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내조 칭찬할 만 하지만 / 지방선거 7개월 앞으로 다가와 / 구설수 오르지 않을까 염려도
노인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어르신들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드물지 않다.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 발대식이나 노인의 날, 노인회 정기총회 등이 그러하다. 이들 행사는 1000명 안팎이 모이는데 다른 행사와 다른 특징이 있다.
첫째는 정치인들이 많이 찾고, 행사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식전행사에 이어 축하하러 찾아온 ‘내외귀빈’들을 일일이 소개하다 보면 시간이 늘어진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있는 해는 더하다. 여기에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좀체 놓지 않으려는 어르신들의 특성도 한몫 거든다. 처음에는 지루해서 엉덩이가 들썩였으나 몇 번 참석하고부터는 으레 그러려니 한다.
둘째는 칭찬과 박수가 많다는 점이다. 사회자가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장의 업적 등에 대한 긴 멘트와 함께 박수를 유도하면 한참동안 박수가 쏟아진다. 상을 수상한 분들도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박수를 치면 건강에 좋다”는 양념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셋째는 두 분의 사모님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누구일까. 오경진 여사와 민혜경 여사다.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송하진 도지사와 정동영 국회의원의 ‘안사람’들이다. 대개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는 어르신들 사이를 누비며 인사를 건넨다. 그러다 행사 시작과 함께 내빈 소개가 끝날 무렵 사회자의 소개와 더불어 마이크를 받아 든다. 이들은 “오늘 (남편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관계로 서울에 갔다”거나 “외교단장을 맡아 미국에 가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한다. 이어 “어르신들의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뒤, 노인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공무에 바쁜 남편을 대신해 빈자리를 메꾸는 셈이다.
이러한 행태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부인들이 나서는 것을 마뜩찮게 생각했으나 요즘엔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오히려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은근히 누가 말을 더 잘하나 가늠해 보기도 한다.
두 사모님의 남편은 전주고 동기동창이다. 송 지사는 전주시장을 두 번 역임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재선을 노리고 있다. 정 의원은 집권당 의장에, 전북이 배출한 유일한 여당 대통령 후보였다. 말하자면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다. 본인이 부인하긴 했으나 한때 정 의원의 지사 출마설이 나돌면서 라이벌로 비치기도 했다.
한편 두 사모님은 1956년 생으로 동갑이다. 각각 광주와 전주가 고향이고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를 나왔다. 하나같이 처음에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큰 선거를 연거푸 치르면서 ‘정치인의 아내’로 거듭났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부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1급 참모가 저리 가라할 정도다.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복지시설이나 취약지역을 여성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함으로 보듬는다.
이들의 그림자 내조는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염려도 없지 않다. 오래된 일이지만 1999년 임창렬 경기지사와 ‘경기도의 힐러리’로 불리던 부인 주혜란씨가 감옥에 갇혔을 때다. 당시 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경기은행장이 이들 부부에게 뇌물을 건넸다. 그런데 그 돈이 임 지사는 1억원, 주씨는 4억원이었다. 이를 두고 임 지사보다 부인의 힘이 4배 세다는 얘기가 회자되었다. 또 지난해에는 나주시 강인규 시장 부인에 대한 지나친 의전이 말썽이 되었다. 강 시장 부인은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말까지 234회에 걸쳐 사회복지과 두 여성공무원을 수행원처럼 동행해 갑질 논란을 빚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자치단체장 부인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을 마련했다.
군대에서 흔히 하는 말로 “본인이 연대장이면 부인은 사단장”이란 말이 있다. 7개월 앞으로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이래저래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염려해서 하는 말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