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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 농업·농촌 현실 반영해야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농지 양도소득세 면제대상 축소 농민들 영농의욕 저하 우려

▲ 최진호 전라북도의회 의장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다. 정책도 하루 아침에 뒤바뀌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중산층을 살리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되레 중산층을 옥죄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농업·농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도 포함돼 농심이 들끓고 있다. 먼저 8년 이상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면제 조항이 그렇다. 우리나라 농업을 지켜온 농민들에게 혜택을 주기는 커녕 수십년간 유지해온 제도를 아무런 예고기간 없이 폐지키로 하면서 가뜩이나 FTA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농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제는 농지 소유자가 8년 이상 직접 경작(자경)한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농업소득 외에 근로소득이나 농업이 아닌 사업소득이 연간 3700만 원을 넘을 경우 감면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한다.

 

정부가 감면제를 수정키로 한데는 실제 자경하지 않는, 비농업인들이 세금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제도 운용상 왜곡된 부분이 있어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제를 축소하려는 데는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문제 사례를 빌미로 제도를 폐지해서는 안된다. 특히 자경농지 양도세 면제는 농지 소유자의 성실 경작을 보상하는 의미인 만큼 단순히 양도 시점에 농업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양도세 감면에 대한 소득요건 부가는'이촌향도'의 촉진과 도시문제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농가수입이 열악한데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를 지키며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에게는 농사를 지을 유인이 없어져 결국 도시로 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도세 감면제 폐지는 농민들에게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가서 살아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복지정책의 시혜대상이어야 할 농민들이 복지재원마련이라는 정부의 추출정책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논리대로 그간 무늬만 농민이 양도세를 면제 받았다면 이는 과세당국의 조세정책이 미흡했음을 정부가 시인하는 것이다.

 

과세당국의 철저한 조세포탈 방지 노력과 투명하게 조세를 부과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세파라치 제도를 활성화 한다든지, 양도세 탈루를 막은 우수 세무공무원이나 양도세 탈루를 신고하는 국민에 대한 인센티브가 강화된다면 농지의 부당한 양도세 감면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농지양도세 감면요건을 더 강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농지의 환금성을 하락시켜 농지가격과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수입금액 10억원 이상인 고소득 작물재배업 농업인들도 식량작물을 제외한 채소·과일·화훼·버섯 등 작물 수입에 대해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다.

 

이럴 경우 장기 영농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기계화로 영농일수가 감소하고 농산물 가공이나 농촌체험관 등 소득이 다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소득수준으로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겉으로는 귀농을 장려하고 규모화와 효율화를 통한 소득증대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농업인들의 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셈이다. 조세특례 항목 중 농업·농촌 실정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자칫 그 부담이 선량한 농가에 전가될 우려가 크다.

 

전북은 산업구조로만 따지면 농도다. 우리지역 지역내총생산에서 농림어업 비중은 8.9%로 전국 평균(2.3%) 대비 4배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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