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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시장과 염소 할머니의 '복지'

논설위원

 

요즘 일본에서 가장 뜨는 인물은 단연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다. 올해 42살의 이 패기만만한 시장은 일본 정치판을 흔드는 '젊은 자객'으로 주목받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일본 차세대 총리후보 1 순위로 꼽힌다.

 

그는 2008년 38살의 젊은 나이에 오사카부 지사에 당선되자 마자 과감한 개혁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공무원 개혁과 세출개혁을 단행하면서 공무원들에게 "개혁을 하다가 함께 죽자"라고 한 말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1991년 이후 장기불황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넘어'잃어버린 30년'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무력한 현실에, 혜성같이 나타난 지도자인 셈이다. 그는 지난 해 "기존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오사카 유신(維新)의 회(會)'라는 지역정당을 만들어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는 6월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 300~400명의 후보를 내, 200석을 획득하겠다는 야심에 차 있다.

 

그가 지난 달 13일 오사카 유신의 회 전체 회합에서 획기적인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국회의원의 세비 50% 삭감 등과 함께 내세운 기본소득제 도입이다. 이 제도는 모든 개인에게 재산·소득의 많고 적음이나 노동여부와 관계없이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소위 보편적 복지의 핵심이다.

 

안보 등 다른 분야에선 극우적인 성격을 보이는 그였지만 복지분야만은 가장 고강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세계적으로 브라질 등 극히 일부에서 실시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선 사회당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정도다.

 

하시모토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불필요한 공공사업이나 공무원 감축 등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웃 나라의 이같은 움직임에 우리나라 사회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환영한다"면서도 우려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시모토 시장의 기본소득은 푼돈을 나눠주는 대신에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고율의 금융과세와 토지보유세, 환경세, 부자 증세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제안과 대비되는 흥미로운 일이 우리나라 함양의 사례에서 발견된다. '염소 할머니의 복지론'이다.

 

경남 함양군 해발 400m 단칸방에서 염소를 키우며 홀로 사는 정갑연(78) 할머니는 최근 어렵게 모은 돈 1억 원을 안의고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나라 도움을 안받고 내 힘으로 살다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여든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국가로 부터 받은 게 거의 없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 교육혜택도 받지 않았고 잘 아프지도 않아 의료혜택도 별로 받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정부로 부터 받은 건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70%에게 매월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9만1000원이 전부다.

 

이를 두고 어느 보수신문은 "복지 공약을 남발하는 선거철에 대한민국 복지가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 정 할머니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한다"고 일갈한다. 복지란 공짜가 아니라 개인이 열심히 일해 스스로 삶을 이어가고 그래도 안되는 기본적인 생활을 국가가 도와 주는 것이란 말도 덧붙인다. 소위 잔여주의 선별적 복지론이다.

 

지난 해 무상급식이 화두였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피크로 우리나라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무게 중심이 넘어왔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복지공약이 봇물을 이뤘다. 곧 있을 12월 대선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복지를 공짜개념으로 몰아 붙이는 보수도 문제지만 재원대책이 미흡한 진보의 복지 또한 문제다. 오사카 시장의 복지론과 염소 할머니의 복지론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쯤 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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