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후보들의 선거운동 플래카드가 내려지고, 벌써부터 당선사례가 걸렸다. 당선자들은 기쁨에 울고, 낙선자들은 패배의 아픔에 울었을 것이다. 당선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낙선자에겐 위로의 악수를 건네고자 한다. 특히 낙선자에겐 다시 한번 행운의 기회가 오길 기원한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요, 인생은 새옹지마라 하지 않든가.
이번 선거는 종전 선거와 사뭇 다른 양상을 띠었다. 24년간 호남 정치를 주도했던 민주통합당의 독점에 크레바스 보다 더 큰 균열이 생겨난 것이다.
잠깐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88년 4월에 치러진 13대 총선은 도내 14석 모두 평화민주당의 싹쓸이로 끝났다. 이후 지역구도에 힘입어 민주당의 독주시대가 열렸다. 19대 이전까지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뀌는 세월동안 도내에선 74명(選數는 고려하지 않음)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아닌 당의 옷을 입고 당선된 인물은 딱 3명에 불과했다. 14대에서 민자당으로 나온 양창식(남원)·황인성(무진장)의원, 15대에서 신한국당으로 나온 강현욱(군산)의원이 그들이다. 그 외 당선된 몇몇은 공천이나 경선과정에서 무소속으로 나왔으나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등 친(親)민주당 성향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는 지난번과 같이 11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중 9명이 민주당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큰 변화가 엿보인다. 우선 민주당 출신 당선자의 득표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춘석(익산갑) 당선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50% 안팎이고 김춘진(고창·부안) 전정희(익산을) 당선자는 30%대였다.
가장 큰 변화는 남원·순창에서 4선을 바라보던 이강래 의원이 통합진보당 강동원 후보에게 패배했다는 점이다. 강 후보의 당선은 무소속 임근상 후보의 막판 단일화가 결정적이었지만 평소 지역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했다. 통합진보당 당선자의 출현은 전북 정치에 새로운 실험으로, 그가 어떻게 활동할지 기대되는 바 크다.
또 하나의 변화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의 약진이다. 정 후보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한때 이상직 당선자(전주 완산을)를 앞서기도 했으나 끝내 지역정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득표율 35.7%는 종전 한나라당의 한 자릿수는 물론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정 후보가 얻은 18.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지지율이다. 이는 지역 정서의 벽도 어떤 인물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구에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가 40.4%, 광주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9.7%를 얻은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리고 지방의원들의 중앙정치 진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18대에 김세웅 의원(전주 덕진)이 도내에선 처음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곧 바로 뱃지를 떼야 했다. 이번 김윤덕(전주 완산을)·김성주(전주 덕진)·강동원 등 도의원 출신 3명의 진출은 지방정치의 경험을 중앙무대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관심이다.
이번 당선자 중 7명이 초선이다. 이는 활력이 기대되는 한편 경험미숙으로 나타날 수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예산 확보 등이 염려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전북 정치의 외연이 대폭 넓어졌다. 수도권과 비례대표 등 14명의 전북 출신 의원이 당선돼 백만원군을 얻은 셈이다. 도내 지역구 11명을 합하면 모두 25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300명의 8.3%에 해당한다. 어느 때보다 지역발전의 호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전북 정치는 13대 이후 20여 년만에 DJ(김대중) 우산 체제에서 상당부분 벗어났다. 지역구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역량에 따라 독자생존의 길을 걷을 수 있게 되었다. 19대 총선 당선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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