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심한 홍역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비리, 부패가 계속 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지지도가 급속히 하강, 빙점 이하로 내려가자 박근혜 전 대표가 투입됐다. 2004년 탄핵 역풍을 맞은 뒤 천막당사로 이사한 때와 흡사하다. 하지만 곧 바로 비상대책위를 꾸린데 이어 공심위를 출범시키고, 당명마저 바꿨다. 다시 소생의 기운이 보이는듯 하다.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은 파죽지세다. 2007년 대선에서 531만 표로 패한 후 숨쉬기도 어려웠던 상황과는 딴판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안희정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친노(親盧)는 폐족(廢族)입니다"며 국민들에게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불과 4년 남짓 사이에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부패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지난 해 10월, 박원순씨의 서울시장 당선은 여야 역전의 분수령이 되었다. 안철수 신드롬이 기폭제가 되어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어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한국노총 등이 통합야당으로 거듭 나고, 국민 80만 명이 참여한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야권은 승승장구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개혁공천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함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만을 챙겨선 안된다. 2013년 이후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국민들에게 어떤 정책서비스로 다가갈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은 그들이 자랑스럽게 모시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 넘어야 한다. 정신은 기리고 계승하되, 잘못은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
이들 집권 10년 동안 정치적 민주주의와 인권이 신장되고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되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 DJ는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졸업시켰고 인터넷 강국의 초석을 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달콤한 정경유착·권언유착의 유혹을 뿌리치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자유주의가 유입돼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재벌들의 몸은 더욱 비대해지고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야위었다. 구조조정과 민영화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중산층은 무너졌다.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 프렌들리'로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결국 우리 사회는 빈부·이념·세대·지역간 갈등으로 갈갈이 찢어지고 말았다. 뉴욕의 월가에서 보듯 1:99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민주통합당은 이같은 경제민주화의 후퇴를 극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재벌개혁을 통해서든 보편적 복지를 통해서든 진보세력이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고용과 복지, 서민생활의 안정을 통해 국가의 성장이 곧 국민 개개인의 소득증대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진보집권플랜'을 쓴 서울대 조국 교수의 말은 시사하는 바 크다. 그는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정부를 택한 사람들이 실망한 이유는 민생문제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주거, 일자리,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영양실조에 걸린 민주주의"라고 일갈했다.
또 1992년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구호로 집권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펴낸 '다시 일터로(Back to Work)'에서 의미있는 훈수를 두고 있다. 책 제목처럼 2012년 화두는 '문제는 일자리야!'라면서 미국 민주당 재집권플랜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최고의 인권이요 복지인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그래야 집권과 함께 이명박 정부 초기에 비아냥 당했던 '잃어버린 10년'이란 수모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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