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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현장에 있다" 지론 생생

김진룡 신부 선종 2돌 유고집 / 이병렬 교수 '와서 보라' 엮어

▲ 【불의에 단호하고 약자에겐 따뜻했던 고인 추모】 14일 전주 대성동 치명자산 옹기성당에서 열린 김진룡 신부 2주기 추모미사에서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현장 기사인양 제 나름의 소설을 쓰는 행위, 가난한 삶의 근처에도 살지 않으면서도 가난의 실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떠벌리는 정치인, 장애인의 사회적 삶은 제쳐놓은 채 비장애인들의 삶을 강요하는 행정 등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우리의 발길을 무겁게 합니다.'

 

2년 전 작고한 안당 김진룡 안토니오 신부가 요촌본당에 봉직할 때인 2003년 평화신문에'와서 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의 일부다. 김 신부는 이 글에서 삶의 현장을 제외한 채 그 현장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오해와 왜곡의 출발점이 된다며, 누구든지 진실에 대해 말하려면 '현장'을 떼어 놓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진실을 향하는 이는 현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 신부가 생전에 남겼던 글들이 유고집 '와서 보라'로 엮어졌다(도서출판 문정기획). 김 신부가 전주 복자성당 주임 신부로 있을 때 사목회장을 맡았던 이병렬 우석대 교수에 의해서다. 평신도에 의해 신부의 유고집이 발간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교수는 "많은 분들로부터 유고집 출간을 권유받고 작업에 들어갔지만, 평신도의 신부 유고집 출간이라는 첫 사례에 정말 조심스러웠고 큰 부담을 안았다"고 했다.

 

유고집을 통해 불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향해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신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천주교 전주교구장인 이병호 주교는 유고집 발문을 통해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이어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하기 위해 세워진 사람"이라며 "김 신부의 생전 모습과 마음속에 흐르고 있던 정신이 새로운 빛으로 우리 마음에 와닿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고집에서는 동료 신부들이 2주기를 애절하게 추모했다. 박기호 신부(산위의마을 원장)는 "자전거도 멈추고 그의 몸도 멈췄지만 그의 영혼은 계속 가로수 길을 달려갈 것이다"고 했다. 고인이 생전에 자전거를 즐겨탄 것을 두고서다.

 

유고집에서는 또 고인의 동생인 김 아네스 수녀가 곡을 쓰고 글을 붙인 '그대 행복한 사람'과 '그대 사랑해요'가 실려 감동을 주고 있다. 아네스 수녀는 '많이 사랑했으니, 마음 나눴으니, 미소 따뜻했으니, 침묵 품으셨으니, 불의 아파했으니, 슬픔 함께 했으니, 한 길 걸으셨으니, 그대 행복한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군산 개정 출신의 고인은 2009년 주임신부로 활동한 군산 오룡동성당에서 전군가도를 따라 자전거로 전주로 향하던 중 익산 목천포 부근에서 심장이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도중 선종했다. 당시 52세였다.

 

한편, 14일 오후 2시 치명자산 옹기성당에서 고인의 2주기 추모식과 함께 유고집 '와서 보라' 출간기념식이 열렸다. 유고집 판매대금 전액은 고인이 주임신부로 활동했던 성당의 발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 고 김진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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