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후손 왕 탄생 기원 / 밤, 정승이 나오라는 뜻 / 감, 육조판서 서열 의미
추석이 다가오면 들판에는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도 영글어간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때이다. 추석제사 음식은 농부가 농사를 잘 지어 조상님께 음식 맛을 올리는 것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제사 음식은 제상의 규모, 음식하는 솜씨와 방법차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조상님께 올리는 농부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우리 집은 가족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추석 음식을 많이 장만 하셨다. 주로 쌀농사를 많이 지으신 아버지께서는 송편 빚을 쌀은 먼저 추수하셨다. 추석이 돌아오면 제사상에 올릴 준비는 집안사람들 모두가 준비를 했었다. 어머니께서는 추석 무렵이면 제일 먼저 모싯잎을 따다 삶아서 송편재료 준비를 하셨고, 송편 만들 준비는 큰 언니가 했었다. 송편 안에 넣을 고물들은 콩, 깨, 설탕, 고구마 등 이었다.
가마솥에 송편이 익어간다. 몇 번이고 송편이 익었는지 확인을 하곤 했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아버지께서는 뜨거운 가마솥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광자야! 동생들 손 데이면 어쩌려고 하냐." 야단치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송편 빚기가 끝나면 동네아이들은 추석에 입을 새 옷 자랑을 하느라 마을공터에 모여 부모님 몰래 새 옷을 가지고 나와 서로 입어보곤 했었다. 어린시절 추석은 보름달 모양처럼 행복 만땅이었다.
대추나무 사이로 가을 햇볕이 들어온다. 마당앞 담벼락에 자리하고 있는 대추나무는 고샅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대추가 많이 열렸네"하며 한마디씩 예쁘다는 표현을 한다. 내가 이집으로 이사 온지가 4년째다. 대추나무 나이는 10년쯤 되었다고 한다. 옆집 서울할머니께서는 금천할머니 살아계실 적에는 대추나무가 효자였다고 한다. 추석 무렵이면 금천할머니께서 대추를 따다 시장에 내다 팔아 추석장을 보셨다고 하신다. 할머니의 경제적 재산 가치가 높았던 대추나무였던 것이다.
금천할머니께서 살아 계실 적에는 이집에서 귀한 대접을 했다고 한다. "할매, 어떻게 대접을 했어요?" 라고 묻는다. 서울할머니께서는 "금천할매는 저녁에 요강에 소매를 모아 아침이면 대추나무에 거름을 줬어" 하신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새벽에 일어나 대추열매를 주우시장에 내다 파실 준비를 하셨단다. 금천할머니께서는 대추의 큰 뜻을 알고 계셨을까? 대추가 지니고 있는 깊은 의미는 왕이 될 만한 후손이 나오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대추는 태양이 속해있는 대 은하계 모형을 나타낸 것이므로 진설상에 있어 으뜸이라고 한다. 이런 뜻을 담고 있는 대추나무 한그루는 나에게 남겨 주셔서 감사하다.
올 해 추석준비는 동네에서 함께 준비한다. 대추는 금천할머니께서 심어놓으신 나무에서 가장 좋은 놈으로 준비했고, 몇 칠전에 서울할머니랑 고작골 밤나무에서 한바구니 주워왔다. 그중 가장 색깔이 좋은 놈으로 준비를 해 놓았다. 밤은 정승이 나오라는 뜻이라고 한다. 밤3알이 한 밤송이다. 가운데 있는 밤은 '영의정' 오른쪽에 있는 밤은 '우의정' 좌측에 있는 밤은 '좌의정'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감은 부녀회장님 젯당골 단감나무 밭에서 따오기로 했다. 감은 씨가 6개로 六조판서의 서열을 의미한다. 집안에 육조판서 감이 나오는 정도를 점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씨가 6개인 것은 천부경의 六생 七 八 九운의 육감세계를 나타낸 것으로 우리몸의 물리적 몸의 작용 즉 오감세계를 벗어난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상신마을에서는 한 달 전부터 추석준비를 동네 사람들 모두가 함께 해오고 있다. 나물은 봄부터 준비해온 고사리, 취나물, 다래 순으로 준비했고, 앞으로 남은 것은 어물이다. 다음 장날에는 동네 할머니들이랑 함께 나가서 준비하기로 했다. 이렇게 작은 산골마을에는 농부의 마을과 정성을 담아 조상님께 올릴 제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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