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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이중근 회장은 물러나야 옳다

상금 받고 세무사 찾아 굳이 세금 낸 손기정 옹 그래 어른은 이래야지

▲ 객원논설위원

우리 사회에서 ‘어른다운 노인’ ‘존경받는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한 책을 읽다가 이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한동안 고압선을 만진 듯 전율을 느낀 적이 있다. 다름아닌 올해 우리 나이로 99세 되신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에 소개된 얘기였다. 흔히 이 책의 핵심으로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라는 구절을 꼽는다. 기름기를 뺀 담백한 문장 속에 오랜 경륜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들도 활력 넘치게 살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문장도 좋지만 나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손기정 옹이 세무사를 찾은 이유’라는 대목에 눈길이 꽂혔다.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나는 일이 있어 종로에 있는 한 세무사 사무실을 방문했다. 나를 만난 세무사는 오다가 혹시 손기정 옹을 뵈었느냐고 물었다. 못 보았다고 했더니 “그 분도 이제 많이 늙으셔서 지팡이를 짚고 방금 다녀가셨다”고 했다. 그 어른께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최 선생, 바쁘지 않으면 나를 좀 도와 줄 수 있겠어? 내가 요사이 어디서 상금을 받은 것이 있는데 세금을 먼저 내고 쓰려고.” 세무사가 “선생님은 연세도 높고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신고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더니 “그럴 수는 없지. 세금을 먼저 내야지. 내가 이제 나라를 위해 도움을 줄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아?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계산해서 보여드렸더니 “고것 밖에 안 되나? 그렇게 적은 돈이면 내나 마나지. 좀 더 많이 내는 방법으로 바꿀 수는 없나?”라고 요청했다. 세무사가 다시 가장 많이 내는 방법으로 계산해 드렸더니 그제야 만족하면서 “됐어. 그만큼은 내야지. 그래야 마음이 편하지…”라면서 돌아가셨다.』

이 대목을 읽고 “그래, 어른은 이래야지!”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굳이 이 글을 길게 옮긴 것은 우리나라 노인 대표단체인 대한노인회 이중근 회장의 행태와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 회장은 지금 구속 중이다. 탈세와 4300억 원 상당의 횡령·배임 등 죄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때는 70억 원을 주고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77세인 이 회장은 두 얼굴을 가졌다. 부도덕한 기업경영과 자선가의 얼굴이 그것이다. 이 회장은 임대아파트 건설업체인 부영그룹을 창업해 재계 16위까지 키웠다.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또한 ‘기부왕’으로 불릴 만큼 국내외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해왔다. 반면 정부가 조성한 택지를 원가 이하로 공급받았음에도 곳곳에서 임대료 인상과 부실시공으로 원성이 높다. 그룹 계열사 24곳 중 1곳도 상장하지 않은 ‘황제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문제는 그가 대한노인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 노인회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700만 노인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16개 시도연합회와 244개 시군지회, 18개 해외지회에 6만5000개의 경로당을 관할한다. 회원만 300만 명이다. 그래서 대한노인회장을 ‘경로당 권력’ ‘노인 대통령’이라 일컫는다.

이 회장은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노인회장 자리를 방패막이 삼으려 한다는 말이 돌았다. 투표권을 가진 지회장들에게 활동비로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당선 후 4개월로 그쳤다.

“우리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로 시작하는 대한노인회 노인강령의 첫 번째 실천요강은 “우리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이 되도록 노력한다”로 되어 있다. 이 강령이 휴지조각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차제에 대한노인회도 혁신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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