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잘 통하게 하고…숙취 갈증 해소에 도움
요즘 한창 바쁠 때다. 동지달 중순부터 메주를 쑤기 시작한다. 하얗게 눈이내린 이른 새벽 산중은 적막강산이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바람만이 지나간다.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메주 솥에 장작불을 지피러 나갔다. 자연의 소리와 뒷산 집당골에서 부스럭 부스럭 거리면서 노루와 꿩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궁이에서는 장작불 타는 소리가 새벽녘 아침을 깨운다. 자연의 소리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동네 할머니들께서는 오전 11시, 오후 4시가 되면 우리집으로 모이신다. 메주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눈 쌓인 고삿길을 주렁 막대기를 짚고 올라오신다. "아이고, 메주콩 잘 삶아졌네." 하시며 콩이 잘 익었는지 점검하신다. 그는 메주 만들기 명인이다. 몇 번 손길이 가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닥또닥 두드리시면 예쁜 메주가 만들어진다. "할매손은 보배네요."하며 감사함을 전한다. 순식간에 메주 작업은 끝이 난다.
서울 할머니 밭에는 하얀 눈 사이로 파란 배추잎이 보인다. 올 해는 김장 배추 작황이 좋았다. 그래서 배추폭이 좋지 않은 것들은 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눈밭에 들어가 배추를 뽑아 오신다. 쌈도 싸먹고 "점심 때 배추전 부쳐 먹게." 회관으로 오라시며 내려 가신다. 일은 우리집에서 했는데, 점심은 회관에서 얻어먹는다. 시골에 후한 인심이다. 회관으로 내려갔더니 벌써 후라이팬에 배추전이 노릇노릇 부쳐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산동 할머니께서 "돈방돈방만 하게 무를 자르라고 하신다". "돈방돈방이 뭐여요?" 묻자, 동글동글 먹을만 하게 자르라고 하셨다. 돈방돈방하게 자른 무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무전을 부친다. 배추·무·양파·감자전 등 이렇게 모듬전이 됐다. 뜨거울 때 먹으라며 접시에 담아 서로 챙겨준다. "추운 곳에서 불 때느라 힘들었제." 하시며 내 앞에 한 접시 놓으신다.
겨울철에는 몸에 필요한 영양공급을 해줘야 한다. 봄부터 농사짓느라 바빠서 제대로 먹지 못하신 어르들이 많으셔서 다들 얼굴이 까칠하시다. 배추전은 B1, B2, C가 많이 있어 겨울철 비타민을 공급할 수 있는 좋은 음식이다. 위와 장을 잘 통하게 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도 효과가 있으며, 숙취로 인한 갈증을 해소한다.
오늘도 겨울배추를 뽑아 데쳐서 양념을 넣고 무친 뒤, 김장에 남은 양념으로 겉절이 해 내어놓았다. 상신마을회관 점심 밥상은 오늘도 푸지다.
"바삭바삭 고소한 상신마을 배추전이 제일이여."
<만드는 방법> △ 재료 = 배추, 장, 소금, 밀가루 만드는>
1. 배추머리를 떼어내고 잎을 씻는다.
2. 밀가루에 장과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다. 밀가루 농도는 약간 묽게 한다.
3. 배추잎 줄기를 방망이로 두들겨 잘근잘근 줄기를 연하게 한다.
4. 갠 밀가루에 배추잎을 넣고 잘 무쳐서 놓는다.
5. 후라이팬은 달군 뒤 중불에서 부친다. (타지 않도록 가스불 조절을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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