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 '노인 건강 봉사의 집' 12일 현판식, 체계적 나눔 실천 / 약초·지압봉 등도 무료로 배부
“시청과 사회복지관 등 해당 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지팡이 수백 개씩을 만들어 전달했는데,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 손에까지 들어가 무심코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공직 은퇴 후 15년 동안 손수 만든 지팡이를 노인들에게 무료로 전달해 온 설재천 씨(74).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지팡이 보급 봉사활동에 매달려 온 그는 12일 전주시 완산구 서완산동에서 ‘노인 건강 봉사의 집’현판식을 갖는다. 지팡이와 지압봉·약재 전달 등 그동안 해왔던 노인 건강 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12일 문을 여는 ‘노인 건강 봉사의 집’은 설 씨의 개인 주택에 조그맣게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그가 손수 만든 지팡이와 지압봉·지압대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심혈관 질환이나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엄나무, 우슬(쇠무릎) 등 16가지 약초도 제공한다.
설 씨는 전주시청 공무원이었다. 가정복지계장으로 노인정·경로당 관련 업무를 봤고, IMF가 닥치면서 1998년 삼천2동장으로 명예퇴직했다.
“공직에서 물러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산과 강을 다니던 중, 평생 어렵게 모은 수억원의 재산을 전북대에 기증한 최은순 할머니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게 된 계기다. 그는 자신의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지팡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로당 등에서 내가 직접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흐뭇합니다.”
설 씨가 산에서 구한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전달해 온 지 벌써 15년째다. 그가 지금까지 노인들에게 나눠준 사랑의 지팡이는 약 4000개에 이른다.
지팡이를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인근 산을 누비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03년에는 지팡이 재료와 약초를 캐러 산길에 접어들었다가 자동차가 진흙탕에 빠져 4km정도 떨어진 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경운기로 끌어낸 적도 있다고 했다.
또 그의 손에는 나뭇가지에 긁히고 찢긴 상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또 무의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목욕봉사 활동도 펼쳤다.
지난 2000년에는 이같은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전주시민의 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 후배들도 ‘나눔의 정신’실천에 동참했으면 한다” 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용하는 날까지 주변 노인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지팡이 나누기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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