 가는 잎새가 되어무엇이든 되게 하소서기어코 추락하게 하는 가을을 감사하게 하소서가을과의 속 깊은 첫 만남을 축복하여 주소서 이 가을엔※권천학 시인은 198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물에 갇힌 은빛 물고기''고독 바이러스''초로 비타민의 서러움 혹은' 등 9권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 거주.
풀잎 끝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있네요.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네요.놀라워라. 저 완벽한 수평.내 생각의 수레는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단 1분도 수평을 이루지 못하는데.정육점 주인이 바라보는 달과 달 사이에서심하게 흔들리는데.잠자리야, 풀잎 끝에서도 면벽(面壁)하는잠자리야.어쩜 좋아? 가을은 점점 깊어 가는데※ 진진 시인은 200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40명의 도둑에게 총살당한 봄'이 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나무들은 생각이 깊어진다생각이 깊어 갈수록나무들은 시를 쓴다지웠다 하면서 빈 나뭇가지에어찌 쓸쓸한 하늘을 걸어 놓는가잊었다 하면서 주소도 없는 허공에어찌 옛생각이 물든 시를 띄우는가모두가 더나간 빈 뜰에수북수북 쌓아놓는 쓸쓸한 시보내고 남는 마음 어쩌라고억새꽃 산모퉁이에 빈 하늘을 걸어 놓는가※허호석 시인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햇살의 첫동네' 등 15권의 저서를 펴냈다.
흔들리자아찔하게 바람 속에서 내 존재의 무게도 없이고운 목소리 어느 그리움에 목을 매어깍, 깍 짖어 보자달빛에 피곤한 삶은 잠재우고바람 앞에 깃을 벌려 내 몸 하나 내놓고 말갛게 씻어보자마음이 무거워 떨구는 낙엽지상에 뒹구는 붉고 고운 색깔은 버려라그래요, 한 해 겨울 흔들리면 어쩌랴내 안에 초롱 하나 걸어 두고 간절히 깜박이는 기다림이면 어쩌랴뜻을 높이 세워 깍, 깍 짖어라첫눈 내리면 첫눈에 기대일 몸 하나 마음 하나로 묶어서※ 장욱 시인은 199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등이 있다.
산 능선을 기어오르는 길은 팍팍하다. 때죽나무, 팥배나무, 상수리나무, 산벚나무 여름내내 동그랗게 몸을 말아 올리며 습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숲의 정기는 영글었나보다. 가끔씩 폐부 깊이 응혈된 혈이 쏟아진다. 살아온 만큼 버리고 간다.다시 길을 찾아 걸으면 산자락 밑에 한 그림자 숨었다 사라지고 들국화 한들한들 웃다가 말다가 두리번거리며 걸어보는 길이제 가야 할 때가 가까와 진다. 예고된 긴 장강長江이 서산마루에 금니박이로 웃고 있다.※ 백승연 시인은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겨울 잠행'이 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뜬봉샘·데미샘, 그리고 밤샘과 빈시암
트럼프 2기, 고금리에 대비해야
전주첨단벤처단지 수탁업체 선정 공정한가
전북 소멸위기, 생활인구에서 활로 모색을
겨울철 화재 안전, 작은 관심으로 지킬 수 있다
사실의 적시와 의견 표명
해상풍력발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
길거리 ‘공공 쓰레기통’ 확대 설치 필요하다
[새 아침을 여는 시] 별-이병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