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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옮기자고?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요즘 국민연금이 동네북이다. 너도 나도 한마디씩 걸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한때 폐지론까지 올라왔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모든 국민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5월말 현재 2183만 명이 가입해 있고 매달 수급자만 450만 명에 달한다. 더구나 피 같은 돈 문제이니 예민한 것은 당연하다.

지난 1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가 장기재정 전망과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백화쟁명에 접어든 느낌이다. 정부는 개선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3번째 개편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연금안 개편문제요, 또 하나는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다.

먼저 국민연금 개편안을 보자. 많은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가 기금의 고갈 문제다. 이번 재정추계위가 발표한 것처럼 현재 635조원에 이르는 기금이 2042년에 적자로 돌아섰다 2057년이면 바닥이 난다. 그러다 보면 지금 젊은 세대는 실컷 돈만 내고 나중에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가뜩이나 취업도 안돼 서러운데 낸 돈도 못 받아? 젊은 세대가 발끈할만하다.

사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1988년 도입 당시 가입자는 평균소득의 3%(보험료율)를 내고, 소득의 70%(소득대체율)를 가져가도록 설계했다. 가입자가 무조건 이득을 보는 구조다. 지금은 9%를 내고 45%, 즉 한 달에 9만8천원을 내고 39만6천원을 받는다. 그것도 12.6년(평균 납부기간)을 내고 22년(60세 한국남성 기대여명) 동안 받는다.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반면 영국은 25.8%, 독일 18.7%, 일본 18.3%, 미국 13.0%를 낸다. 그러니 기금 고갈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연금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바꿔 그때그때 걷은 돈에 세금을 보태 지급하게 된다. 독일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가 지게 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특히 그 동안 혜택 받은 세대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내가 좀 편하자고 우리 아들딸들의 돈을 당겨 써야 되겠는가. 그것은 심하게 말하면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그 악역을 누가 맡아야 할까. 가혹할지 몰라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 작업은 인기 없고 극히 위험한 일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연금개혁을 단행한 지도자는 다음 선거에서 모조리 패배했다. 지금 러시아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부틴에게 시위대는 ‘푸틴은 도둑놈’이라고 외친다. 무척 상징적이다.

다음은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문제다. 보수언론과 일부 야당의원들이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마치 전주를 먼 아프리카 오지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기금운용본부 소재지가 있는 전북인으로서 참기 힘든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본부 이전이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서울사무소 개설을 요구한다.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9년 전 이전한 부산의 한국거래소를 보라. 지금 부산사람들은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인지 서울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이러한 주장이 나온 것은 전북에 힘과 응집력이 없어서다, 국민연금공단이 광주나 대구로 갔어도 그런 말이 나오겠는가. 전북출신 10명의 국회의원과 도지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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