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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상강] 서리 무릅쓰고 피어난 국화 향기

상강(霜降)은 양력 10월 23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열여덟 번째 절기다.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들어 있으며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210°일 때다.

 

이 무렵이 되면 된서리가 많이 내리는 시기이다.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얼음이 얼기도 한다.

 

세시기에 따르면 상강 입기일로 부터 입동 절기까지 15일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 후에는 무서운 산 짐승이 연약한 짐승을 잡아먹고, 중 후에는 풀과 나뭇잎이 누렇게 떨어지며, 말 후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에 숨어 버린다고 했다. 또한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도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한 것을 보아 중국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상강 시기에는 추수를 마무리하는 기간에 해당하며 이때를 기점으로 날씨가 추워진다.

 

이 시기에 농부들은 밤, 감, 배, 대추, 사과 등 가을 동안 잘 익은 열매들을 수확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진초록으로 치장 했던 나무들도 붉은색, 노란색, 갈색으로 단장한 단풍들은 가을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편, 곤충과 동물들은 겨울을 지낼 보금자리 준비에 바쁘다. 예부터 이모작을 많이 하는 남부 지방에서는 가을 추수가 끝날 때 서둘러 밀, 보리 씨앗을 뿌리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요즈음은 밀, 보리농사를 별로 짓지 않기 때문에 농부의 분주함도 줄었다.

 

조선 시대에는 상강에 국가 의례인 둑 제(祭)를 행하기도 했다. 특히 농사력(農事曆)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겨울맞이를 시작해야한다. 둑제는 조선 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령권(軍令權)을 상징하는 ‘둑’에 지내는 국가 제사로, 국가의 군사권을 세우기 위한 제사라는 점에서 예부터 관심거리가 되었다.

 

조선 시대 선조 때의 학자 권문해(權文海) 『초간 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따르면 상강에 대하여 상세한 기록이 있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이때는 중구(重九) 일과 같이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 나들이를 하는 이유도 이런 계절적 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삼강 무렵의 대표적인 가을꽃은 단연 국화다. 서리가 내려 지금까지 피웠던 꽃들은 모두 시들고 국화는 비로소 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가을을 맞는다. 국화는 꽃도 아름답지만, 향기가 깊어 고상하다. 뿐만 아니라 찬 서리를 이겨내고 우뚝한 국화의 모습은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익히 사군자의 하나로 자리한다. 모진 서리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니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지 않았던가…….

 

중국의 시인 도연명은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 국화를 키우며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는데, 그 뒤 국화는 속됨을 버리고 은둔하는 선비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국화의 그림은 층층이 그리면 고수(高壽)를 의미하기도 한다.

 

상강은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어 수확하는 절기로,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곡식과 과일을 거두어들이는 기쁨을 어디에 비유하겠는가! 가을은 풍요를 노래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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