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01-06 11:36 (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30. 대보름날 먹는 묵은 나물 - 겨우내 부족한 영양 보충 '웰빙식품'

식이섬유 많아 변비에 좋고 가래 삭히고 기침도 멎게 해

매년 대보름 전 아버지께서는 늘 시장을 다녀오셨다. 평소에는 먹지 못했던 땅콩을 사오셨다. 어머니께서는 명절 선물로 들어온 해우(김)에 들기름을 바르시고, 검정콩을 볶으셨다. 형제들은 김 몇 장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어머니께서는 김을 한 사람당 세 장씩 나눠 주셨다. 산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해안 지방에서 나는 음식 맛을 보기란 여간 귀했다. 겨울 밥상에 올라오는 해우는 최고의 반찬이었다. 서로 많이 먹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었다. 김 한 장에 밥 반공기를 넣고, 김치 넣고, 깨소금 등을 넣은 양념장에 살짝 얹은 '맛난' 김밥을 먹곤 했었다.

 

보름이 다가오면 동네 꼬마녀석들은 온 들녘을 헤메인다. 불 깡통을 들지 않은 녀석은 소리를 지르며 따라 다닌다. 정월보름날 위·아랫 동네 불 깡통 싸움 놀이는 동네 꼬마녀석들의 중요한 대결이다. 불 깡통놀이 대결은 "어느 동네 불빛이 더 크게 만들어 지느냐는 것이다." 동네의 명예를 걸고 대대로 싸움 놀이를 해왔기 때문에 놀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술이 필요했다. 첫 번째 전술은 불놀이를 할 수 있는 깡통이 필요했다. 요즘에는 흔하디 흔한 깡통이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깡통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보름날이 다가오기 전 깡통을 구하기 위해 우리들은 애를 태웠다. 대부분 분유통이나 통조림 깡통이었다. 깡통이 구해지면 우리 형제들은 마당에 둘러 앉아 서열대로 제일 큰 깡통은 오빠 것으로 해뒀다. 작은 것은 막내 것으로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깡통에 대못을 가지고 구멍을 낸다. 바람 구멍이다. 양옆 중앙에 구멍을 뚫어 철사를 끼워 손잡이를 만들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불을 지필 불쏘시개와 작은 나무깨비가 필요하다.

 

저녁때가 되면 위·아래 동네 경계선 언덕배기에서 불 깡통 놀이가 시작된다. 초저녁 어슴푸레하게 어둠이 깔리면 불놀이는 제법 근사하다. 멀리서 보면 도깨비 불빛처럼 반짝반짝 아이들 손에서 움직인다. 소리를 질러 대며 아이들은 깡통을 신나게 돌리며 다가선다. 모두가 있는 힘을 다 해 깡통을 돌린다. 옛 전통놀이는 참 뜻이 깊었다. 이런 놀이를 통해 창의력, 협동심, 경쟁심을 길러주고, 어둠속에서 행해지는 불놀이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담력을 키워주는 놀이었다.

 

집에 놀아오면 어머니께서는 보름에 먹을 나물들을 볶아내시고, 가마솥에 시루를 걸고 찰밥을 찌고 계신다. 나는 부엌에 쪼그리고 않아 기다린다. 어머니께서는 방에 들어가서 기다려라 하시곤 했다. 부엌 찬장에는 나물들이 가득하다. 토란대, 토란잎, 고사리, 고구마순, 취나물등 서너가지 나물들이 전시해 있다. 나물이 맛나게 볶아졌는지 맛을 본다. 어머니는 간이 딱 맞게 볶으셨다. 양념을 대충대충 넣으신 것처럼 보이지만, 손맛으로 조절하는 특별한 법칙이 있는가 보다. "엄마, 맛있다." 하면 "그래, 좀 있다 찰밥에 많이 먹어." 라고 하셨다. 그 날밤 나는 찰밥을 먹지 못했다. 불 깡통 놀이 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큰 시루엔 찹쌀밥과 나물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보름에 먹는 묵은 나물은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분을 고추 섭취할 수 있고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에도 좋다. 나물은 거친 음식이면서도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다. 취나물은 가래를 삭히고 기침까지 멎게 해준다. 보름 나물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건강식이다. 사계절 나오는 푸성귀들은 요즘 말하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며, 우리 몸에 좋은 대보름 묵은 나물이다.

 

 

[만드는 방법]

 

△ 재료 = 나물, 국간장, 들기름, 들깨가루, 대파, 마늘

 

1. 나물은 삶아서 하루 정도 담가 놓는다.

 

2. 적당하게 잘라서 국장장, 마늘, 들기름을 넣고 밑간을 한다.

 

3. 팬에 놓고 볶으면서 들깨가루, 물을 약간 넣고 졸이면서 볶는다.

 

4. 마지막에 대파를 어슷하게 썰고 마무리 간을 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