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북교육계는 상산고의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재평가를 앞두고 논란이 뜨겁다. 전북교육청만 기준점을 다른 곳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올린 게 불씨가 됐다. 이에 대해 상산고는 “자사고 폐지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논란을 보면서 교육의 본질과 교육에 바친 전북출신 인물들의 헌신과 희생을 떠올려 본다. 정치 경제적인 역량이 계속 쪼그라드는 현실에서 얼마 전까지 전북은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위해 온 몸을 던진 인물들이 많았다. 그들 중 현재 살아있는 대표적 인물 3명만 소개할까 한다.
먼저 강원도 횡성에 민족사관고를 세운 최명재 회장(92). 김제출신인 최 회장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전주고와 서울 상대를 졸업하고 1953년부터 은행원으로 일하다 택시운전사로 전업했다. 1974년 이란에 진출, 운송업으로 큰돈을 번 후 강원도에 목장을 차리고 1987년 파스퇴르유업을 세웠다. 여기서 번 돈 1000억 원을 1996년 민사고를 세우는데 쏟아 부었다. 민사고의 젖줄인 파스퇴르 유업은 학교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2004년 한국야쿠르트에 매각됐다.
영재교육과 민족주체성교육, 지도자 양성을 내세운 이 학교는 세계 명문 20대 고교에 들어갈 정도로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최 회장은 회고록에서 “내가 번 돈은 사회가 잠깐 내게 맡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둘째는 상산고를 세운 홍성대 이사장(82). ‘수학의 정석’으로 널리 알려진 홍 이사장은 남성고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올해 발행 53주년을 맞는 이 책은 한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정읍이 고향으로 어린시절 14번 이사를 다닐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이후 학원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홍 이사장은 1981년 전주에 상산고를 세우고 2002년 자사고로 전환했다. 책에서 번 돈 1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학교 명칭은 고향 태인의 상두산(象頭山)에서 따왔다. 또 이 학교 부지에는 전북의 정치거목 이철승 신민당 대표의 뜻도 담겨 있다. 이 대표는 살아생전 학교를 설립하려다 홍 이사장이 상산고를 세우겠다고 하자 선뜻 1만평을 내놓고 자신의 뜻을 접었다. 홍 이사장은 고향에 명봉도서관, 서울대에 상산수리과학관을 지어 기증했다.
그는 “상산고는 25% 이상을 전북지역 인재로 선발한다”면서 “내 고민은 교육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살리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셋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전 재산을 기부해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세운 정문술 회장(81). 임실에서 태어난 정 회장은 원광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정보부에 특채돼 18년을 근무하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쫓겨났다. 1983년 미래산업을 창업,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2001년과 2014년 515억 원을 쾌척, 바이오와 뇌과학, 인공지능 등을 연구토록 했다. 그는 “정의로운 기업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자사고 문제는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평등에 방점을 찍고 상산고는 수월성을 중시한다. 평등은 중요한 가치이나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특히 모든 게 빠져나가는 전북에 인재를 유입시키는 상산고는 이미 전북의 자랑으로 자리 잡았다. 김 교육감은 전북교육청을 청렴하게 만든 공이 크다. 하지만 불통과 독불장군이라는 평이 따른다. 임기가 3년 남은 교육감이 교육철학이 다르다 해서, 앞으로도 영원해야 할 학교의 명줄을 끊어서야 되겠는가. 인재 양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이들의 숭고한 뜻을 저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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