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리 먹어도 소화 잘 돼…칼슘·비타민 성분도 포함
낮잠에 취했다. 자꾸만 몸이 가라앉는다. 우리의 육체는 참 신기하다. 몸이란 놈이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휴식을 부른다. 전화오는 벨소리에 깨어보니 서너시간 잠을 잔것 같다. 이럴 시간이 아니지 하며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여기저기에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가피 열매가 까맣게 익었고, 장독대 주변 감국꽃잎도 따서 꽃차를 만들어야 한다. 어젯밤 서리가 내려 호박잎이랑 작은 애호박이 얼었다. 담벽락에 붙어있는 호박잎들은 아직 된서리가 내리지 않아 얼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것들만 한끼씩 끓여 먹을 만큼씩 봉지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갑자기 손님이라도 오시면 요긴하게 사용할 국거리다. 들녘에 벼들은 추수가 끝나간다. 밭작물들은 아직 추수가 한참 이다. 우리집 바로 앞에는 아래뜸 산동할머니 밭이다. 고구마를 캐기 위해 줄기를 걷으신다. 줄기를 걷어내니 빨간색 고구마가 살짝 보인다. 할머니께서는 올 해는 밑거름을 하지 않아 고구마 열매가 작을 거라 걱정하신다. 우리 자식들 나누어 주려면 여덟 박스는 나와야 한다며 애끓는 한숨소리를 내쉬신다.
소쿠리를 들고 배추랑 무를 심어놓은 밭으로 나간다. 한 구덩이에 두 개씩 들어 있는 무도 뽑아줘야 무가 크게 자란다. 옆밭에 무는 튼실하게 크다. 그런데 우리집 밭 무는 토종무 종자라 크기가 작다. 은근히 옆집 무가 욕심이 난다. 저 집 무는 "뭘 먹어 저렇게 잘 자랐다냐" 혼자말을 한다. 두 개씩 알이 들어있는 무를 뽑는다. 어느새 한 소쿠리가 가득하다. 자취하고 있는 딸들이 주말에 온다는 데 김치를 담가야 겠다. 산중마을에는 해가 빨리 넘어간다. 제일 큰 무를 골라 방으로 들어온다. 저녁은 혼자 먹어야 할 모양이다. 여유롭게 무채를 썰어 맛나게 무친다. 단출한 저녁상에는 된장국에 무생채뿐이다. 혼자 먹는 저녁밥이지만 무생채에 된장국을 넣고 짜박하게 비벼서 맛나게 먹는다. 어찌나 맛있던지 흔한 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 여유로운 행복한 저녁밥상이다.
뿌리에 소화효소(아밀라아제)가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예로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고 할 정도로 과식을 했을 때 천연 소화제로 사용됐다. 식이섬유와 수분(90%)이 풍부해 장내 유용세균의 기능을 높여 체내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하고 변비를 예방한다. 기침과 천식에 좋은 식이섬유와 유화 아릴 성분이 몸속의 미세 먼지를 흡착시켜 배출을 돕고 항균작용을 한다. 무에는 시금치의 6배에 해당하는 240mg의 칼슘이 포함되어 있어 골다공증이나 비타민 보충에도 좋다. 만복감을 느낄정도로 무를 먹어도 열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이다.
남원 상신마을 가을걷이 풍경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배추랑 무밭 풍경이 제법 가을풍경이랑 주위가 어우러져 정겨운 시골풍경을 자아낸다.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찰칵" 찍어 놓는다. 그렇지만 새삼스레 시골 생활에 대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얼마나 힘든 노동력인가 노동의 대가가 바로 가을 추수다. 저렇게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는 눈만 뜨면 들녘으로 나가신다. 이른아침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허리 한 번 쭉 펴지 못하시면서 일에 집중하신다. 멀리 삼박골에서 일 하시는 남실 할아버지∂할머니가 보인다. 아마 끝 고추를 수확하시는 모양이다. 산동할머니께서는 한 소리를 거드신다. "그 집은 부부지간에 일 하니까 아직 일 무서운줄 모를 거여" 하시며 남실할머니를 부러워하신다. 내일은 친정 아버지께 안부 전화 한 통 걸어야겠다.
△ 만드는 방법
재료 = 무, 고추가루, 멸치액젓, 볶은깨, 소금 약간
1. 무를 깨끗이 씻는다.
2. 적당하게 채를 썬다.
3. 멸치액젓을 넣고 버무릴 때는 참기름을 넣지 않는다.
4. 채 썬 무에 고춧가루, 멸치 액젓, 깨를 넣고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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