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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정치론이나 처신술이 아니다"

재야 한학자 기세춘 '노자 강의' 재출간…약자 위한 철학으로 해석

 

'현대 기계문명과 자본주의 물질문명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 아래서 인간은 더욱 소외된다. 인간은 침몰하는 유람선 속에 있으면서도 위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 유람선 내부의 화려함과 환락에 도취하여 언젠가 그것이 자신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현재를 바르게 인식하고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반성과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정읍 출신의 재야 한학자인 묵점 기세춘씨(77·사진)는'노자'를 인위적인 기존의 문명을 거부하고, 민중의 해방과 저항을 노래한 문서로 파악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자'에 덧씌워진 오역과 왜곡을 걷어내고 '노자'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먼저라는 확고한 노자관을 갖고 있다.

 

그의 '노자 강의'가 2008년 출간 당시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간의 '노자'가 정치 세력의 필요에 의해 심하게 왜곡됐다며 새로운 해석들을 내놓으면서다. 그는 '노자 강의'를 통해 '노자는 은둔과 저항이지 지배계급을 위한 정치론이나 입신양명을 위한 처신술이 아니다'고 했다. 중국 청대에 이르러 실증적인 자세로 학문을 연구하려는 고증학이 일어났으나 조선은 청학을 배척해 우리 학자들은 이러한 영향을 받지 못해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존 지배 문명, 즉 공자에 대한 안티테제이며, '승자를 상 주지 말고, 패자를 버리지 말라'는 약자를 위한 철학으로 '노자'를 바라보았다.

 

노자를 통해 문명의 이기를 반성하고 인간다움을 되살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노자의 도를 공자의 인의(仁義)와 혼동하며, '노자'를 현대 경쟁 사회를 찬양하는 처세훈으로 읽히는 것에 울분을 터뜨린다.

 

그렇게 나온 '노자 강의'에 대해 일부 오류를 수정하고 좀 더 보기 편한 편집으로 재출간됐다(바이북스).

 

조선 성리학의 대가 기대승의 후손인 저자는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동학혁명연구회'를 창립했고,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평화통일연구회' '사월혁명연구회' '전북민주동우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국민화합운동연합' 등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한편, 동·서양의 철학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국내에서 처음 '묵자'를 완역 출간하며 묵자연구자로 널리 알려졌으며, 옥중에서 그 '묵자'를 읽은 문익환 목사가 그와 편지로 논쟁한 것이 '예수와 묵자'로 출간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전주에서 '묵자' 강의를 하다가 거주지를 옮겨 현재 대전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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