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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 실패한 청춘들에게

▲ 객원논설위원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오래 전,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에게 이메일을 보낼 구상을 했었다. 같은 을미생(乙未生)끼리 동갑계(同甲契)를 하면 어떨까 해서다. 아무래도 동년배이다 보니 친근감이 느껴지고, 그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관심이 더 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이러한 한국적 사고방식을 이해할 리 없고, 이에 응할 리도 없었을 터다. 결국 이메일을 보내지 못했고, 구상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올해 을미년 양띠 해를 맞아 던지는 신소리다.

 

스티브 잡스가 더 큰 매력을 주는 까닭

 

어쨌든 이들은 정보기술(IT)분야의 세계적인 천재요, 거인들이다. 이미 인류문명사에 한 획을 긋는 ‘신화’가 된 존재들이다. 아마 미국이 아직도 세계를 이끄는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는 것도 이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엄청난 재정적자와 인종문제,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창의력이 탁월한 인재들이 계속해서 배출된 덕분이다. 아쉽게도 애플의 창업자 잡스는 2011년 먼저 세상을 떴다.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한 게이츠는 사업에서 손을 떼고 공익재단을 만들어 워렌 버핏과 함께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둘 다 지독한 일벌레였고, 엄청난 승부사 기질을 지닌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갑부 게이츠보다 잡스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 잡스가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둘은 태생적 환경부터 달랐다. 잡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입양됐고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자주 빼먹는 비행소년이자 사고뭉치였다. 고등학교 땐 HP조립 아르바이트와 신문 배달, 재고품 정리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반면 게이츠의 아버지는 저명한 변호사, 어머니는 은행 이사였고 외할아버지는 미국 국립은행 부행장을 지낸 명문가였다. 그런 집안 분위기 탓에 게이츠는 상류층이 다니는 고교에 입학해 일찍부터 컴퓨터를 실컷 주무를 수 있었다. 말하자면 잡스가 밑바닥에서부터 정상에 올랐다면 게이츠는 유복한 집안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를 순탄하게 밟은 셈이다. 이들을 언급한 이유는 역경을 극복하는 삶이 높이 평가된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대학입시 시즌이 막바지다. 수시는 이미 지난 해 12월 초에, 정시는 올 1월에 대부분 끝났다. 이제 일부 추가합격자 발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합격의 기쁨에 환호하겠지만, 상당수는 대학입시에 실패해 실망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이미 재수의 길에 들어선 학생도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잡스의 얘기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입시 현장에 있다 보면 여러 유형의 학생들을 보게 된다. 그 중에 눈길이 가는 학생들은 잠재능력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실제로 서류전형이나 면접 등에서도 그러한 학생을 높이 평가한다. 가령 성적만 보더라도 1학년 때보다 2,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성적이 향상된 학생이 평균적으로 잘 하는 학생보다 유리하다. 여기에 어려운 가정환경 등 역경을 극복했다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기준은 취업 때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인생에서 반전의 기회는 꼭 온다

 

하나 더 보탤 게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나도는 세간의 3대 실패에 관해서다. 첫째가 청년 출세(소년 급제), 둘째가 중년 상처(喪妻), 셋째가 노년 무전(無錢)이라고 한다. 너무 젊은 나이에 출세한다거나 중년에 부인 또는 남편을 잃거나, 말년에 너무 돈이 없으면 노후가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의 첫 번째 관문인 대학입시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서 너무 쉽게 자신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경직화되면서 비록 성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예전만 못해도 인생에 반전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꽃이 비바람에 흔들리며 피듯, 인간 역시 시련과 좌절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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