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은 숨은 문인, 문학사 위치 잡아주는 일"
"나는 태 내는 게 싫어."
(사) 문학사상의 '제22회 김환태 평론문학상' 선정 소식에 문학평론가 오하근 원광대 명예교수(60)는 수줍어했다. 교수 시절 보직 교수도 한 번 안했고, 패거리 문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문화예술단체 가입도 꺼려했다. "내가 전북 사람이라 준 거여"라고 말하며 소탈하게 웃는 그에게서 깐깐한 평론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쓴 수상작'전북현대문학'(신아출판사)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잊혀질 뻔한 전북의 문학사, 작가·작품론을 재조명하는 귀한 결실로 민족 문화를 수호해온 김환태 선생의 비평정신을 이어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평소 "시 한 편 갖고도 논문 한 편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만큼이나 그의 행간 읽기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그가 주창하는 신비평은 언어의 상징성을 캐는 치밀한 읽기를 바탕으로 작품의 이해를 돕는 것. "숨어있는 이들의 문학사적 위치를 바로 잡아주기 위함"이다.
"백주 김태주는 내가 처음 발견했을 거요. 작품이 전부 삭제 돼 잊혀진 존재가 될 뻔 했는데…. 가람 이병기 선생도 민족시인으로만 알려져 있지 작품(비평)에 대한 시도는 없었어요."
'김소월 시어법 연구','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 등을 펴낸 그는 '김소월 전문가'로도 통한다.
"내가 '김소월 시의 성상징 연구'로 박사과정 논문을 썼어요. 김소월 시집만 해도 70종이 넘었는데, 전부 다 엉터리였거든. 김소월 시를 덮어놓고 쉽다고 하는데, 실상 어렵다고. 무슨 뜻인 줄 모르는 낱말도 많고, 평안도 사투리 같은 방언도 심하고. 그래서 다시 썼습니다."
이렇듯 꼼꼼한 글쟁이지만, 비평을 위한 비평은 지양한다. 비평은 작가와 독자를 막론하고 작품의 이해를 돕는 데 중점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서울이 아닌 전북에 남아 후진을 양성해 탄탄한 문학의 숲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잰 체하길 싫어하는" 성품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김영랑 시론을 정리하느라 바쁘다"는 그에게서 문학을 하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시대의 선생을 만난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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