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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칼럼] 깡패가 돼야 살아 남는다

조상진(논설위원)

 

"한 가지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두 가지 거짓말도 거짓말이다. 그러나 세 가지 거짓말은 정치인 것이다." 유태인의 격언이다. 꼭 요즘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정부는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 진주 혁신도시로 일괄 이전키로 했다. 대신 전북 전주·완주 혁신도시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전과 부족한 세수를 일부 보전키로 했다. 김완주 지사의 말을 빌면 "나락 99섬 가진 집에다 가난한 집 1섬을 뺏어다 준 셈"이다.

 

이같은 발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안연(顔淵)편에서 정치에 대해 묻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政)은 정(正)이라 그대가 솔선해 몸을 바르게 가지면 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아니하리요." 그렇다. 정치는 옳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공감하고 따른다. 그런데 요즘 정치는 정(正)이 아니라 힘(力)이다.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법칙만 존재한다. 정권을 잡은 자가, 수가 많은 쪽이 모든 것을 싹쓸이하는 야만의 정치만이 판친다.

 

이번 LH의 일괄배치는 이것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번 일로 걱정스런 대목이 여럿 있다. 첫째는 전북도민들의 집단적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다. 낙후의 한(恨)에다 제 밥그릇 간수도 못한다는 좌절감과 허탈감이 가슴에 못으로 박혔다. LH 문제는 무엇이 이익이고 손해냐의 문제를 넘어섰다. 통합 문제가 2년을 끌면서 도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상징적 사건이 되었고, 그것이 짓밟힌 것이다.

 

둘째는 지역감정 조장 문제다.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치유하기는 커녕 정부가 나서서 오히려 자치단체간 싸움을 붙였다. 공기업을 통합하려면 그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어야 했다. 무조건 밀어부친 철학 없는 정권이라는 욕을 먹어도 싸다. 이번 유치과정에서 경남에 대한 섭섭함이야 왜 없겠는가마는 접겠다. 살찐 수도권에 비해서는 동병상련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견강부회로, 새만금사업에 딴지를 건 점은 유감이다.

 

셋째는 불편한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삼성과의 빅딜설이 그것이다. 공교롭게 삼성은 LH 일괄이전 발표에 앞서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개입한게 아닌가 도민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투자하겠다니 고맙긴 하나 자발적인 투자가 아닌듯해서 하는 말이다. 또 10년 후 투자하겠다는데, 정권이 2번이나 바뀐 뒤의 일을 책임질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삼성은 자동차공장을 대구에 건설하려다 1994년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자 부산으로 옮긴 사례가 있다.

 

넷째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여러 차례 걸쳐 분산배치를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것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방침을 따른 전북에 좌절을 안겨 주었다. 누가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를 것인가.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정치를 하는 것은 이미 학식이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은 아니다. 불학무식(不學無識)한 깡패들에게나 알맞는 직업이 정치다."

 

MB 정부에 딱 맞는 말인듯 하다. 당분간 내부갈등은 덮어 두자. 그리고 전북인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깡패가 돼야 할 것이다.

 

/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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