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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노동자의 눈물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아파트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거주하는 가장 보편적인 공간이다. 통계청의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6%가 아파트에 산다. 도시만을 놓고 보면 거의 80%에 육박한다. 또 이곳에서 일하는 경비·청소직은 가장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다.

사실 경비·청소직은 고된 노동강도와 불안한 고용계약으로 만족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진입경쟁이 치열한 다른 노동시장과 달리 그나마 수요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노인일자리 중 하나다. 우리는 아파트의 그늘에서 묵묵히 일하며 눈물 흘리는 고령노동자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에서 ‘2019 아파트 경비원·청소원의 근로환경, 길을 찾는다!’는 심포지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전주시 소재 의무관리대상 아파트(150가구 이상) 318개 단지 중 212개 단지에 근무하는 경비원(관리원) 244명과 청소원 140명 등 384명을 상대로 면접조사를 벌인 것을 바탕으로 했다. 특히 법학교수 등 전문가 뿐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용역업체, 경비원과 청소원 등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전북에서는 물론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설문조사 결과, 경비원과 청소원들이 얼마나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는지 여실히 밝혀졌다. 이들의 90%가 60대 이상이었으며 70대 이상도 18.4%와 23.6%를 차지했다. 또 이들의 90%가 계약직·임시직이고 경비는 24시간 맞교대, 청소는 4∼6시간 근무가 일반적이었다. 월평균 임금은 184만7천원과 130만8천원이었다. 경비원의 경우 근로기준법 예외 직종으로 구분돼 평균 8.1 시간의 휴게시간을 제하고 임금을 받는다. 또 휴게공간이 따로 없어 72.8%가 경비실에서 새우잠을 잔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청소원은 땀을 흘리는데도 85.5%가 샤워실이 없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비원은 고용불안을, 청소원은 낮은 임금을 꼽았다. 사용자로부터 욕설 무시 구타 등 부당한 상황을 경험한 경우가 50% 이상이었으며 입주민의 인권 침해도 20%에 달했다.

이날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경비원의 경우 24시간 맞교대에서 평일 2∼3교대 근무로 유도해야 한다. 고령노동자가 24시간을 꼬박 근무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또 90%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점차 정규직화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둘째, 정년(고용기간)을 연장하든지 없앴으면 한다. 아파트 경비원의 정년은 65세로, 대개 1년 단위로 계약한다. 하지만 정년을 넘긴 후는 6개월 또는 3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한다. 셋째,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고용불안을 해소했으면 한다. 위탁관리가 80% 안팎인데 용역업체가 바뀌면 승계의무가 없어 사실상 해고 위험에 놓이게 된다. 또 가능하면 위탁보다는 직접고용(자치관리)을 장려했으면 한다. 넷째,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사용자의 갑질이나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등을 못하도록 상시감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청소원을 줄이고 이 일을 경비원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또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적게 주는 편법이 횡행한다. 다섯째, 아파트 관리 업무를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대다수가 거주하는 생활공간을 사적영역에만 맡길 게 아니라 자치단체가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서 한 분리수거 청소원은 “365일 쉬는 날이 없다” 면서 “장모님이 돌아가신 날도 얼굴만 비추고 근무했다”고 밝혔다. 민과 관,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 아파트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줬으면 한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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