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추진되는 전주·완주 통합 9) 좌담회
오는 6월로 예정된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주민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통합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찬·반 양측에서는 최근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진용을 정비하고 각자의 논리를 앞세우며 대주민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칫 혼탁양상 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에 통합찬반의 이해관계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지만, 한때 전주시와 완주군 행정을 맡았던 전직 전주시장과 완주군수를 통해 시군 통합의 장단점 등을 들어봤다.
△ 사 회: 전북일보 김준호 사회부장
△ 참석자: 조명근 전 전주시장, 김하영 전 완주군수
-사회=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통합, 어떻게 봐야 합니까.
△조명근 전 전주시장= 크게 주민의 입장과 행정의 입장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이야기 해서 당장 통합이 된다고 해서 이익이 되고 해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전주시민들의 경우, 대체로 이해관계를 떠나서 막연하나마 심정적으로 통합을 희망합니다. 또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 있죠. 조금 심한 경우는 무조건 통합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역사적 동일성과 발전 기대감 등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하영 전 완주군수= 완주군민도 심정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원래 하나였고, 생활권도 하나이기 때문에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과 상생을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생산지역인 완주와 소비지역인 전주시가 연계해 서로 이익이 되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느냐와 전주도 언젠간 광역시로 승격돼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광역시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전주·완주 통합으로, 새만금도 있고 혁신도시도 있고, 통합을 해서 100만 광역도시로 가는 기초를 닦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 완주군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데요.
△김= 완주군민들은 통합을 해서 무슨 이익이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세금 폭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상생발전사업에 합의를 했으면서도 앞선 청원·청주 등이 제대로 약속 이행되지 않는 것을 보고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시가 완주군민들이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치적 이해가 결부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완주군수를 하고 싶은 사람이나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이 통합에 따른 선거구 조정 등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정치인들이 자꾸 반대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회=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라면 어떤게 있을까요.
△김= 조례 제정 등 제도적인 조치입니다. 현재 전주시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완주지역에서는 제대로 모르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통합이 되면 전주지역에서 각종 사회단체장을 독식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 부분도 조례를 만들어 완주군민이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앞서 조 전 시장님께서는 통합을 두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주민입장 외에 행정적 측면에서는 어떻습니까.
△조=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먼저 전주시는 통합을 하면 규모도 커지고, 중앙 지원도 많이 오고, 특히 지방교부세를 몇천억씩 준다고 하고 하니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통합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죠. 아주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그와 반대로 완주군은 대체로 찬반 양론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첫째는 통합하면 흡수가 되는 줄 압니다. 지역 의식이 그런 것인데, 전주시와 완주군의 규모의 차이가 있어서 흡수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피해의식이죠.
또 아무래도 통합되면 도시행정이 중심이 될 것이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완주군이 소외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행정적 측면에서는 별로 통합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회= 통합되면 도시행정 위주로 추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 전주시의 농경지 면적도 무주군보다 많습니다. 시장이 어떤 소신만 있다면 절대로 도시행정 중심으로 가지 않습니다. 전주시의 경우, 재정규모가 크기 때문에 농촌에다 관심을 갖고 집중투자를 하면 일반 군보다 더 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체장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민보다 농촌사람이 약자로 보기 때문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김= 농촌지역이 있는데 농촌을 소홀히 하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그 곳도 똑 같은 표가 있는데,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완주군민이 불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전주시가 슬로시티 지향한다고 했는데, 그런 정책이 완주군에도 적용돼 완주군 개발이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사회= 최근 완주군의회가 통합반대 특위를 구성하는 등 지역 정치권의 반대가 거센데, 정치권은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조= 이번 통합에서 최대 핵심은 6월에 있을 완주지역 주민들의 투표입니다. 아무리 통합이 필요하더라도 부결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주민투표는 일반 선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몇가지 눈여겨 볼 대목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통합 사례가 있었는데, 투표율이 저조했습니다. 따라서 완주군민들이 얼마나 많이 투표에 참가하느냐입니다.
또 하나는 투표가 주민의 진짜 자율의사로 실시되느냐는 문제입니다. 현재는 군의회가 반대투쟁한다고 하는데, 대게 그런 사람들이 선거때 투표를 독려합니다. 그런데 투표는 동원하는 측의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지난 1993년 전주시장 재직시에 이서면민들이 '이서를 전주로 편입해 달라'고 진정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면에서도 편입을 추진하려 했는데, 완주군에서 반대를 하면서 유야무야됐는데, 지난 2009년 통합논의가 있을 때 이서면 소재지를 들렀다가 통합반대 플래카드가 수백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놀랬습니다. 그때는 자진해서 편입해달라고 요구했던 사람들이 지금와서 반대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죠. 주민들이 직접 그 플래카드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투표하면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주민투표의 결정이 반드시 주민의 의사에 따른 것은 아니며, 정치적 작용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김= 의회라는 것은 주민들의 의사를 성실히 반영하는 것이 본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앞세워 나서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은 지역내에서는 상당한 득표의 기반이 있는터라 그분들이 앞장서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투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사회=그동안 수차례 통합논의가 진행됐지만, 실패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조= 앞선 정황을 고려해 볼때 현재로서는 주민투표에서 찬성률이 높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완주군의회 의원들의 움직임등을 살펴볼 때 찬성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 조 전 시장님과 견해가 좀 다른데, 현재 완주지역 주민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반대도 많이 있지만 실제 주민들의 생각은 상당히 긍정적인 쪽으로 많이 돌아 있어서 찬성 가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군수가 지난번에는 반대 앞장섰는데 이번에는 찬성측으로 돌아선 점을 볼때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많이 약화됐지만 군수 산하에는 읍면동장이 있고, 읍면동장 밑엔 이장이 있습니다. 또 새마을지도자도 있는데, 이게 막강합니다. 이처럼 군수가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많기 때문에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사회=그동안 통합논의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그동안에는 행정이 주도했기 때문인데, 특히 완주군쪽에서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이전까지 전주시의 태도도 지금처럼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화끈한 것이 없었죠. 따라서 통합은 행정주체가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번에는 완주군수가 하겠다고 마음을 돌려서 가능하지 않겠냐고 봅니다.
△조= 현행 제도상으로는 통합은 지방의회의 의결이나 주민투표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자체가 찬반 갈등만 일으키고 있습니다. 차라리 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이라든지, 동일 생활권이라든지 등의 기준을 만들어 기준에 맞으면 법으로 통합되도록 해야 합니다. 주민간에 싸움시키는 것 같은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도 통합을 하려는 곳이 많지만 성공한 곳은 많지 않았고, 주민 갈등만 불러왔습니다. 제도적으로 고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만약에 두분께서 현재 시장 군수라면 통합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시겠습니까.
△김= 저는 찬성합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전주시가 확실한 가시적인 약속이행을 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그걸 가시적으로 입증을 해야 합니다. 통합은 완주군에도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 저도 당연히 통합을 추진했을 것입니다.
-사회= 통합논의과 관련해 한때 정부에서는 전국을 70∼80개 정도로 광역화는 방안을 검토했었는데요.
△조= 광역화를 통해 행정단계를 줄이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전주완주 통합은 자동 패스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70개 정도로 맞춰져 광역화 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맞물려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김= 먼저 국회의원들이 반대를 합니다. 그래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에서는 차기 선거에는 영향이 없도록 법 제정 후 9년 후부터 시행키로 구상을 했지만, 그것 마저도 무산됐습니다. 결국 내놓은 게 몇 개 시군 통합으로 축소되고 말았죠.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도 못 그리고 만 셈이 됐죠.
-사회=통합에 따른 어두운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 행정학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시·군의 규모가 어느 정도가 적정하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기준은 행정의 능률화와 민주화로, 능률도 오르고 민주성도 올릴 수 있는 것을 적정 규모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광역화가 되면 될수록, 그리고 규모가 크면 클수록 행정 능률은 오르지만, 반대로 민주성은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행정이 주민들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죠.
현재의 지방행정은 3단계로 돼 있습니다. 도-시군-읍면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로, 미국의 1개주 만도 못한데 굳이 3단계로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계가 많을수록 여러 측면에서 해가 됩니다. 현재는 완주군에서 전북도로 바로 갔지만, 통합되면는 구에서 시로 들어가 전북도로 가야하는 등 단계가 늘어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시가 돼야 하지만, 그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기준은 인구 100만명 이상으로, 전주·완주는 합쳐봐야 70만명 정도입니다. 통합이 돼도 인구가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전주완주는 광역시가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통합이 얼마나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상생발전사업 가운데 통합시청사를 완주로 옮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주시민들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부 완주지역에서는 전주시에 있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서 지역 주민들의 경우, 청사가 용진으로 가면 적잖게 불편할 것입니다.
-사회=끝으로 통합과정에서 유의할 점이나 당부하실 말씀은.
△조=잘 되면 좋겠는데, 현 상황에서는 우려도 큽니다. 확실한 것은 통합이 되면 전주완주 모두 다 해가 될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 발전하는 측면에서는 통합이 좋습니다. 다만 통합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통합 후에 광역시로 승격되도록 해야 합니다.
△김=전주시와 완주군이 합의한 사항을 보면 통합을 하는 게 완주군민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전주시가 완주군민의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가시적 조치를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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